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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네진 은영 Mar 18. 2022

우리는 불안해서 술을 마시고 , 춤을 추고, 사랑한다.

영화<어나더 라운드>

감독:토마스 윈터베르크

배우:미즈 미켈슨



    '사랑의 꿈을 꾸는 한 젊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  철학자 키에르 케고르의  글 "젊음이란 꿈이다. 사랑이란 그 꿈의 내용이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덴마크  영화 <어나더 라운드>를  보았다.   철학자의  말로, 그것도  실존철학자   키에르케고르라니,  품격 있는 영화다.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 케고르가 쓴 <죽음에 이르는 병>을 가슴에 품고 지냈던  젊은 시절  의미도 모르고 읽었던 적이 있다.  죽음에 이르는 병이 무엇이었을까?   그때는 <고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병은 <절망>이었다.            



절망이라는  단어는  상당히  포괄적 영역을 내포한다. 작게는 키에르케고르의  절망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경우에도  해당된다. 잃었다는 사실에 절망하기도 하고 잃은 상태를 현실로  직면하고 있는 그 자신을 견디지 못하고 그 자신에 절망하고 있는  상태도  해당된다.  이 영화는  어쩌면  키에르케고르의 철학을 점으로 찍어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지루하고, 권태롭고, 가르치는 일에 절망하고 있는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주인공이다.   각각 역사, 체육, 음악, 심리학을 가르치는  고등학교 교사 니콜라이, 마르틴, 페테르, 톰뮈는 의욕 없는 학생들을 상대하며 열정마저 사라지고 매일이 우울하기만 하다.



젊은이들은 즐기고  불안하고  어른들은  감정을 절제하고 통제하며 불안하다.  덴마크에서는 고등학생들도 음주가 가능하다. 영화는 학생들이  축제하며  술을 마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동료 니콜라이의 40번째 생일 축하 자리에서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는 흥미로운 가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마르틴이 실험에 들어간다.


 


인기 없던 수업에 웃음이 넘치고 가족들과의 관계에도 활기가 생긴 마르틴의 후일담에 친구들 모두 동참하면서 두 가지 조건을 정한다.


 언제나 최소 0.05%의 혈중 알코올 농도 유지할 것! 밤 8시 이후엔 술에 손대지 않을 것!


지루한 교사, 매력 없는 남편, 따분한 아빠, 최적의 직업적, 사회적 성과를 위해 점차 알코올 농도를 올리며 실험은 계속된다.  인간에게 덜 채워진 술 0.05% 이상이 채워진 삶에 도전한다. 그것은 심장에 펌프질을 해준다.




술은 양면성이 있음을  빼놓지 않는다.  지나치면 중독으로 가는 치명적인 독주의 속성도  보여준다.  삶도 술처럼  통제되지 않는  것도....



그러나  순간순간   기쁜 날이 찾아온다.  열정도 찾고  사랑도 다시 찾은  주인공 마르틴은  마지막에  제자들과  춤을 춘다.   젊은이와 어른이 어우러진 삶의 춤  즐거움의 춤이다.



이동진 평론가는 그의 춤을 <그리스인 조르바>의  춤과 비교한다


"영화에서 그리는 술에 대한 묘사는 결국 우리 인생에 대한 묘사와도 같다. 술을 통제하는 것이 어렵듯이 인생도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마르틴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춤을 춘다. 이는 책 <그리스인 조르바>의 인물들이 탄광 사업에 실패한 후에 추는 춤과 마찬가지로, 비록 영화의 결말이 해피엔딩이 아니더라도 즐거이 추는 춤이다. "


 -이동진 영화평론가-




마르틴 역의  덴마크  배우  매즈 미켈슨이 발레리노 출신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나이에  발레 동작이 나오다니 감탄이다.  감동이다.  8년 전 [더 헌트]를 보고  그의  연기력에 박수를 보냈는데 이 영화를 본 후에는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고 싶어졌다.




 영화는 40대의 주인공들이  술을 즐기며  젊은 기운을 끌어올려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중년의 선생님들이 열정을 찾아가는 모습,  아이들이  공부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얼굴의 표정들마다  가슴이 뭉클하다.   변해버린 자신을 바라보고 눈물을 흘리고 사랑을 잃고  절망하는 매즈미켈슨의  진실한 연기와 마지막  영혼과 맞닿는 춤이 내 삶 속으로 들어오는 날이다.  



끝으로 토마스  빈터베르크  감독에게  애도의 마음을 보낸다. 그는 8년전< 더 헌터>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감독이다.  이 작품은 딸 <이다>의 아이디어로 쓴 작품이었는데 촬영 4일 전  프랑스  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한다.  이 영화에 나온 청소년들은 딸과 같은 반 아이들이다. 얼마나 아픈 마음으로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을지  가늠하지는 못하지만  영화 보는 내내  먹먹한 감동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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