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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미기miggie Nov 22. 2018

‘너 자신을 알라.’ 더 좋은 사람이 될 기회이다.

<나의 단점 극복기>

 우리는 살면서 자기소개서를 몇 번 쓸까. 이쯤되면 정말 질리도록 썼기 때문에 웬만하면 쓸 내용이 머릿속에 정리돼서 숨도 안쉬고 내뱉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언제나 부담되고 아리쏭한 글쓰기가 바로 자소서다. 특히나 우리가 자기소개서를 쓸 때
많이 어려워하는 부분은 바로 '장단점 쓰기'이다. 장단점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괜히 민망해져서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던 적도 많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어떤 점이 부족한지 잘 알고 있을까?
 

 내가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온 나의 단점은 '표정'이었다. 내 주변 사람들은 분명 나에게 말 걸기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못해도 두 번은 있을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있는건데도 표정이 왜 이렇게 굳어있냐, 기분 안좋냐, 인상이 차갑다 등 걱정 반 지적 반인 말을 많이 들어왔다. 그렇다고 내가 미간에 힘 빡주고 입꼬리 내려간 채 인상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무감정', '무표정'으로 있다는 것이 내가 가장 억울한 것이었다.
 사실 이런 지적은 거의 엄마에게 많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들을 때마다 짜증이 나기도 했다. 아니 내가 이런 얼굴인데. 그렇다고 하루종일 얼굴에 힘 주며 입꼬리 올리고 다닐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인상을 쓴 것도 아닌데 자꾸 인상 피라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런 내가 이걸 딱 고쳐야겠다 마음 먹은 사건이 하나 생겼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수학 수업을 듣고 있을 때였다. 수학 선생님은 좋이신 분이었는데 살짝 다혈질이셨다. 성함이 박진영, 본인을 JYP로 기억해달라고 하셔서 아직 기억 중이다. 어쨌든, 그 날 선생님이 기분이 많이 안좋으셨나보다. 칠판이 더러워서 막 화를 내셨는데 크게 화를 내시고는 다시 수업을 시작하려는 중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 때 수업을 시작하려 책을 피고 펜을 잡은 채 칠판과 선생님을 응시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잡고 있던 책을 놓더니, "닌 또 왜? 뭐 내한테 화난거 있나?" 이러시는 거다. 내가 그제야 놀란 토끼눈이 되니 선생님도 아차, 싶었던지 곧바로 표정을 풀고는 내가 화난 줄 알았다고 얘기하셨다. 그렇게 수업을 다시 시작했지만 중학교 2학년 15살이었던 내게 공개적으로 표정에 대한 지적을 받은 것은 조금 충격이었다. 더 충격이었던 것은 선생님이 내 놀란 토끼눈을 보고 당황하며 바로 화를 푸는 모습이었다. 정말 내 표정 하나로 인해 기분이 나빠진 것 아닌가. 한 방 맞은 것처럼 깨달았다. 아, 이러다 정말 큰 오해 사겠구나.

 사실 엄마가 평소에 인상 지적을 하며 늘 하던 말이 있었다. 엄마도 나처럼 인상이 차가웠는데, 하도 지적을 많이 들어 거울 보고 웃는 연습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나도 일단 거울 앞에 섰다. 얼굴을 좀 풀어보려 하니, 내가 얼굴 근육이 많이 굳어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입이 찢어질 듯 '아 에 이 오 우'를 크게 반복하며 얼굴 근육을 풀어보았다. 눈을 크게 뜨며 볼에 바람도 잔뜩 넣으며 다양한 표정을 지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얼만큼 꼴보기 싫게 얼굴을 풀어야하냐면 어쩔 때는 입 주면이 아프고 빨개진다. 사람들 많은 밖에서는 잘 못하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얼굴 운동을 시작한다. 양치를 하면서도, 세수를 하면서도. 밖에 나가기 직전까지 '아 에 이 오 우'.
근육을 다 풀었다싶으면 이제 표정 연습을 한다. 웃는 것도 그냥 웃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미소만 짓기, 크게 미소짓기, 이 보이게 웃기 등등 웃는 연습도 적재적소에 곧바로 표정 배치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남이 들으면 뭐 저렇게까지 해야되냐, 무섭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처음 이렇게 버릇을 들여놓으니, 어느 순간 나는 잘 웃는 아이가 되어있었다. 웃는 모습이 예쁘다는 소리도 종종 듣기 시작하며 이제는 잘 웃고 예쁜 웃음을 가진 것이 나의 가장 첫번째 장점이 되었다.
 무표정이 차가운 것은 여전하지만 나는 그것을 잘 웃는 방법으로 승화시켰다. 웃지 않을 때에도 의식적으로 입꼬리를 올리려는 노력 덕에 무표정도 예전보단 많이 부드러워졌다.
 처음 내가 인상에 대해 지적을 받았을 땐 잘못한 것도 아닌데 억울했다. 그게 내 특징인데 왜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하고 말이다. 그러나 조금 마음을 바꿔보면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아닌가! '이게 난데', '어쩌라고' 이런 마음가짐도 때론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 그러나 무턱대고 그렇게 산다면 우리는 좋은 사람이 될 기회도, 옆에 다가온 좋은 사람도 놓칠 수 있다.

'너 자신을 알라.'

우리는 우리의 단점도, 우리가 우리의 생각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나를 귀찮게 구는 단점이 있다면 이렇게 한 번 극복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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