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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인 Mar 11. 2024

체코-오스트리아 크리스마스 마켓 여행

신혼 여행을 두 번 가다


신혼 여행을 두 번 가다.


우기에 몰디브를 신혼여행지로 삼아버린 우리는 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올해가 가기 전에 신혼여행을 한 번 더 가기로 했다.


몰디브에 돌아와서 어디를 갈지 고민을 했고,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경험해보는게 버킷리스트에 있었던 아내의 의견으로 우리는 체코-오스트리아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한껏 즐기기로 계획을 세웠다.


아내는 벌써 2번이나 유럽에 간 경험이 있었지만, 나는 유럽 여행이 처음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아시아 대륙을 떠나 여행을 해본적이 올해 여름 몰디브를 제외하고는 전무했다. 유럽 여행을 가기로 결정을 했지만 걱정이 앞섰다. 예약할 때만해도 코로나가 지금처럼 잠잠해지기 전이라 '유럽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해 아시아 사람을 싫어한다'는 소리도 걱정되었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때문에 유럽이 안전해보이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여행에 대한 많은 규제도 풀리고 전세계적으로 여행 산업도 활발하게 이전의 모습을 찾아 기우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우리는 비행기표, 렌트카, 호텔은 일찍 예약을 했지만 크리스마스 마켓을 빼고는 일정이 상세하게 정해진 건 여행 바로 전 주였다. 아내는 이렇게 준비가 안 된 여행은  처음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농담을 했다. 위기감은 느끼고 얼른 컴퓨터를 켰다. 다행히 체코와 오스트리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튜버의 도움으로 빠른 시간 안에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놓치거나 자세하게 알지 못하거나 잘 못 알아 헤멘 경우도 있었다. 여행 스케쥴을 위협하는 심대한 위협이 없었을 뿐이다. 


처음으로 떠나는 유럽 여행이지만 그 어떤 때보다 준비를 하지 않은 신혼여행 2탄이 시작되었다. 



체코의 프라하 
12월 6일 저녁 ~ 8일 아침





비행기표를 여행 떠나기 전 날 출력하는 바람에 조금의 소란(노랑풍선을 이용했고, 비행편이 만약 바뀌었다면 여권 번호가 입력되지 않으니 고객센터에 1:1 문의를 남기는 것이 좋다. 항공편을 메일로 받았다면 반드시 스팸문서함을 뒤져보긴 바란다.)이 있었지만, 다행히 가는 비행편에 문제는 없었다. 우리는 뮌헨 공항을 거쳐서 저녁 11시가 넘어서 프라하 공항에 도착했다. 도착시간보다 1시간이 넘게 연착되어 호텔과 공항택시에 연락을 해야했다. 늘 영어를 못 한다고 하지만 내 눈에는 누구보다 잘 하는 아내가 빠르게 두 곳에 전화하여 우리가 좀 늦는다고 얘기를 했다. 아내의 멋짐 폭발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내 눈에 처음 담은 유럽은 가로등이 밝게 켜지지 않은 프라하의 늦은 밤이었다.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었을 때, 몰려오는 피로감과 알레르기성 비염이 찾아왔다. 내일 신나게 여행을 하려면 얼른 자야했다.


다음 날은 프라하를 구경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날이었다. 원래 항공편이 저녁 7시에 도착했기 때문에 야경을 첫 날 즐길 계획이었다. 아무튼 우리는 우리에게 허락한 소중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서 첫 발 걸음을 나섰다.


프라하 여행의 첫 목적지는 다름 아닌 환전소. 체코는 EU에 속하지만, 화폐는 자국 통화를 주로 사용한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주로 영세한 상점에서 물건을 팔기 때문에 반드시 유로를 코루나(1유로 = 약 24 코루나)로 환전해야 했다. 환전을 마치고 바츨라프 광장으로 향했다. 아직 10시가 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마켓이 진행되고 있었다. 밤에는 얼마나 예쁠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우리는 12시에 12사도가 출현하는 [프라하 천문시계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계탑으로 가는 도중에 프라하에 강추위를 버티기 위한 방한용품을 샀다. 나는 털모자를 아내는 경량패딩을 구입했다. 둘다 대략 2만원 내외이나 품질자체는 괜찮았다. 동유럽의 공산품은 질이 좋고, 매우 싸다는 편견이 심어졌다. 천문시계탑에 도착하니 비로소 관광지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우리 바로 앞에 프라하 천문시계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가이드분이 있어 멀지만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설명을 들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던가. 설명을 들으니 예삿 시계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름에 걸 맞게 별자리, 태양의 위치 등 여러가지 정보를 담은 아주 멋진 시계탑이었다. 다음 코스는 오늘의 메인 컨텐츠인 [프라하 성]이다.


