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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두들 Jan 17. 2022

가장 아름다운 테마파크 디자인, 디즈니랜드 파리

유럽인들의 예술적 눈높이와 감성에 맞춰 만들어진 유일한 디즈니랜드

개장 30주년을 맞은 디즈니랜드 파리의 미키 마우스 쓰리 서클을 활용한 30주년 로고
출처: 디즈니랜드 파리 공식 홈페이지
출처: https://www.parisconnection.fr/product/disneyland-paris-tickets-transfers-2-parks/

1992년에 개장, 특히 이 글을 작성하는 2022년 기준으로 개장 30주년을 맞는 디즈니랜드 파리(Disneyland Paris)는 유럽권에 개장한 유일한 디즈니 리조트이다. '유로 디즈니랜드 프로젝트' 라는 이름으로 미국이 아닌 유럽에 지어진 디즈니랜드이기 때문에 건설 전부터 유럽인들의 문화, 예술적 정서를 고려하여 디자인되었다.


 미국과 달리 문화 금수저인 프랑스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매우 아름답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디즈니랜드 파리의 디자인을 이번 글에서 소개해보려 한다. 미리 말하지만, 디즈니랜드 파리는 파크 전체가 거대한 예술 작품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출처: http://www.destination360.com/europe/france/paris/disneyland-hotels

디즈니랜드 파리의 입구는 디즈니랜드 호텔(Disneyland Hotel)이 자리잡고 있는데, 앞에는 아름다운 분수정원이 조성되어 있고 19세기 말 미국에서 유행했던 빅토리안 스타일의 호텔을 유럽인들의 정서에 맞춰 몽환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이 반영되어 있다. 


파리보다 앞서 디즈니월드 매직킹덤에 만들어진, 빅토리안 스타일을 그대로 고증한 디즈니 그랜드 플로리디안 리조트 앤 스파(Disney's Grand Floridian Resort & Spa)를 디벨롭하여 만들어진 파리 버전의 디즈니랜드 호텔은 디테일을 추가하고 몽환적인 핑크 계열의 컬러를 적용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리조트의 숙박시설 느낌보다는 마치 궁전이 연상되는 형태이다.


높은 권위답게 전 세계 디즈니랜드 디럭스급 호텔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숙박 요금을 자랑한다.







출처: http://www.destination360.com/europe/france/paris/disneyland-hotels
좌: 도쿄 디즈니 씨 메인 엔터런스 / 우: 유니버설스튜디오 베이징 메인 엔터런스

또한 이곳은 호텔의 1층의 굴다리가 디즈니랜드 파리의 메인 엔터런스 역할을 하는 특이한 형태인데, 이 구조는 전 세계 디즈니 테마파크 중 최초로 도입한 레이아웃이다. 훗날 개장한 도쿄 디즈니 씨(Tokyo Disney Sea), 유니버설 스튜디오 베이징(Universal Studios Beijing)도 호텔 1층을 메인 엔터런스로 구성한 형태이다.






출처: https://www.hellodisneyland.com/disneyland-park/main-street-station-a-disneyland-paris/


출처: https://www.hellodisneyland.com/disneyland-park/main-street-station-a-disneyland-paris/
출처: https://www.hellodisneyland.com/disneyland-park/main-street-station-a-disneyland-paris/

호텔을 지나면 비로소 나타나는 디즈니랜드 파리의 진짜 입구, 메인 스트리트 USA의 기차역의 모습이 등장한다. 다른 디즈니랜드와 마찬가지로 파크를 한 바퀴 도는 기차를 탑승할 수 있는 기차역은 다른 디즈니랜드에서 볼 수 없는 디테일이 숨어 있는데, 바로 디즈니랜드 파리의 각 구역별 상징물을 스테인드 글라스로 표현한 것들이다. 이 기차역의 굴다리 밑을 통과해야지만 비로소 진짜 디즈니랜드 파리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파크로 입장하기 위해서 총 두번의 굴다리를 통과해야 하는 특이한 구조이다.



