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여름 이야기
해외여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여름 휴가지만큼은 서핑을 기준으로 고르고 싶었다. 멜버른이 될 수도, 포르투가 될 수도 있었던 후보지들을 제치고 나니 국내에 내가 아는 곳이라고는 양양, 부산, 제주가 전부였다. 새로운 곳이 없나 살펴보던 찰나 포항에서 서핑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포항, 뭔가 신선하다!”
과메기나 포항공대 밖에 들어본 적 없는 포항을 서핑 때문에 가보게 되었다. 포항이 고향인 친구들에게 포항 서핑에 대해 물어보면 “어, 나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서울에 올라와서,,, 우리 어릴 적엔 서핑이 없었어.”라는 대답 밖에는 돌아오지 않았다. 포항에 서핑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일 테니 당연한 대답이다.
지금도 부산, 제주, 양양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서핑 타운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는 되는 숫자의 서핑숍들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서핑이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 서핑숍을 따라 분위기 좋은 카페, 펍, 샵 등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이렇게 사람이 모이면서 조용한 바닷가 마을이 핫 플레이스로 변화하는 듯하다. 우리 역시 서핑을 하고 나면 분위기 좋은 곳에 가서 칵테일 한잔, 맥주 한 잔 마시는 게 그렇게 행복하고 좋았으니까.
‘일주일간 아무 생각 없이, 원 없이 서핑하다 가자!’라고 마음먹고 왔지만 하필 우리가 갔던 주는 파도가 제로에 수렴했다.
“사장님, 내일은 파도가 올까요?”
라는 질문을 몇 번이나 던져야 했다. 억울해하시는 사장님은 지난주의 파도 영상을 보여주시며
“지난주까지만 해도 괜찮았거든요. 이런 장판이 아니었는데, 참 안타깝네요.”
라고 우리를 위로해주셨다.
B의 지난 3년간 휴가지는 발리였고, 나는 호주, 하와이였는데 그건 순전히 휴가의 목적이 서핑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몇 년간 줄곧 서핑을 하러 여름휴가를 다녀왔다는 것을 아는 친구들은 우리를 대단한 서퍼인 줄 알고 있지만 우리는 그저 vacation surfer라 일 년에 한 번, 여름휴가에만 서핑을 할 뿐이다.
“와~ 잘하시네요. 처음 타는 사람은 아닌데?”
“아, 몇 년 전에 타봤어요.”
이렇게 분위기 좋게 시작하지만 이내 선생님의 태도는 바뀐다.
“아, 몇 년이나 탄 사람이 왜 이렇게 못 타요? 파도를 잡을 의지가 없네, 없어”
‘저희는 그냥 바다 위에 있는 게 좋아요, 선생님.’
계획한 만큼 충분히 서핑을 하지는 못했지만, B는 이여름휴가에서 만난 사람과 일 년이 채 지나지 않아 결혼을 했다. 그래서 조금은 다른 이유로, 포항은 우리에게 특별한 서핑 스폿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