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밀입니다 14
이제 비서실 직원들은 지윤을 잊기로 했다.
박상무는 모두에게 지윤과 관련된 발언을 삼가하라고 재차 당부하기도 했다. 사람을 뽑는 데 소심해진 사장은 새로운 정직원 비서를 뽑는 대신, 오후만 근무하는 단기 알바를 한 명 뽑는 선에서 비서실 인사를 마무리했다. 덕분에 수경은 정시 퇴근을 할 수 있었고, 어느 정도 일과 육아의 밸런스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이차장도 급여 인상을 얻어냈다. 이 회사의 흥망성쇠를 모두 꿰뚫고 있는 이차장을 대신할 사람을 찾기도 힘들다는 현실을 사장이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게 일이 마무리되던 어느 날 저녁, 수경과 이차장은 와인잔을 기울이며 둘만의 회포를 풀었다.
그들은 여지없이 전설의 김지윤 이야기를 활활 불태웠다. 당혹감에 일그러졌던 박상무의 얼굴을 흉내내며 깔깔댔고, 사장이 씩씩대며 소리 지를때 애국가를 불렀네, BTS 를 소환했네 하며 즐거워했다. 이차장은 지윤의 안부가 궁금하면서도 연락하기는 좀 무섭다고 했다. 수경도 지윤이 진짜 독한 애라고, 결혼이고 이혼이고 범상치 않은 얘기가 나올 때부터 알아봤다고 했다. 계속 같이 일했다간 더한 일도 당했을 거라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결국 결론은 자신들이 너무 순진했다고, 바보같이 착하게 살았다는 결론으로 끝났다. 지윤처럼 똑부러지게 할 말 다 하고 살아야 한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기분좋게 취한 수경은 택시를 불러 이차장을 먼저 태워 보냈고 자신도 집으로 향했다. 혼자 택시에 앉은 수경은 여의도의 반짝이는 불빛들을 멍하니 쳐다보며 오랜만에 취한 기분을 만끽했다. 빠르게 질주하는 차 안에서 그녀의 초점은 흐려지고 바깥 풍경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분명히 아는 길일테지만 건물들이 불빛들이,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뭉개지고 있었다.
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래도 나는 애 엄마니까...... 착해져야지.......”
갑작스런 수경의 목소리에 택시운전사가 “예?”하고 되물었다.
수경은 흐리게 웃으며 말했다.
“착해야 된다구요. 그치만......세상이 참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