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목을 잘 고르고, 꾸준히 보유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나는 개별 종목에 전체 운용 자산의 70%를 투자하고 있고, 나머지 30%는 연금저축펀드, 퇴직연금을 활용해 투자하고 있다. 앞으로 10년의 기간을 두고 전체 운용 자산의 20%만 개별 종목투자를 하고 나머지 80%를 지수 추종 ETF로 투자할 생각이다. 개별 종목 투자에서 지수 추종 투자로 바꾼 3가지 이유는 아래와 같다.
① 나는 종목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나의 성공적인 투자 종목은 엔비디아, 테슬라가 있다. 투자 수익의 대부분은 이 두 종목에서 나왔다.
전체 수익의 63%가 엔비디아, 15%는 테슬라에서 나왔다. 거의 8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 두 종목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수익은 현재의 20%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또, 메타(구 페이스북)의 경우에 23년 저점을 기록하고 미국증시 회복세 초입에서 팔아버려 24년 폭발적인 주가 상승에 함께하지 못했다. 만약 메타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약 2,000만 원 추가 수익이 발생했을 것이다. 메타(META)뿐 아니라 퀄컴, TSM 등 너무 일찍 팔아버린 종목은 셀 수 없다.
이를 통해 배운 것은 증시의 상승을 이끄는 종목들은 생각보다 소수의 종목이며, 이 주식을 보유하지 않는 다면 상승장에서 소외될 확률이 높다는 것과 운이 좋게도 보유했다고 하더라도 폭발적 상승이 오기 전에 매도할 가능성 또 한 낮지 않다는 것이다.
또, 스냅(SNAP), 스퀘어(SQ), 슈뢰딩거(SDGR), 서타라(CERT), 3D 프린트(PRNT), 프로테라(PTRA), 니콜라(NKLA), 레모네이드(LMND), C3ai(AI), 소파이(SOFI), 펠로톤(PTON), 텔라닥(TDOC)등 성장성만 보고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경우도 많다. 매출성장률, 총매출이익률 등 나름 기준을 세우고 매수를 진행했으나 결론적으로는 손실을 보았다. 나름 공부하면서 골랐다고 생각했던 종목들의 대부분은 상승장에 편승해 펀더멘탈 대비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으나, 대부분 시장이 급락하자 주가 역시 폭락했다. 결국 성장주는 투자 고수의 영역이다. 나는 쥐뿔도 공부를 안 하고 3배, 4배 올라가기를 바랐으니 어쩌면 응당한 결과였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개별 종목 투자를 할 때 손해가 심한 종목을 '언제 손절을 해야 하는가' 역시 꽤나 큰 피로감으로 다가온다. 위 종목 중 많은 종목이 50% 넘는 하락율을 보여 손절할 생각을 못 하다가 결국 더 손해를 보고 나서 전량 매도하는 일도 잦았다.
나는 주식을 고르는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지수 추종 ETF로 투자의 방향을 선회하기로 했다.
② 5년 간 투자 결과 시장지수와 유사한 수준의 수익을 냈다.
만약 내가 개별 종목 투자가 아닌, 지수 추종 ETF로 투자했을 때 얼마나 수익이 차이 날지 계산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개별종목으로 투자한 수익이 QQQ나 SPY 등 지수추종 ETF에 투자했을 때 보다 큰 차이가 없다. 매수종목과 매도종목의 거래 기록을 토대로 종목을 모두 QQQ, SPY 그리고 ARKK에 투자(한 때 이 종목을 가장 많이 보유했었다.)했다고 가정해 보자. 산식은 간단하다. 매수한 금액만큼 당시 QQQ의 주가로 나누어 매수 수량을 계산하고 반대로 매도한 금액만큼 QQQ의 주가로 나누어 매도 수량을 계산했다. 물론 배당금에서 차이 발생할 수 있지만 미미할 것으로 판단해 무시했다.
현재 보유한 계좌 수익이 QQQ 대비 약 7% 정도 아웃퍼폼했다고 볼 수 있다. 금액으로는 현재 환율로 약 1,870만 원으로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대부분의 수익은 엔비디아에서 비롯되었는데, 10배 이상 상승한 종목을 보유하고도 이 정도 수준의 차이라면 앞으로는 지수 추종 ETF로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내가 다음번에도 제2의 엔비디아를 매수하고 보유할 수 있을까? 아닐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③ 조정장에서 하락폭을 견디기가 힘들다.
22년 한 해 동안 내 주식은 반토막이 났다.
누적손익으로 보면 내 정신상태가 좋지 못했음을 더 쉽게 알아볼 수 있다. 21년 1월 누적수익은 약 1.1억이었으나, 단 1년 만에 4,500만 원 손실 전환이 되었다. 고점 대비 약 1.5억이 날아간 셈이다. 문제는 여기 투자된 금액의 절반 정도가 빚이었다는 점에서 나는 사실상 시드 전액 손실인 상황이었다.
만약 개별종목이 아닌 나스닥종합주가 지수를 추종하는 QQQ로 보유했다면 고점 대비 약 32% 정도 하락에 그쳤을 것이다. 물론 절대 낮은 하락폭은 아니지만 계좌의 절반이 날아가 수익에서 손실로 전환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시 수익권으로 회복하는 게 그리 오랜 기간이 걸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첫 투자 때부터 누적손익이 마이너스인 적은 없었기 때문에 주식투자를 그만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할 정도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주식 투자를 1,2년 하고 끝낼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멘탈 관리 또한 매우 중요하다.
위 세 가지 이유로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는 점진적으로 줄여 전체 자산의 20% 수준으로 낮추려고 한다.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규모를 줄여 확신이 가는 소수의 기업에는 여전히 투자를 이어가려고 한다. AI 섹터의 경우는 영업이익을 꾸준히 낼 수 있는 종목들로 선별해서 5개 종목 내외로 보유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