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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거북 Sep 18. 2023

크몽에 서비스와 전자책을 등록한 날

경제적 자유(?)로의 첫 걸음

 경제적 자유라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으나 어그로 좀 끌어보려고 부제목에 썼다. 미안합니다. 왜 싫어하냐면 일단 나는 "노동의 가치"를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적 자유라는 말 자체가 성공한 사람들이 소위 "성공팔이"를 하기 위한 자극적인 워딩인 것 같아서 딱히 선호하지 않는다(반박시 님 말이 맞습니다).


 혼자 힘으로 살아 남겠다며 호기롭게 회사를 뛰쳐 나왔다. 물론, 마냥 "회사 싫어! 자유 좋아!"가 아니라 아내와 나의 성향, 상황, 직장, 직업, 육아 등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결과이다. 결론은 "아내는 회사에 집중하고, 나는 프리랜서로 피벗한다"였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광고밥을 먹고 있기 때문에 광고 운영 관련한 스킬을 활용하여 돈을 벌어야 한다. 그리고 오로지 "광고 운영" 스킬 하나로는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을 잘 알기에, 일러스트레이터/포토샵/애프터이펙트 평일 야간 학원을 등록해둔 상태다.


 한 일주일 정도 매달린 것 같다. 크몽에 광고 운영 대행 서비스를 런칭하고, 관련 노하우를 담은 전자책을 전문가 승인 신청 해두었다. 8년이 넘는 세월동안 그냥 눈뜨면 하던 광고 관리인데, 그걸 회사 밖에 나와서 영업 무기로 활용하려고 하니 녹록치 않았다.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시각화하고, 초보자 입장에서 다시 서술한다. 나 자신을 어필할 수 있도록 경력을 정리한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무슨 브랜드를 했고, 무슨 매체를 집행했고 무슨 성과를 냈다. 이것을 텍스트로 쭉 정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적다보니 비가 오는 추운 날에 벌거벗겨진 것 같다. 나의 스킬, 이것만으로 회사 밖에서 먹고 살 수 있나? 사실 내가 성과라고 생각하던 것들은 동료들과 상사들의 것은 아니었을까? 그들 없이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개발팀과 디자인팀 없이, 내 스킬이 빛을 발할수있나?


 평소에 포트폴리오 관리를 나름 했다고 했는데도 쉽지 않았다. 전문가로 등록하고 전자책을 쓰는 과정에서, 정말 삐까번쩍하게 앞서 나가는 프리랜서들을 보았다. 그들의 상세페이지와 걸어온 길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멋지게 팔짱을 끼고, 본인의 얼굴을 내걸고 영업하는 모습이 멋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공포가 찾아와서 그들을 보는 것을 그만 두었다. 나는 이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하는 개미다. 시작부터 정점에 올라선 자를 쳐다봐서는 안된다. 필요하다면 참고하고 배우되, 넋놓고 바라봐서는 안된다. 등산을 하는 사람은 정상을 보는게 아니라 시선을 낮춰 무릎 상태와 운동화 끈을 체크해야 하는 법이다.


 솔직히 두려운 마음이 크다. 탈출해야 할 대상으로만 인식하던 "회사"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나의 모자람과 부족함마저 이해해주고 케어해주며 기다려주던 "방어막"이었구나, 라는 못난 생각이 슬금슬금 든다.


 하지만 이제와서 뒤돌아볼수는 없다. 어떻게 첫 술에 배부르겠는가. 그저 앞만 보고 나아가겠다. 내가 포기하면 나의 아이가 밥을 굶는다. 라는 비장한 각오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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