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미젤리 Sep 27. 2024

책을 내자!

다시 글을 써야겠다


집에서 가까운 여성가족플라자에서 글쓰기 수업을 하고 난 결과물을 한 편씩 올리던 게 브런치의 시작인데, 요즘은 강의를 안 들으니 글도 안 써졌던 참이다. 


어느 날 센터에서 3주년 기념식을 홍보하는 자리에 독서 동아리 리더로 참석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냥 자리에 앉아 있기만 하면 되는 자리인가 보다 싶어 흔쾌히 알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자주 뵙던 센터 직원들이 기념식 전 먼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아마 구청장도 오고 하는 자리라니, 센터와 관련 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의 말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카페에서 커피에 케이크까지 잔뜩 사 온 착하고 예쁜 직원들이 하는 말이, 그날 나의 역할은 구청장과의 대담 자리에 패널로 참석하는 것이라고 했다. 독서 동아리뿐 아니라 ‘글쓰기 강좌와 연계해 나의 꿈을 찾았다’는 스토리로 이야기를 전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직원들이 얼마나 집중해서 내 얘기를 들어주던지 마치 진짜 작가라도 된 듯 어깨춤을 추며 기꺼이 참석하기로 했다. 




드디어 3주년 기념식 날, 나는 다른 3명의 패널들과 함께 구청장과 한 테이블에 앉은 토크쇼 참가자가 되었다. 물론 센터 직원분들이 적어 준 대본과 함께였다. 다소 낯 간지럽지만 ‘작가님’으로 불리며 나의 꿈을 성취한 대단한 주민으로 소개되었다. 쇼가 시작되고 일단 대충 이야기를 하다 대본을 몰래 보려 했지만 정신이 없어 이어진 대사를 찾기가 더 어려웠다. 다행히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도 안 나고 실없이 계속 웃으며 말의 앞 뒤를 맞추지 못해 몇 문장 이상하게 둘러댄 것도 같다. 바로 앞에서 또랑또랑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던 수많은 눈동자들의 압박에 저 멀리 허공을 보느라 눈을 치켜뜬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문제는 이 날의 영상이나 사진이 나에게는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마구마구 사진을 찍는 것 같았는데, 아무도 나에게 전해주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센터 홈페이지, 구청 홈페이지를 몰래 들여다보며 내 상기된 얼굴이 혹시 나왔을까 뒤져봤지만 아직 보이지 않는다. 아는 사람들이 혹시라도 볼까, 내가 먼저 보고 대비를 해야겠는데 말이다. 


어쨌든 그날의 성과는 있다. 호기롭게 ‘책 한 권 내보겠다!’, ‘구청장님께 사인해 보내드리겠다’ 외쳤는데, 이 허풍을 계기로 정말 좀 더 노력해 봐야겠다 결심하게 된 것이다.


이제 더운 여름은 가고, 아픈 몸도 회복되었고, 독서토론 과정도 거의 끝나가다 보니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나의 다음 목표는 ‘매주 글쓰기’ 그리고 ‘책으로 완성해 보기!’로 정했다.


작가의 이전글 내 쉴 곳은 어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