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교직 인생의 마무리를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 명예퇴직 신청 예정) 20년간 몸담았던 교육계를 위해 의미 있는 일 하나는 하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는데요. 가진 게 글 쓰는 재주뿐이어서 책을 쓰게 됐습니다. 글 쓰는 게 쉬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만, 이번 책은 정말 힘들었네요. 이번 책에 들어가는 글은쓰고 싶은 글보다는 ‘써내야 하는 글’에 가까웠거든요. 중간에 몇 번을 포기했는지 모릅니다. 서이초 사건을 비롯한 작년의 가슴 아픈 사건들과 뜨거운 투쟁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이 책은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심정은 서문에 잘 기록해 두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출발할 땐 보이지도 않았던 돌부리에 걸려 자주 넘어졌다. 책을 쓰는 과정은 나를 넘어뜨린 돌부리에 이름을 붙이는 작업이기도 했다. 지식과 역량 부족, 다른 선생님과의 비교로부터 오는 열등감, 체력 저하, 열정 고갈 등. 나를 넘어뜨린 돌부리 옆에 주저앉아 포기한 적도 여러 번이다. 그러다 어느 한 사건을 만났다. (책을 읽다 보면 어떤 사건을 말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길 건너에서 울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매일 아침 해가 떠오르면 죄책감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그림자가 들러붙지 않는 밤마다 글로 그림자를 털어냈다.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엉덩이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걸었다. 쓰다가 포기했던 글도 이어 나갔다. 끝내 글을 마무리하고 지금 이 글을 쓴다.
- '들어가는 글' 중
삶이란 게 참 아이러니하죠. 교실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음을 깨닫고, 마지막은 작은 학교에서 근무해 봐야지 하고 찾아간 6학급 학교. 그곳에서 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 심지어 관리자까지 모두가 마음에 드는 인생 학교를 만나게 될 줄이야. 인생 학교를 만나놓고 왜 떠나느냐... 하실 수도 있는데, 그 얘기를 책에 담았습니다^^;;
책 표지에 사랑스러운 열기구가 그려져 있는데요. 이거 타고 날아가 보렵니다^^
작가 소개에도 다음과 같이 써놨습니다.
‘지금은 열기구 탑승을 앞두고 있다. 열기구라는 단어의 비밀과 열기구에 닿기까지의 여정을 책에 담았다.'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열기구가 이번 책의 키워드입니다^^
이 책이 오늘부터 예약판매에 들어갑니다, 이 얘기를 참 길게도 써 놨네요^^;;;
제목은 '어서와, IB는 처음이지?'이고, 오늘부터 예약 판매가 시작됩니다. 목차와 책의 성격을 말해주는 서문일부를 소개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겠습니다.
운명은 늘 우연을 가장해 나를 찾아온다. 내가 IB 학교에 오게 된 것도, 지금 IB를 주제로 책을 쓰고 있는 것도, 매일 아침 손잡고 등교하는 두 딸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출근하게 된 것도, 어쩌면 운명이라는 시나리오에 이미 쓰여있는 장면인지 모른다. 물론 시나리오 작가는 나다. 가던 길에서 방향을 잃은 나, 운명의 갈림길에서 IB의 존재를 알게 된 나,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나, 동기부여와 열정이라는 연료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는 나, 마음 접기가 종이 접기보다 쉬운 나,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기 힘든 나, 맨몸으로 비 맞고 있는 누군가가 보이면 뭐라도 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나. 이 모든 ‘나’가 합작하여 시나리오를 썼고, 여전히 나는 시나리오 안에 있다.
이 시나리오의 1막과 2막 사이 인터루드(interlude)를 쓰는 심정으로 책을 썼다. 호기롭게 시작했으나 나에게 책을 쓸만한 자격이 있는가 라는 질문 앞에 자주 망설였다. 이미 IB에 대해 잘 정리해 놓은 책이 많은데 굳이 나까지 책을? 그러나 오히려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IB 학교에 갓 전입한 초짜 교사의 눈높이로 IB에 대해 쉽게 설명해 주는 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편지 쓰듯 글을 써 내려갔다.
(중략)
결과적으로 이 책의 장르를 콕 집어 말할 수 없겠다 싶을 만큼 다양한 장르와 주제가 혼합된 책이 나왔다. 지금부터 이 책은 IB 전입교사 안내문이 되었다가, 교실의 알콩달콩한 일상을 라디오 사연처럼 전달하는 교육 에세이가 되었다가, 대한민국의 어느 교실을 잠입 취재한 르포르타주가 되었다가, IB와 공교육이 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칼럼이 되었다가 할 예정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뷔페처럼 다양한 음식을 한 상에 담았다고 표현하면 될 듯한데, 차린 음식이 입맛에 맞을지는 모르겠으나 각각의 음식을 차리는 데 요리사로서 최선을 다했다는 점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제 혼신의 힘을 다해 요리한 음식 한 상을 수줍은 손으로 당신 앞에 내민다.
미슐랭 가이드에 올라간 고급 양식집을 찾는 마음보다는 지난 주말 동네에 새로 오픈한, 푸근한 인상의 동네 아저씨가 차려주는 라면집을 찾아가는 마음으로 가볍게 읽어줬으면 한다. 라면을 다 먹고 나면 씁쓸한 뒷맛이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것은 나의 의도이므로 가게 리뷰를 달 때 별을 빼지 않아도 된다. 물론 라면이 맛이 없다거나, 해장하려고 짜파게티를 시켰는데 불닭볶음면이 나왔다거나, 진라면을 시켰는데 뿌셔뿌셔가 나와버렸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