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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Sep 20. 2023

외로울 걸 알면서도 외국인 남자와 결혼했다.

다시 시작하는 국제커플, 국제결혼 시리즈

"언어, 문화가 다른 사람이랑 결혼해도 괜찮을까요?"

때때로 나는 이런 고민상담을 받는다. 그러면 나는 이 질문을 한 상대에게 이렇게 답한다.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제가 직접 해보니 사랑은 모든 걸 해내더라고요."



몇 년 전 나는 브런치에 남편과 나의 연애 이야기를 집필했었다. 우리가 어떻게 어디서 만났고 어쩌다 결혼을 하게 되었는지까지. 그리고 그 후 한동안 결혼 생활에 대해 쓴 적이 없다. 부부사이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의 지난 3년 결혼 생활은 대부분 너무나 만족스러웠고 언제나 그랬듯 우리는 늘 함께 성장해오고 있다. 그냥 덴마크에서 맨 땅에 헤딩하느라 너무 바빴고 사랑에 관해 쓸 마음의 여유도 없던 것 같다.


종종 우리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독자분들께서 내게 이메일을 보내주시거나 블로그로 연락을 주셨다.


"써니 님의 브런치 글이 그리워요.

예전처럼 국제연애, 국제커플 이야기를 다시 연재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그래서 다시 시간이 흘러 국제결혼과 국제커플의 일상에 대해 써 내려가기로 했다.


라트비아인 남편과 나는 총 6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지 어느덧 3년이 되었다. 연애 6년 중 4-5년은 장거리 연애를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대체 그 시간을 어떻게 버티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지 나도 의문이다.


우린 그저 오래 만났기에 결혼을 한 건 아니었다. 이 사람과 결혼을 하지 않으면 굳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컸다. 나 혼자서도 충분히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다. 커리어를 쌓으며 더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도 있었고, 다 내려놓고 덴마크로 이민을 와 다시 시작하지 않아도 됐다.


생각해 보면 무엇보다 서로의 언어와 문화 그리고 인종이 달라 어쩔 수 없이 살아가며 마주치게 될 '외로움'을 이미 인지한 후 결혼을 했다는 것도 깨달았다.


우리 둘은 각자의 모국어가 있으며 전혀 다른 성장 환경과 배경 속에서 자랐다. 그렇다 보니 하나도 비슷한 점이 없었다. 소비한 문화마저 달라서 공통점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90년대 혹은 00년대 케이팝 노래를 그는 알리가 없었다. 나 또한 여전히 그의 문화가 낯설고, 때때로 시댁에 가면 외로움을 느낀다.


한 번은 남편의 가족, 친척들과 함께 스키장에 가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을 한국에 있는 우리 엄마에게 보내드렸더니 엄마가 마음이 이상하다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 사진에 우리 딸만 다르게 생겨서 뭔가 모르게 이질감이 드네. 혼자만 눈에 띄어서 괜히 마음이 찡했어. 가족이긴 하지만, 언어도 다르고 생김새도 달라서 외롭겠다 우리 딸."


또 한 번은 라트비아에서 5년마다 열리는 가장 큰 국가 행사에 참가했을 때였다. 남편과 친구들은 모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애국심을 펼치는데, 나는 소외되었고 집에 가고 싶었다. 지루했고, 재미없었다. 근데 이 마음마저 외롭고 미안해졌다. 그래서 괜히 짜증을 내며 그에게 말했다.


"당신 그냥 라트비아 여자랑 결혼하지 그랬어. 말도 통하고, 정서도 같은 사람이랑. 왜 외국인인 한국 여자랑 결혼했어. 내가 미안해, 지루했다고 해서."


이렇게 말하면서 괜스레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또 줄줄 흘러내렸다.


그러자 남편은 차를 세우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축복받은 거야. 두 문화가 생겼잖아 서로에게 그리고 우리는 덴마크에 살고 있으니까 문화 3개를 공유하는 거야. 우리는 이걸 알고도 결혼한 거잖아.

이런 걸 뛰어넘을 만큼 사랑하니까. 그리고 난 당신이 한국 사람이라서, 외국인이라서 결혼한 거 아니야. 그냥 사람으로 좋아서 결혼한 거지. 당신도 그렇잖아."


그의 말이 맞았다. 우리는 6년 연애를 하면서도 이미 알았고, 결혼 생활 3년을 보내면서도 늘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때때로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달라 외로울 줄 알면서도 우리는 결국 이 길을 선택했다는 것을. 국적과 인종을 떠나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평생을 같이 하고 싶었다는 것을.


오히려 언어와 문화차이에서 오는 것보다 사람 대 사람으로 이해하지 못할 때, 혹은 가치관이 다를 때 또는 공감을 받지 못할 때 오는 외로움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건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과 결혼을 했어도 똑같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오히려 언어가 같은데 말이 안 통하면 그게 더 답답할 때가 많다.


어쩌면 외로움도 선택사항


그리고 때때로 외로움도 선택이라는 것을 그리고 노력으로 커버가 된다는 것을 남편으로부터 배워가고 있다.

남편은 이제 한국어를 꽤 잘해서 우리 대화의 1/3은 한국어다. 그리고 나머지는 영어로만 소통을 하는데, 부끄럽지만 여전히 나는 남편의 언어인 라트비아어를 할 수 없다.


여기서 그와 나의 차이가 보인다.


남편은 나를 만나기 전 한국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나와 교제를 시작하며 독학으로 한국어 공부를 했고 케이 드라마를 보며 문화를 배웠다. 그래서 나의 한국친구들을 함께 만나거나 한국 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는 상대적으로 덜 외롭고 덜 소외된다.


이건 순전히 그의 노력이었다. 그의 말대로 사랑하니까, 사랑을 위해 배우고 그의 방식대로 노력을 한 것이었다. 물론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아서 언어를 익히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에 비해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 더 내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했더라면 더 나아졌을 상황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사랑은 모든 걸 이긴다


내가 때때로 '사랑'의 중요성을 말하면 주변에서는 이런 반응을 보인다.


"크.. 너네 아직 신혼이다!" 또는 "와 그렇게 오래 연애하고 결혼했는데도 이런 말을 하는 거 보니 너네 정말 사랑하는구나"


내가 말하는 사랑은 그저 불타오르는 뜨거운 감정이 아니다. 사랑도 선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랑하는 감정을 이어나가고, 결혼 생활을 지켜나갈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그렇게 하기로 약속을 했고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갈등에서 빚어지는 외로움, 섭섭함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을 한다.


언어, 문화, 환경, 가치관 그리고 인종이 달라서 때때로 외로울 줄 알았지만 결국 사랑이 이 모든 걸 이겨낼 수 있게 해 줄 거라는 그 믿음. 결국 사랑과 신뢰는 모든 걸 이겨낼 수 있게 하는 유일한 힘이 아닐까.


그러니, 누군가 국제연애를 하고 국제결혼을 준비 중이라면 용기를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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