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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mbrella Sep 24. 2021

이젠 마음껏 돌아다녀도 된다고.

노유다, 코끼리 가면, 움직씨 출판사 (바이링궐 에디션, 2018)

요즘 밤 10시에 잠들어 새벽 5-6시쯤 일어난다. 요 며칠 추석이라 6시에 일어나도 굳이 잠을 청해서 9시쯤 일어나곤 했다. 오늘도 새벽 다섯 시쯤 눈이 떠졌다. 잠을 더 청하려다가 왠지 일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책이 생각났다. 이유는... 바다에 가고 싶어서?


도서전에서 이 책을 산 건 책을 얼핏 살피며 마주친 바다 그림이 좋아서였다. 예전엔 산이 좋냐, 바다가 좋냐라는 질문에 수영을 하지 못하는 특성 때문에 산이 좋다고 대답했는데, 이젠 바다가 좋다고 대답한다. 바다의 파랑과 파도가 좋아서 그렇다.


그림 하나하나, 글씨 하나하나 꼬박꼬박 읽었다.그날 그때의 그 순간은 나에게 묘한 위로를 줬다. 작가님께 받은 사인을 확인하자마자 돌아가서 작가님을 안고 싶어질 정도로 눈물이 나는 글귀를 선물 받았기 때문일까. 우연히 집어 든 책의 작가님이 내 눈앞에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잠이 덜 가신 채로 읽어 목이 뻐근했지만, 이내 분노와 슬픔으로 목이 뻐근해졌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제발 이게 사실이 아니길, 누군가의 역사가 아니길 바랐다. 그리고 이내 확인한 한 가족사진 앞에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약을 내던지는 장면은 시원하고 슬펐고 화났다. 나도 '너'만큼은 아니더라도 코끼리 가면 이야기를 하고 약을 내던진 그를 안아주고 싶었다. 한편으론, 나도 언젠가 그럴 수 있는 날이 올까, 내가 약을 먹고 싶어 하지 않는 날이 올까,라고 생각했다.


이젠 아이와 코끼리가 마음껏 돌아다녔으면 좋겠다. 대신 아프니까 꼭 신발은 신고. 뭐, 신발 신기가 귀찮다면 맨발도 괜찮지만, 그러면 나는 맨발에 긁힌 상처들에 퍽 속상할 것 같다. 그래도 이제 마음껏 돌아다녔으면 좋겠다. 그리고 돌아오면 돌아와 줘서 고맙다고 꽉 안아줄 테다.


그리고 마음껏 말하고, 욕하고, 소리 질렀으면 좋겠다. 또 다른 아이와 코끼리들도.  


노유다, 코끼리 가면, 움직씨 출판사 (바이링궐 에디션,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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