brunch

내가 브런치에 글을 썼던 이유

고난의 유익

by 최호림

그동안 기피하던 노안 안경으로 바꾸니 정말 세상이 밝아 보인다. 어지러워서 못 쓸 줄 알았는데, 진작 바꿀 걸 그랬다. 역시 결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법이다.


브런치 스토리 작가가 된 이후, SNS에 글을 쓸 때면 꼭 브런치에도 함께 올렸다. 초기에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뭔가 대단해 보여서, 네이버나 다음 포털의 내 인물 정보에 홈페이지 주소를 브런치로 연결해 놓을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왜, 무슨 이유로 브런치에 이토록 충성하고 있는 걸까? 사실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는 작가로 등단이라도 한 것처럼 기뻤다. 사람들이 브런치 작가 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들 했지만, 나는 단 한 번의 신청으로 작가 승인을 받았으니 말이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


나는 우쭐한 마음에 기고만장한 착각에 빠졌고, 내게도 글 쓰는 재주가 있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물론 방송 기사를 주로 썼고 몇 년 전까지 라디오 작가 겸 DJ로 활동했으니 아주 근거 없는 착각은 아니었지만, 사실 그것들은 글 쓰는 재주라기보다는 '업무'로 봐야 했다.

이제 다 떠나서,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솔직해져야 했다.


이곳 브런치에서 글쓰기 능력을 인정받으면 책을 무료로 출판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개인적인 욕심으로 자서전을 한번 내고 싶어 시작한 일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접근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


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과 함께 제일 싫어했다. 실패했다가 재기에 성공한 사람들만 쓸 수 있는 말 같아서였다.


이전에 브런치에 절필까지 선언했지만, 이제 다시 한번 작가 등단 프로젝트에 응모해보려 한다. 이유? 이젠 좀 더 솔직해질 수 있을 것 같고, 또…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


라고 하더라. 풉. 지병을 가지기 전에는, 세상의 수많은 작가들 틈에 끼려고 왜 그리 헛된 노력을 하나 싶어, 아침마다 글을 쓰는 내 모습이 한심해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투병을 하고 보니, 이 모든 것이 쓸데없는 짓이 아니라, 내가 세상에 태어나 '나'라는 사람의 흔적을 남기는 아주 성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들이 들자, 지금 아픈 내 모습이 오히려 정상인 것 같고, 아프지 않았던 지난날의 부정적이고 냉소적이던 내가 오히려 더 아픈 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성경에 나오는 '고난의 유익'이라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6개월 전 내게 닥친 고난이 어찌 보면 비극이 아니라 희극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지금, 이렇게 떨리는 손으로나마 타이핑을 하며 나의 생각들을 다시 글로 쓸 수 있음에 진정한 감사함을 느끼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끝.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