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단순하다. 초등학생 시절, 나는 받아쓰기의 제왕이었다. 무조건 100점. 웬만한 성인들도 틀릴법한 맞춤법을 척척 맞췄다. 따로 책을 많이 읽거나 한것도 아니었다. 어쨌든 뭔가 끼적이고 칭찬을 들으니 좋았다.
비디오방에서 판타지 소설들을 끼고 살았다. 교과서보다 더 많이 보았다. 활자를 눈에 담는 과정에서 맞춤법 전문가가 되고, 자연스럽게 쓰고 수정하는 방법을 터득했지 싶다.
타자 속도 또한 무지하게 빨랐다. 그때는 컴퓨터가 막 가정집에 보급되던 시기였다. MS-DOS를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윈도우 95가 나왔고, 포켓몬 이미지를 lycos에서 내려받아 플로피 디스켓에 저장하곤 했다. 그 시절에 이미 타자 속도가 700타가 넘었다.
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단순하지만 글쓰기에 나름 진지하다. 브런치 작가가 된지는 5년이 다되어가지만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초심을 되찾고 꾸준히 글을 쓸 것이다.
...라고 하지만, 에세이를 쓴다는 것은 막막하다. 일단 책이라도 읽자 싶어서 읽은 책이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방법"이라는 책이다.
1. 깨닫는 과정을 정리하라
에세이와 일기의 가장 큰 차이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글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약하게나마 깨달음과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일어나서 밥을 먹고 씻고 잤다. 라고 마무리되면 일기다. 일어나서 밥을 먹는데 이런 이런 광경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가 되어야 한다.
2. 가끔은 툭 내려놔라
1번 항목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하지만 모든 글, 모든 꼭지에 거창한 메시지를 담으려 할 필요는 없다. 모든 글에서 그런 인사이트를 찾아내고 깨달아야 한다면, 독자들 입장에서도 상당히 피로하다.
한번씩은 특별하거나 거창한 교훈없이, 그냥 가볍게 글을 툭. 하고 마무리 지을줄도 알아야 한다.
3. 소소한 사건을 써라
거창한 사건은 흔히 일어나지도 않는다. 소소하고 별것 아닌 이야기로 시작하는 글을 써야 더 오래, 많이 쓸수 있다. 주변에 소소한 일들은 차고 넘친다. 에세이 작가는 그런 일들로 글을 뽑아낼 줄 알아야 한다.
소소한 일을 기록하되, 펜을 들고 밑줄을 치고 싶게끔 만드는 문구 하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4. 뭐라도 써라
순간 스치듯 지나가는 감정이나 생각, 아이디어를 흘려보내지 마라. 휴대폰을 사용해 간단하게라도 메모하고, 정 어려우면 녹음 기능을 통해 말로라도 기록해라. 그리고 써라.
거창한 계획을 세워 기승전결이 완벽한 글을 딱! 내놓으려 하지말고, 일단은 시작해라. 필요한 자료는 쓰는 중에 찾아도 된다. 어차피 초고는 쓰레기다. 완벽한 글을 쓰겠다고 생각할수록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 책에서 가장 감명깊었던 부분.
"독자는 훌륭한 업적을 쌓은 사람의 이야기에서 배움을 얻고 싶어 하기도 하지만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의 이야기에서 공감과 위로를 받고 싶어도 해요."
이게 에세이의 본질이 아닐까? 열심히 쓰면서도 "나같은 사람이 작가 타이틀을 달고 글을 쓰는게 가당키나 한가?" 하는 불안감이 들지만, 오늘도 글을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따뜻한 위로다. 에세이 기본에 대해서 알수 있었고 따뜻한 위로도 같이 받은 좋은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