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MBC 창작동화대상 수상작
작년 10월경 세자매 단톡방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나 MBC 창작동화대상 받았어!"
작은언니였다.
등단은 2014년에 했지만 그래도 계속 다른 공모전에 도전하고 있었고 마침내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더욱 반가웠던 것은 수상작품이 '죽지 않는 개 루이'였다는 것.
"어느 나라에 죽지 않는 개가 있어서 신비한 영물로 추앙받는다는 스토리, 어때?"
물론 그런 개가 있을 리는 없고 그 뒤엔 정치적, 과학적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언니의 이야기에
나는 답했다.
"와, 너무 재미있겠다!"
그게 벌써 수년 전이었고, 스토리는 계속 발전을 거듭해서 마침내 '죽지 않는 개 루이'로 완성된 것이었다.
친동생의 특권으로 책이 나오기 전 파일로 먼저 읽었다.
안 그래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지러운 시기에 이 책 속 세상에서는 Dog 바이러스로 개들이 고통받는다.
그런 와중에 홀로 늠름하고 신비로운 자태를 뽐내는 한 마리의 개, 루이. 그런 루이를 위해 일하는 루이연구소 연구원 엄마와 아들 기석. 도대체 그 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나는 어린 시절 심심하면 무작정 작은언니에게 '옛날 이야기 해줘'라고 졸랐다.
그때마다 작은언니는 귀찮아하지도 않고 밑도 끝도 없이 종이와 연필을 꺼내 그림을 그려가며 '옛날에 말이야'하며 이야기를 시작하곤 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것은 정말 대단한 능력이었다. ‘피카디리 아베베와 세 가지 소원’이라는 제목 달린 이야기도 있었으니….
결국 아빠는 '이야기 중독' 초등생 딸들을 위해 <딱다구리그레이트북스>라는 세계명작동화 100권짜리 전질을 구입해주셨다. 당시 최고 인기였던 주황색 하드커버의 계몽사 전질보다는 저렴했지만(책 뒤에 190원이었던 가격이 기억난다), 조금이라도 유명한 세계의 모든 이야기가 그 안에 다 있었고 일주일에 한 번 10권씩 따로따로 배달되던 그 책들을 보면서 얼마나 설레고 행복했는지. 지금이라도 아빠에게 고마웠다고 그 결과를 보라고 하며 이런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유머감각 만땅이던 아빠는 분명 너스레를 떠시며 한마디 하셨을텐데.
언니는 아직도 이야기로 만들고 싶은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는 모양이다. 만날 때마다 새로 구상중이거나 쓰고 있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제 동화 읽기엔 너무 늙어버린 동생 대신 진짜 어린이들을 위하여 항상 열심인 언니의 에너지가 대단하다. 그런 언니에게 나는 ‘죽지 않는’ 시리즈로 ‘죽지 않는 '게'(crab) 꾸이’는 어떻냐는 등의 헛소리만 하고 있지만 말이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