프라하 성에 가려면 대중교통을 타야했고, 5500원 정도 하는 1일 교통권을 끊어야 했다. 여기서 나의 치밀하지 못함이 발동되었다. 분명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에서 1일 교통권을 살 수 있다고 했으나, 우리가 간 버스 정류장에는 살 수 없었다. 아내가 빠르게 검색하여 알아보니 담배가게에서도 판매한다고 하여 지도를 켜 꽤나 긴 거리를 걸어서 살 수 있었다. 다만.....우리는 이미 긴 거리를 걸어와서 단 1 정류장만 타고 내려야 했다...아무튼 프라하 성 입구에 도착했다. 꽤나 길어보이는 언덕진 계단길이 우릴 맞았다. 아내는 물었다. 여기가 입구가 맞느냐고. 아마도..? 맞을 거야. 사실 입구라기 보다는 출구였다. 프라하 성은 입구가 크게 2개이지만 주로 입장하는 곳은 인포메이션(티켓을 구입할 수 있음)이 가까운 쪽이고 우리는 반대쪽으로 올라왔다. 아내의 다리에게 미안했다. 




프라하 성 안에도 이미 크리스마스 마켓이 일찍이 열려 사람들이 맛있는 걸 먹고 있었다. 우리도 점심 대신에 여기서 먹기로 하고 [비투스 성당]과 [프라하 구왕궁]을 들어갈 수 있는 B코스 티켓을 구입(가격에 따라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다름)했다. 비투스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그 찬란함이 사진에 담기 힘들었다. 체코가 왕정 시절에 사용했던 궁에도 들어갔다. 음....뭔가 이상했다. 인터넷을 켰다. 비투스 성당 예상 소요시간 40분...? 음? 우린 5분 정도 본 것 같은데...다시 성당으로 가보니 티겟을 찍고 들어가는 곳이 있었다. 와우 우리는 이 체코까지 와서 티켓까지 끊어놓고 성당을 찍먹하고 갈 뻔 했다. 그제서야 글라스가 빛에 따라 발색하는 색감이 더 예뻐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성당을 둘러싼 모든 창문에 세인트 누구누구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우리말로 치면 김 선생님쯤 되어보이는 성직자가 10명은 넘어보였다. 역시 출세를 해야 내 모습으로 창문에다 그려주는 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U Glaubiců(Malostranské nám. 266/5, 118 00 Malá Strana, 체코)라는 곳을 찾았다. 체코의 전통 음식인 꼴레뇨, 굴라쉬를 맛있게 한다는 리뷰가 있었기 때문이다. 꼴레뇨는 겉을 과하게 튀겨버린 수육에 가까웠고 굴라쉬는 비프 카레같은 맛이었다. 대체로 맛이 훌륭했고, 만약 여기를 가는 사람이 있다면 꼭 흑맥주를 먹기를 바란다. 내가 먹어본 모든 흑맥주 중에 단연코 최고의 맛이었다. 




