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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련 Dec 22. 2020

친구의 성공이 날 우울하게 할 때

'평범한 사람'임을 인정해야 할 때

무심코 인스타그램 피드를 내리다가 자동차 사진을 봤다. 올린 사람을 올려다보니 나랑 같은 시기에 졸업했던 대학 동기다. 아니 나랑 똑같이 졸업했는데, 얘는 벌서 차를 샀다고? 내게 허용된 차라고는 회식 2차, 옥수수 수염차 뿐인데... 그 친구 프로필을 타고 계정에 들어가 보니 아주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거 같다. 자취방도 어쩜 이렇게 예쁘게 잘 꾸며놨는지 비싼 오피스텔도 부럽지 않을 수준이다. 게다가 애인과 근교로 다녀온 데이트 사진까지. 아니 이럴 리가 없는데... 저 친구 분명히 나보다 인기도 없었고 별 달리 능력이 뛰어나 보이지도 않았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건 완패다. 이건 의심할 여지없는 나의 퍼펙트한 패배인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핸드폰을 당장 꺼버리고 한 줄이라도 쓰려고 한다. 그러다가 이런 글 써봤자 뭐하나- 밥벌이가 되나 누가 읽어주기를 하나- 싶어서 괜히 이력서를 또 고친다. 그러다가 각종 채용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다가 '현타'를 맛보고 이내 그만둔다.  


나는 항상 '특별한 사람'이고 싶었다. 어딜 가서나 주목을 받고 남들에게 칭찬받는 그런 사람. 어느 순간 슬럼프에 빠져도 아주 멋진 스토리로 극복하고 남들에게 공유하며 명예도 얻는 그런 사람. '나도 저 사람처럼 되고 싶어'의 '저 사람'이 되기를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영 딴 판이다. 굳이 말하자면 '쟤처럼은 되지 말아야지'의 '쟤'가 되었다. 그래. 이 세상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었다. 난 조연조차도 아니다. 누군가를 받쳐주는 들러리나 엑스트라. 딱 그 정도가 어울렸다. 스포트라이트는 내가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있었다. 난 엄두도 못 낼 자동차를 사고 인증샷을 SNS에 올린 친구에게, 난 올해도 솔로인데 애인과의 데이트 사진을 올리는 친구에게, 나보다 더 잘 생긴 사람에게, 나보다 더 돈이 많은 사람에게, 나보다 키가 큰 사람에게, 나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나만 이런 열등감을 느끼는 걸까?
남들도 이런 열등감을 느끼지만 참고 사는 걸까? 


초반엔 나의 열등함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남을 깎아내렸다. 키가 큰 저 사람은 너무 멀대 같아, 벌써 차를 샀다고? 완전 허세네, 저 커플 저거 분명히 얼마 안 가서 깨질 걸? 

하지만 이런 유치한 자기 위로도 아주 잠깐 작용할 뿐. 그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주연이고 나는 엑스트라인 건 여전했다. 중반이 되자 나의 찌질함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남들보다 뛰어난 것도 없으면서 그저 헐뜯기나 했던 나의 바보 같음을 미워했다. 그리고 나를 세상에서 가장 멍청하고 쓸모없는 존재로 낙인찍었다. 식물은 예쁘고 산소를 만들어 내기라도 하지, 난 공기와 음식만 축내는 머저리라고 탓하며 나 자산을 미워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초반에 내린 답도, 중반에 내린 답도 다 틀렸다.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은 그저 그 사람들의 삶을 살아가는 거다. 나 혼자 그들을 깍아내려봤자 그들의 가치는 변함없다. 마찬가지다. 중반처럼 나 자신을 탓하고 쓸모없는 존재로 낙인찍어도 똑같다. 나는 여전히 나고, 앞으로도 잘 살아야 할 나다. 모두가 특별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진부하지만 아주 명확한 '나는 나대로 살면 된다'라는 말을 항상 새겨야 한다. 모두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연이 될 수는 없어도 내 인생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존재가 나면 되는 거다. 다른 이의 특별함을 쫓지 않아도 되는 거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고치지 못할 불치병일 것이다. 하지만 난 그래도 인정하기로 했다. 

어차피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은 될 수 없다. 


언제 어디서나 특별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난 내가 평범하다는 걸 인정하는 거다. 내가 평범하다고 해서 열등한 건 아니니까. 남들이 볼 때 평범한 것이 내게는 반짝반짝 빛나도록 특별한 것일 수도 있잖아. 

어쨌든 나도 누가 읽어주겠냐며 의심하면서도, 누군가 읽는다는 것이 창피하면서도, 타인들이 읽어주길 바라며 이 글을 쓰고 있으니까.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글일지 몰라도 나에겐 아주 특별한 글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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