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다정하고 무해하게, 팔리는 콘텐츠를 만듭니다>
<고막메이트>를 좋아하시나요?
유튜브를 보며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지겹게 들은 말, '단군 이래 가장 돈벌기 쉬운 시대'. 유튜버 신사임당의 입에서 나 온 이 한 마디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뛰어들었을까? 책에서 나온 표현을 빌리자면, 매일 평균 '60년' 분량의 콘텐츠가 올라오는 유튜브 시장에서 크리에이터들은 콘텐츠 차별화를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을까?
매일 쏟아지는 무수한 썸네일 파도 속에서 시청자의 선택을 받고자 하는 자극적인 카피, 이미지는 하루가 다르게 계속 발전하고 있다. 그런 콘텐츠를 뜻하는 단어들도 역시나 자극적이다. '렉카','즙 짠다','가짜뉴스' 등등.. 다 꼽기도 어려울 정도. "유튜브 접으려고 합니다." 라는 제목을 보고 클릭한 콘텐츠는 여지없이 '접으려고 했지만~ 사실은 아닙니다.'로 끝나는 걸 알지만 궁금함을 못 참고 클릭하게 되는 이 말초적인 자극. 알면서도 쫓게 되는 이 인간적이고도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콘텐츠들을 너도나도 생산하는 유튜브 시장에서 '다정하고 무해하게' 콘텐츠를 만들라니, 이게 무슨 소리일까.
유튜브 콘텐츠 <고막메이트>를 공동 제작한 옥성아, 채한얼 PD는 이런 유튜브 생태계에서 오히려 순한 맛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산 증인이다. <다정하고 무해하게, 팔리는 콘텐츠를 만듭니다> 에서는 그들의 자전적인 경험과 함께 고막메이트의 탄생 비화를 밝히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콘텐츠의 본질을 고민하는 기획
마케터로서 어떤 브랜드가 좋은 브랜드일까 무수한 고민을 하는데, 브랜드를 만들 때 중요한 건 '어떤' 브랜드를 만드느냐보다 '누가' 만드느냐라는 걸 이 책을 보며 다시금 깨달았다. <고막메이트>를 만든 두 피디는 소속도 다르고 살아온 배경도 달랐지만, 같은 게 있다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진정 보고 싶은 콘텐츠인지를 고민한다는 점이었다. 콘텐츠 제공자로서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 '내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면 시청자도 좋아하겠지? 라는 생각인데, 이들은 조금 돌아가긴 했지만 시작점부터 콘텐츠의 본질에 가까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무언가'를 만들 때 꼭 필요한 생각이지만, 놓치기 쉬운 점을 초반에서 짚는다는 점이 좋았다. 브랜드도 콘텐츠도 결국에는 만드는 사람들의 진심이 담긴 것에 반응하기 마련이라는 것. 한 챕터의 제목이었던 '그런데 시청자는 이게 보고 싶을까?'라는 질문을, 단 한 번이라도 해봤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어보기도 했다.
본래의 의도가 어그러지지 않도록
솔직히 밝히자면 나는 고막메이트를 애청하는 '막둥이(고막메이트 구독자 애칭)'는 아니었다.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몇 영상들을 보고 감명을 받기는 했지만 이것도 결국 방송 아닐까? 하는 '방송국놈들'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있었다.(책 속에서 나온 표현을 그대로 빌립니다.ㅎㅎ) 하지만 여기서도 <고막메이트> 제작진은 달랐다. 고민을 보내는 사연자의 사연이 다른 의도로 해석되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진행자들의 말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무수한 고민을 하고 제작했다는 걸 알고 나니, <고막메이트>의 아직 보지 못한 회차들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비슷한 사례로 <문명특급> 의 '재재'도 게스트가 싫어하는 것은 시키지 않고, 그래서 게스트들의 무한한 지지를 얻는 진행자로 유명한데, 그가 떠오르기도 했다. 참여하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속 편하고 솔직하게 만들 수 있는 방송이라니. 그게 가능한 거였다니?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에서는 방송국도, 개인도 똑같은 크리에이터
처음 책 제목을 보고는 의외성을 가지고 있는 제목이라 궁금하다는 감정이 먼저 들었지만 이내 '요즘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에 반기를 드는 제목이구나.' 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매운 맛 콘텐츠 전성시대,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으로서의 진정성있는 자세와 의지가 느껴지는 한 문장. 실제로 옥 PD 님은 세바시에 출연해 '방송국도 개인도 똑같은 크리에이터' 라는 점을 밝히면서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에 많은 변화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해 '각자의 취향이 너무 좁아진다'는 우려도 있기는 하지만 그 알고리즘으로 인해 그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제대로 가 닿는 것이 가능해졌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제작사 이름이나 연예인 IP의 화제성이 아닌, 이야기 자체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대가 되었다. 그만큼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하고 퍼뜨릴 수 있는 시대에 옥성아, 채한얼 PD는 <다정하고 무해하게, 팔리는 콘텐츠를 만듭니다>에서 매운맛 콘텐츠가 범람하는 와중, '순한 맛' 콘텐츠가 오히려 차별점이 될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다 택하는 콘텐츠라면 그게 쉬운 길이라는 뜻이나 다름없다. 어려운 길이지만 더 오래 남는 '찐'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더 빛이 나는 이유다.
The stars don't shine they burn ♬
별은 빛나지 않아요, 타는거죠!
최근 본 애니메이션 <엔칸토> All of you 노래 가사 중 일부. '재능'을 별에 빗대어 말한 가사가 와닿았다.
항상 빛나는 듯 보이는 별도 실은 타면서 내는 빛이라는 걸 말하며 '노력'의 가치를 되새기는 가사였다. 뭐든 남들 눈에 좋아보이고 반짝이는 것 뒤에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기 힘든 노력이 있다는 걸 <고막메이트>를 보고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처내지 않고 '다정하고 무해하게'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을 별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한다. 옥PD님의 말처럼 우리가 SNS에 올리는 사진 한장, 문장 하나도 콘텐츠가 되는 시대에 <다정하고 무해하게, 팔리는 콘텐츠를 만듭니다>를 길잡이 삼아 나만의 다정한 이야기를 전해 보면 어떨까.
[위 글은 위즈덤하우스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