배를 든든하게 채운 뒤에 호텔로 들어와 다음 일정을 위해 휴식을 취했다. 다음 일정은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는 것이었다. 4시 즈음에 해가 지고 이때부터 크리스마스 마켓의 분위기가 절정에 다다른다. 오전에 갔던 바츨라프 광장부터 구시가지 광장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마지막에 갔던 구시가지 광장에 처음 보는 크기의 매우 큰 트리가 첫 크리스마스 마켓을 반겨주고 있었다. 이번 여행을 참 잘 왔다고 느껴지는 첫 순간이었다. 일단 먹을거리가 많아서 좋았고, 체코 전통 빵도 따끈따근하게 구워줘서 축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프라하의 마지막은 [카를교]에서 보냈다. 다리 넘어로 보이는 프라하 성을 눈에 담고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체크아웃에 문제가 생겼다. 아내가 이미 지불한 호텔의 값을 호텔 측에서는 확인할 수 없고, 만약 이중으로 결제가 되었다면 부킹닷컴에서 환불을 받으라고 하였다. 아내는 열심히 바우처를 들고 설명했지만 약속된 시간에 렌트카를 픽업해야했기 때문에 일단 렌트카를 먼저 가지러 일보후퇴하였다. 아내는 돈을 두 번 내게 될 것 같아 매우 상심했으나 이윽고 부킹닷컴에 전화를 하여 지불이 되었다는 컨피메이션을 받아서 다시 호텔로 가자고 하였다. 원래대로라면 우리는 체스키크롬로프로 가야했으나, 아내의 손은 호텔을 가르켰다. 호텔에 가서 차를 대고 2차전에 돌입했다. 아내는 아무 연고도 없는 동유럽 3명의 백인 남성 한 가운데서  꿋꿋하게 컨피메이션을 휘날리며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다. 뭔가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내 앞으로 -7,909 코루나가 적힌 영수증이 출력되었다. 아내는 결국 그들을 설득하고 그들이 까먹고 청구하지 않은 10유로 가량의 시민세도 쥐어주고 당당하게 나왔다. 나는 결혼을 잘 했다.


오스트리아의 장크트길겐, 짤츠부르크, 할슈타트
12월 8일 점심 ~ 10일 점심 



체코를 종단하며 쭉 달렸다. 참고로 체코나 오스트리아의 고속도로에서 차들이 매우 빠르게 달린다. 다만 2차선는 주행차선이기 때문에 정속으로달리고 싶으면 2차선으로 달리면 된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처럼 오스트리아는 통행료를 받는다. 다만, 우리나라는 구간별로 내지만 오스트리아는 10일권 등 일정 기간동안 유료도로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판다. 따라서 나는 오스트리아의 첫 휴게소에서 비넷(유료도로 통행증)을 구입했어야 했다. 체코에서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휴게소는 50킬로 넘게 나오지 않았다. 슬슬 불안해졌다. 뭔가 잘못 알았던 것인가? 아내에게 검색을 요청했다. 대부분은 다른 나라로 넘어가면 첫 휴게소에서 사면 된다고 하지만.. 체코의 경우는 국경을 넘기 전에 사는 것이 좋다는 글을 발견했다. 오 이런.... 지금까지 많은 카메라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비넷이 없이 달려 엄청난 벌금을 맞고 재산을 다 날리는 끔찍한 상상까지 했다. 휴게소가 얼른 나오길 바랬고. 한 30킬로쯤 더 달리니 휴게소가 나왔고 비넷을 구입할 수 있었다. 한 시름을 놓은 순간이었다.


4시간 반정도를 달려 도착한 장크트길겐은 시골 마을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두번 째 숙소는 매우 쾌적한 독채 아파트였다. 이름만 아파트지 2가구가 살고 1,2층 나눠 쓰니 거의 주택이나 다름 없었다. 방도 매우 크고 테라스에서 바라보다는 볼프강 호수뷰가 매우 좋았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유람선을 타고 볼프강 크리스마켓을 가야한다. 얼른 준비해서 나갔다. 



약 35분 정도 유람선을 타면 볼프강 크리스마켓에 갈 수 있다. 생각보다 추워서 얼른 핫 와인을 마시고 싶어졌다. 이번 크리스마스 마켓은 긴 길을 따라 마을에 들어서 마켓같은 분위기가 났다. 프라하는 큰 광장에서 넓게 넓게 마켓들이 들어섰다면, 이번에는 동네 시장같은 분위기였다. 오히려 이게 진짜 크리스마스 마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특히 우리에게 유일하게 말을 걸어준 현지 여성분이 계셨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나지 않았나 싶다. Deutsch? English? 라며 나에게 편견 없이 물어봐 주었다. 누가 봐도 동양에서 온 사람들이지만 독일어를 잘 할 수 있으니 그리 물어본 것이 아닌가 싶다. 비록 우리나라보다 먼저 일본인인지 물어봐주었지만. 국력을 키워서 Korea?가 먼저 나오는 그런 시대가 얼른 오기를 바란다. 


