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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환 Aug 27. 2023

야비한 게스트


나는 회를 좋아한다. 회 중에서도 탱글탱글 쫄깃쫄깃한 식감이 돋보이는 광어 회를 가장 좋아한다. 대형 마트 할인 타임 때 가면 소포장 실속 광어 회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서 자주 애용하는 편이다. 가끔 호화로운 식사를 즐기고 싶을 때는 횟집에 들러 금방 회 뜬 싱싱한 광어 회를 사 먹는다. 신선도가 높아서 그런지 횟집에서 금방 회 떠온 광어 회가 마트 광어 회보다 훨씬 더 식감도 좋고 맛있다. 


날 음식은 역시 신선도가 높을수록 더 맛있겠지? 하는 생각의 연장선 끝에 낚시로 갓 잡은 광어를 곧바로 회 떠먹는 식사에 대한 로망이 있다. 개인적으로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먹어 보고 싶은 음식 위시 리스트에 있다. 하지만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서 좀처럼 먹어볼 기회가 없다. 


일단 자연산 광어를 잡으려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야 하는데 시작부터 벌써 막힌다. 배를 타고 나가는데 성공한다 해도 상당한 숙련도가 필요한 낚시라는 더 높은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어찌저찌 운 좋게 자연산 광어를 잡는 데 성공해도 회를 먹으려면 생선을 손질하고 회 뜨는 기술이 필요하다. 


하나씩 천천히 차근차근 배워 나간다면 시간은 오래 걸릴지언정 해내지 못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는 것도, 낚시를 익히는 것도, 생선을 손질하고 회를 뜨는 것도 딱히 하고 싶지 않다는 데 있다. 나는 단지 갓 잡은 자연산 광어 회를 먹고 싶은 것뿐이다. 번거롭고, 힘들고, 시간과 노력이 드는 중간 과정은 다 점프하고 비열하게 달콤한 과실만을 맛보고 싶은 것이다. 


어떻게 하면 중간 과정을 다 건너뛰고 갓 잡은 자연산 광어회를 먹어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진지하게 해봤던 적이 있다. 배를 타고 떠날 준비를 하는 낚시꾼 파티를 수소문하여 “저... 혹시 시식 게스트로 참가 가능할까요?”하고 요청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방법을 상상해 보았다. 


하지만 열심히 낚시하는 내내 책이나 읽으며 놀고 있다가 겨우겨우 잡은 광어를 땀 뻘뻘 흘리며 힘들게 회 뜨자마자 “헤헤... 맛있겠다...” 하면서 다가와 홀랑홀랑 주워 먹는 야비하고 얄미운 게스트를 낚시꾼 그 누구도 환영하지 않을 것 같다. 꽤 많은 돈을 지불한다 하더라도 저런 부정한 존재를 배에 태우면 바다 신을 노하게 만들어 재앙을 면치 못할 거라고 거부할지도 모를 일이다. 


역시 진지하게 생각하면 진지하게 생각해볼수록 달성하기 어려운 위시 리스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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