출처: http://www.dlpwelcome.com/fantasyland-ratatouille-disney-hotel/
출처: http://www.dlpwelcome.com/fantasyland-ratatouille-disney-hotel/


디즈니랜드 파리의 첫번째 테마랜드이자 미국 빅토리안 스타일의 전원마을을 재현한 메인 스트리트 USA의 모습. 다른 디즈니랜드에도 있는 첫 번째 관문이지만 디즈니랜드 파리의 메인 스트리트 USA는 상당히 특별하다. 일단 전체적인 파사드의 크기가 훨씬 높고, 더 화려하다. 미국 버전은 19세기 말이 배경이었지만 파리 버전에서는 20세기 초로 옮겨 가며 당시 역사처럼 야구의 성행과 자동차의 성장기를 다루는 배경을 적용했다. 

20세기 초 유명한 관능적인 여인 삽화인 깁슨 걸을 아이스크림 가게에 적용한 디자인 등은 디즈니랜드 파리의 남다른 예술적 디테일을 증명한다.




또한 해당 지역의 추운 날씨와 혼잡한 동선을 고려하여 메인 스트리트 중앙 도로 양 옆으로 새로운 실내 아케이드 공간을 조성하였는데, 좌측에는 리버티 아케이드(Liberty Arcade), 우측에는 디스커버리 아케이드(Discovery Arcade)가 조성되어 있다. 이 두개의 아케이드는 퍼레이드 등의 공연시 혼잡함을 해소하며 메인 로드의 상점들을 뒷편으로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눈 여겨볼 점은 단순한 아케이드에도 스토리텔링을 부여했다는 사실이다.




출처: 디즈니랜드 파리 공식 홈페이지
출처: https://mapio.net/pic/p-8466578/

리버티 아케이드는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이야기를 테마파크적으로 풀어낸 실내 거리이다. 자유의 여신상은 프랑스가 독립 100주년을 맞은 미국에 선물한 것인데, 그때 자유의 여신상을 디자인한 오귀스트 바르톨디를 비롯하여 당시 선박을 통해 자유의 여신상을 옮기는 모습 등이 일반적인 전시가 아니라 테마파크의 형태로 전시되어 있는데 가로등 디자인에 적용된 자유의 여신상 조각이나 전체적인 디테일이 매우 휼륭하다. 자칫 미국 문화인 디즈니랜드에 대해 일어날 수 있는 반감을 프랑스와 미국의 영원한 우정을 테마파크로 승화시킨 것 같아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본다. 이 리버티 아케이드의 경우 예전 미국 애너하임 디즈니랜드에 계획되어 있었는데 홀딩된 후 디즈니랜드 파리 프로젝트에 반영된 것이다. 



출처: 디즈니랜드 파리 공식 홈페이지
출처: https://focusonmagic.fr/la-ferris-wheel/

디스커버리 아케이드 역시 프랑스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구역인데, 이곳은 19세기의 프랑스의 저명한 발명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테마파크적으로 풀어내었다. 가로등 디자인부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인체 비례도 조각이 반영되었고, 테마파크 산업에 많은 영향을 준 시카고 만국 박람회(최초의 페리스 휠 도입)과 파리 만국 박람회(에펠탑 도입)에 대한 여러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디스커버리 아케이드도 예전 미국 애너하임 디즈니랜드에 에디슨 스퀘어(Edison Square)라는 이름으로 조성될 예정이었는데, 홀딩된 후 디즈니랜드 파리 프로젝트에 프랑스 버전으로 로컬라이징 되어 반영된 것이다. 디스커버리랜드의 출구는 디스커버리랜드와 바로 연결되어 자연스러운 테마파크적 스토리텔링의 흐름을 가진다.







출처: https://www.kevmrc.com/interesting-facts-about-disneyland-paris
출처: https://actu.fr/ile-de-france/chessy_77111/reouverture-du-chateau-a-disney-la-renovation-en-quel
출처: https://www.parisconnection.fr/product/disneyland-paris-tickets-transfers-2-parks/

그렇게 메인 스트리트 USA를 지나면 디즈니랜드 파리의 상징이자, 개인적으로도 전 세계 디즈니랜드 캐슬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높이 27m의 슬리핑 뷰티 캐슬(Sleeping Beauty Castle)이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프랑스어 버전의 공식 명칭으로는 'Le Château de la Belle au Bois Dormant'라고 불리고 있다.