오스트리아에서는 감자를 많이 먹는 것 같다. 감자 샐러드에 계란을 올린 음식을 사람들이 즐겨먹고 있었다. 나는 피자빵같아 보이는 어떤 음식이 가장 기억이 많이 남는다. 몸이 너무 추운 상황에서 따듯한 그 빵을 먹으니 더 힘을 내서 구경을 했던 것 같다. 핫 와인을 처음 경험했는데,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음료수를 구입하면 컵에 대한 보증금을 내고 가져간다. 즉, 컵이 일회용이 아니고 도기 컵이다. 물론 우리는 반납하지 않고 기념으로 삼기 위해 모든 컵을 가져 왔다. 유럽인들이 환경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로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는 것을 직접 느끼니 감회가 새로웠다. 날이 점점 추워지고 돌아가는 유람선을 타기 위해서 선착장으로 돌아갔다. 저녁으로 신라면 블랙과 여러가지 통조림 반찬으로 한국의 맛을 본 뒤 잠에 들었다.



다음 날은 짤츠부르크로 하루가 꽉 차있다. 장크트길겐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이 다음 날에 갈 할슈타트도 차로 30분 거리이니 아내가 숙소를 기가 막히게 골랐다. 시내에 주차(늘 하나의 도전이다)를 하고, 그 유명한 Balkan Grill Walter(Getreidegasse 33, 5020 Salzburg, 오스트리아)에서 오지지널 보스나를 먹었다...매우 감동적인 맛이었다. 이 이후로 여행에서 보이는 모든 핫도그를 먹게 되는 병에 걸리게 된다...보스나를 맛있게 먹고 명품거리를 거닐었다. 명품거리보다는 간판거리로 유명하다고 하더니 실로 그랬다. 모든 간판들이 짤츠부르크식으로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모차르트 카페에서 오스트리아 전통 디저트인 노케를과 모자르트 커피를 마셨다. 오스트리아의 세 개의 산을 상징한다고 해서 산 봉우리처럼 생겼는데, 맛은 생각보다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커피도 특별한 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돔 바로크 짤츠부르크 박물관에 들려서 미술을 감상하고 테라스에서 오후 4시부터 예뻐지는 야경을 기다렸다. 짤츠부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은 굉장히 정리되어 있었다. 일단 마켓의 전체적인 지도가 있는 곳은 처음이었다. 광장쪽에 성가대에서 시간에 맞춰 노래를 불러주어 분위기가 한껏 살아났다. 어김없이 추울 땐 핫 와인이지. 따듯한 핫 와인 냄새가 나면 이제 누구보다 빨리 알아챌 자신이 있다. 우리는 돌아가는 길에 마르크트 다리에서 야경을 감상하고 다시 숙소로 향했다.




오늘은 할슈타트에 들렀다가 비엔나로 가야한다. 할슈타트의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라는 뜻인건지 아침부터 폭설이 내렸다. 그래서 아주 천천히 도로를 달렸는데, 1차선 도로라서 뒤에 차가 한 10대는 붙어서 와 매우 매우 미안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초행길이라 속력을 낼 수 없는 걸. 눈 내리는 할슈타트에 도착했을 때, 뒤로 보이는 설산이 매우 아름다웠다. 사실 원래 주차하려고 했던 주차장을 지나치는 바람에 좀 더 먼 곳에 내렸지만. 이런 설산을 눈 앞에서는 보는 행운을 얻었다. 오늘도 외쳐보자. 마법의 문장. 오히려 좋아. 그렇다 오히려 좋다. 이제 할슈타트하면 다 안다는 그 풍경을 보기 위해 걸어갔다. 눈이 많이 와서 풍경은 예뻤지만 호수에 안개가 많아서 사진은 잘 안 나왔다. 하지만 그 때문에 더 많이 보려고 눈에 담았기 때문에 오히려 좋다. 


할슈타트에 와서 잊고 가면 안 되는 것이 바로 송어 요리이다. 송어 요리를 먹기 위해서 식당에 갔지만 12시 반부터 오픈이라는 소리에 기다리기 위해 좀 더 걸으면서 풍경을 감상했다. 배고픔이 극에 달했을 때, 다른 식당을 아내가 찾았고 그곳은 12시부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12시가 될 때까지 식당에서 오픈런(?)을 하면서 송어 요리를 기대했다. 송어 요리 2인분을 달라는 우리의 요구에 서버는 580g의 송어가 있는데 먹을래? 라고 답했다. 우리는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달라고 했다. 그리고 송어 요리가 나오고 입에 넣는 순간 그 양이 전혀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할슈타트의 일정은 대부분 생각대로 흐르지 않았지만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 뜻대로 되지 않아서 짜증을 냈다면, 그 뒤에 찾아올 행운을 놓쳤을지 모른다. 이렇게 또 교훈을 얻고 간다. 송어로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이제 비엔나로 향해야 한다.


비엔나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할 일은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렌트카를 반납하는 일이다. 렌트카 반납...어떻게 보면 오늘 나에게 주어진 가장 큰 일중에 하나이다. 오늘은 토요일이기 때문에 유로카 업체에 직원이 없다. 따라서 무인으로 반납을 해야한다는...사실을 도착해서 알았다! 그래서 다시 아내가 검색을 해 절차를 확인했다. 빈 중앙역 주차장을 찾기가 어려워서 매우 헤맸다. 게다가 대중교통을 타고 호텔로 가야해서 7일짜리 비엔나 교통권을 사야했는데, 이것도 기차역에서 사도 되는건지 헷갈려서 고생을 많이 했다. 호텔은 이전의 두 곳보다 비쌌지만, 상태가 좋지 않아 아내가 매우 심란해했다. 나는 크게 상관없었지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호텔의 위치가 매우 기가 막히게 좋은 곳에 있어서 멀리 걸어갈 필요가 없는 다시 없는 명당(?)에 가까움을 느꼈다.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10일 저녁 ~ 12일 저녁


비엔나의 첫 번째 일정은 현지 가이드님과 함께 쇤부른 궁전, 벨베데레 궁전 그리고 비엔나 시내를 트램으로 투어하는 것이다. 출국 전에 미리 마이리얼트립에서 설명해주실 분을 구했다. 8시 40분 쯤부터 쇤부른 궁전 투어를 시작했다. 가이드님 덕분에 줄을 사서 티켓을 사지고 않았고, 줄을 서서 입장하지도 않았다. 원래는 10명 이상이 있어야 단체로 인정되는데, 가이드님이 손수 독일어로 궁전에 메일을 넣어서 예외로 처리해달라고 요청


했다고 한다. 게다가 오스트리아에서 비엔나를 미학을 전공하신분이라 미술에는 1도 모르는 우리 부부가 쇤부른과 벨베데레의 진짜 의미를 알게 해주셨다. 가이드분이 없었으면 정말 이해도 못하고 재미없는 관람이 되었을 것이라고 아내와 함께 생각했다. 합스부르크 왕가에 대한 역사와 이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궁전들을 보니 내가 드디어 비엔나에 왔구나를 실감했다.


두 궁전 투어가 끝나고 트램을 타고 시내를 투어하기 시작했다. 자연사 박물관과 미술사 박물관 사이에 있는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의 동상을 보니 이 나라의 사람들이 이 여왕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트램을 타고 비엔나 시청에 내려서 합스부르크 왕궁을 지나 슈페판 성당에 이르러 모든 투어가 끝났다. 투어가 끝나자 시장했던 우리는 점심에 가기로 했던 슈니첼집으로 한파를 뚫고 전진했다. 하지만 이 음식점은 맛집이었던 것이다. 모든 예약이 차있었고 오늘은 그 어떤 시간에도 식사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 날 2시에 예약을 잡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집 근처에 있는 다른 맛집에 들렸으나, 여기도 만석. 주위에 얼른 다른 집에 들어가야했다. 너무 추웠다. 들어간 집에서 마침 슈니첼을 팔고 있어서, 주문해서 먹어보았다. 다음 날 먹을 슈니첼이 얼마나 맛있는지..비교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맛은 나쁘지 않았는데 다음 날 슈니첼이 너무 맛있어서 비교가 되었다. 슈니첼을 먹고 다시 호텔로 들어가서 일몰이 오기를 기다렸다. 아침부터 오랫동안 찬 바람을 쐬어서 쉬지 않으면 다시 여행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크리스마스 마켓은 프랑스, 독일과 더불어 세계 3대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지금까지 갔던 크리스마스 마켓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사람들이 많았다. 마켓 안에는 다양한 상점이 열렸고 심지어 놀이기구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인파로 인해 마켓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생각보다 마켓을 즐기지 못하고 나와버렸다. 아까 우리를 투어시켜주신 가이드님이 추천해주신 곳이 생각이 났다. 그곳에서 비엔나 크리스마스 마켓의 여운을 달래보기로 했다. 무제움스크바르티어(MQ) 앞에 작은 마켓을 발견했다. 이곳에는 캐롤이 울리기 보다는 이태원에서 들을 법한 음악이 나왔다. 그곳에서 와인과 비건 샌드위치를 먹고 집으로 향했다. 