(좌) 미국 애너하임 오리지널 디즈니랜드 캐슬 / (우) 디즈니랜드 파리 캐슬. 출처는 각 디즈니랜드 공식 홈페이지

전반적인 디자인이 기존 미국 버전과는 아예 다르다. 캐슬 자체의 고증보다는 더 동화적이고 몽환적인 모습으로 디자인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의 디즈니랜드 캐슬 역시 독일에 있는 노이슈반슈타인 성과 프랑스에 있는 여러 건축물들에 영감을 받아 재해석하여 만들어진 디자인인데, 정리하자면 유럽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다시 유럽으로 가져가며 재해석한, 이중 재해석이 적용된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여인들의 성'이라 불리는 슈농소 성의 모습. / 출처: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18/07/430056/ 

이 독특하고도 독보적인 파리 버전의 캐슬 디자인의 이유는 프랑스의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면 된다. 프랑스에만 설치된 고성의 개수가 약 45,000개라고 한다. 그만큼 유럽인들에게 '성'이라는 존재는 환상적이거나 비일상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디즈니랜드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기 때문에 디즈니 이매지니어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캐슬을 디즈니랜드 파리에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출처: https://overseas.mofa.go.kr/oecd-ko/brd/m_8516/view.do?seq=1312555&srchFr=&srchTo=&srchW
출처: https://wdwnt.com/2020/03/breaking-disneyland-paris-closing-temporarily-due-to-coronavirus-covid
출처: https://www.reddit.com/r/disneyparks/comments/e7aukh/the_interior_of_disneyland_pariss_castle_is

전체적인 형태는 몽생 미셸에서 영감을 받아 풀이 덮힌 언덕이 세워졌고, 비대칭이 적용되었다. 캐슬과 광장을 연결해주는 다리도 곡선 형태로 바꾸고, 거대한 원형 스테인드 글라스가 설치되었다.  


캐슬 내부도 식물 등에서 영감을 받은 독특한 디자인이 적용되었다. 내부에는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 장식이 있는데, 이것은 노트르담 대성당 스테인드 글라스 작업에도 참여한 프랑스 장인들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출처: https://disney.fandom.com/wiki/La_Tani%C3%A8re_du_Dragon

그리고 파리 버전의 캐슬은 전 세계 디즈니랜드 캐슬 중 유일하게 지하 동굴 'La Taniere du Dragon'이 조성되어 있는데, 동굴로 들어가면 슬리핑 뷰티의 빌런인 말레피센트 드래곤 애니매트로닉스가 거대한 자태로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개장 당시 전 세계 디즈니 테마파크에 있는 애니매트로닉스 중 가장 큰 규모의 애니매트로닉스라고 전해진다. 얼마나 디즈니 이매지니어들이 디즈니랜드 파리 프로젝트에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출처: https://www.dreamstime.com/editorial-stock-image-panorama-fantasyland-disneyland-paris-panoramic
출처: https://www.laughingplace.com/w/news/2021/09/18/disneyland-paris-releases-video-tour-of-fantasyl

캐슬 너머의 디즈니 클래식 동화의 세계, 판타지랜드(Fantasyland) 역시 파리 버전이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다. 미국과 도쿄 버전의 판타지랜드는 중세 카니발 컨셉을 적용한 다소 미니멀한 디자인이지만, 디즈니랜드 파리의 판타지랜드는 온갖 디테일로 무장한 화려한 파사드 디자인을 적용하여 마치 유럽의 화려한 동화 속 전원마을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만들어준다. 디즈니 클래식 동화 속 세계를 가장 동화 속 처럼 구현해 놓은 곳이 바로 디즈니랜드 파리의 판타지랜드이다.





출처: 디즈니랜드 파리 공식 홈페이지

디즈니랜드 레일로드가 정차하는 판타지랜드 기차역의 디자인마저도 정말 고풍스럽고 디테일하다.



출처: https://www.markeades.com/discoveryland-at-disneyland-paris/
출처: https://www.markeades.com/discoveryland-at-disneyland-paris/


출처: https://www.markeades.com/discoveryland-at-disneyland-paris/

디즈니랜드 파리의 하이라이트이자 디자인의 끝판왕은 바로 디스커버리랜드(Discoveryland)이다. 바로 미국 버전의 투모로우랜드(Tomorrowland)를 유럽 정서에 맞춰 로컬라이징 한 곳인데, 미국 버전의 투모로우랜드가 미국의 미래기술과 우주로의 갈망을 직관적으로 그려냈다면, 파리 버전의 디스커버리랜드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소설가 쥘 베른의 소설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영화 속 세상을 바탕으로, 그가 과거의 관점에서 바라봤던 미래를 테마파크로 표현한 것이다. 


마치 미국과 프랑스의 차이처럼, 미래로 향한 도약보다는 발견을 통한 낭만이 주를 이루는 곳이다. 과거에서 바라본 미래를 테마로 하는 곳 답게 레트로 퓨쳐를 연상케 하는 조형물들과 어트랙션들이 화려한 색감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출처: https://www.thecoasterkings.com/disneyland-paris-early-spring-2020-trip-report/
출처: 디즈니랜드 파리 공식 홈페이지
출처: https://www.markeades.com/discoveryland-at-disneyland-paris/
출처: https://rcdb.com/959.htm

동명의 쥘 베른 원작을 배경으로 한 영화 <해저 2만리>에 실제로 등장했던 네모 선장의 노틸러스 호와 오르간, <지구에서 달까지>를 모티브한 급발진 시스템을 갖춘 다크코스터 스페이스 마운틴 미션 2(Space Mountain Mission 2), 영화 <아일랜드 앳 더 탑 오브 더 월드>에서 영감을 받은 하이페리온 비행선 등 여러가지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어트랙션들과 거대하고 독특한 모양의 조형물들이 가득하다.





출처: https://www.ioviaggiocontopolino.it/curiosita-di-disneyland-paris-discoveryland/

하나 예로 스페이스 마운틴 미션 2 같은 경우는 미국 볼티모어 건 클럽에서 만든 콜롬비아드(Columbiad)라는 로켓포를 사용하여 지구에서 우주로 로켓을 쏜다는 설정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재미나고 상상력 넘치는 레트로 퓨처 설정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테마파크 조형물이다. 예술 그 자체이다.




출처: 디즈니 파크 공식 홈페이지

지금은 스타워즈, 토이 스토리 등의 디즈니 콘텐츠가 들어오며 디스커버리랜드 본래의 의미는 조금 퇴색되지 않은 면이 없나 하는 아쉬움도 있긴 하지만 디스커버리랜드 그 의미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는 디즈니랜드 파리가 얼마나 예술적인 테마파크인지 증명해주는 가장 큰 요소가 아닐까 싶다.




출처: https://www.parisconnection.fr/product/disneyland-paris-tickets-transfers-2-parks/

이것 말고도 다 소개하지 못한 곳들이 많지만, 간략하게 여기서 줄여볼까 한다. 디즈니랜드 파리는 가장 아름답고 예술적 디테일이 많은 디즈니랜드이지만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는 디즈니랜드이기도 하다.와인을 물처럼 마시는 프랑스인들을 위해 파크 내에서 주류 판매를 허가시키고, 추우나 더우나 밖에서 식사를 하는 문화를 고려하여 많은 노천 테이블을 배치시켰다. 그리고 디즈니랜드에 이어 두 번째 스튜디오형 테마파크인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Walt Disney Studios)도 개장했지만 더더욱 저조한 성적을 보이는 테마파크가 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디즈니랜드 파리의 원래 개장 당시 이름은 '유로 디즈니랜드(Euro Disneyland)'다. 프랑스인들의 반감을 살까봐 디즈니랜드 파리라는 지금의 이름으로 명칭을 변경한 것이다. 파크 내에서는 디즈니랜드 파리라고도 불리지도 않고, 그냥 디즈니랜드 파크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요즘 같은 저성장 시대에, 각종 미술 사조와 시대를 고증한 디자인의 테마파크는 내 세대에서는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디즈니랜드 파리 건설 시에는 디즈니의 풍족한 자금 상황이 밑바탕이 되기도 했다. 


아무튼 여러 가지 이유로 콧대 높은 프랑스인들의 눈높이를 맞춘 디즈니랜드 파리의 섬세한 디자인들을 다시 한번 살펴 보면서, 기약 없는 디즈니랜드 파리 여행 일정을 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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