다음 날의 일정은 왕궁 정원에 있는 브런치 카페(?)인 Brasserie Palmenhaus Wien(Burggarten 1, 1010 Wien, 오스트리아)에서 아침을 먹었다. 과거에 왕가의 사람들이 사용하던 식물원이라고 해서 그런지 매우매우 따뜻했다. 오는 길에 소세지가 들어간 바게트빵을 먹으면서 온 터라. 스크램블과 커피를 간단하게 시켜서 먹었다. 오는 길의 추위를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었다. 식사를 하고 호텔에서 쉬다가 두 번째 슈니첼을 먹으러 갔다. 과연 어제 먹은 슈니첼과는 다른 맛이었다. 게다가 맥주까지 먹으니 비엔나에서 유명한 집이라고 한 것이 실감이 났다. 특히 크렌베리 잼을 추가로 시켜 먹으니 별미였다.



저녁 식사 약속 전에 슈테판 성당과 성베드로 성당에 들렀다. 3시에 성베드로 성당에서는 오르간 연주가 예정되어 있었다. 중세의 성당의 특징인지 몰라도 굉장히 큰 파이프 오르간이 마치 교회 건물의 일부인양 설치되어 있었다. 성베드로 성당의 오르간이 어디 있는지 아내가 한 참 찾다가 직원에게 물으니 윗층에 있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오르간을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아쉬웠다. 1.5유로를 주고 촛불을 구입해서 소원을 빌었다.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어 슈테판 성당에서도 소년소녀 합창단의 연습을 볼 수 있었다. 음악과 어우러진 비엔나 성당 투어였다. 


저녁 식사는 아내의 오랜 친구 가족과 함께하기로 했다. 아내의 친구는 3년 전 쯤에 이곳 오스트리아로 왔다. 비엔나에서 꽤 멀리 살지만 친구가 오스트리아에 왔다는 소식에 4시간이 넘는 시간을 운전해서 비엔나에서 만나게 되었다. 친구는 이미 4살 딸과 백일이 갓 넘은 아들이 있다. 얼마나 고생해서 여기에 왔을지는 친구네 가족이 들어올 때 알 수 있었다. 처음에 딸아이는 낯을 가리다가 아내에게 마음을 열었다. 유치부 선생님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급기야 식사를 하고 카페에 가서는 엄마에게 이모를 언니라고 불러도 되냐고 물었다고 했다. 친구가 안 된다고 했지만, 아이는 언니라고 줄곧 불렀다. 아내의 기분이 좋아보였다. 


카페에서 즐거운 대화를 끝내고, 차를 얻어 타고 가는 길에 알베르티나의 야경을 남겼다. 우리는 미안해서 그냥 안 가도 된다고 했지만 남편 분이 비엔나에 오면 꼭 찍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얼른 올라가서 사진 찍고 내려오려는 생각에 계단을 오르니 비포 선 라이즈에서 봤던 그림같은 사진이 눈 앞에 펼쳐졌다. 남편 분께 감사했다. 여긴 꼭 와야되는 곳이 맞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우리의 체코-오스트리아 크리스마스 마켓 여행이 어느 새 마지막 밤이 되었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했다. 이번 여행에서 아내와 쌓은 추억이 많아서 마음에 들었다. 특히 아내가 동영상을 많이 찍어야 한다고 여행 초반에 말해주어 생각날 때마다 찍은 것을 보면서 지금도 웃고 있다. 여행에 서툰 남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내가 성질을 낼 때도 여행의 분위기가 망가지지 않도록 계속 기분 전환을 해준 아내에게 너무나 감사하다. 다음에도 건강하게 아내와 같이 유럽의 많은 곳을 다녀보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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