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네이션을 읽고
3년쯤 전에 IT 프로덕트에서 어떻게 습관을 만들 지에 대한 강의자료를 만든 적이 있다. 한창 습관이 핫해지던 시점이었다. 구글 검색 트렌드에 습관, 리추얼 등의 키워드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습관에 대한 책들 (해빗,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습관의 디테일 등)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습관에 대해서 공부하고 이해하면 할수록 습관은 도파민의 영역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습관과 중독이 만들어지는 뇌의 영역은 정확히 일치하며 다만 정도의 차이에 따라 습관인지 중독인지가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중독이 되는 것과 같은 전략을 쓸 수 있다. 행동에 확실한 보상을 줌으로써 도파민을 유도해야 하며 이것을 반복해서 도파민의 경로를 활성화해야 한다. 보상이 강력할수록 그리고 자주 할수록 이 경로는 고속도로처럼 뚫린다. 반대로 습관을 버리려면 행동이 나오는 상황 자체를 원천차단하는 수밖에 없다. 같은 맥락으로 습관을 형성하는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서 보상을 명확하게 인지하게 하기뿐만 아니라, 적절한 시점에 유저에게 트리거를 보내기, 행동을 쉽게 만들기 등에 집중한다. 리텐션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소셜미디어 회사들에서 수 천명의 석박사들을 불러 모아 연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가 대표주자이지만 요즘은 이커머스를 포함한 거의 모든 앱에서 습관을 고려하고 있다.
그 결과 지금 우리의 스크린타임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으며 그중 과반을 소셜미디어가 차지하고 있다. 이는 자아가 아직 형성되는 과정 중인 20대 미만 청소년 및 어린아이에게 더 치명적인데, 어린아이들도 소셜미디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그들은 도파민 자극에 분별력이 적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수많은 주들이 소송을 통해 메타에 청소년 중독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메타가 미성년자의 가입을 쉽게 만든 것뿐만 아니라, '좋아요' 개수 표시와 외모필터 등을 활성화함으로써 아이들의 청소년의 중독을 의도하고 아이들의 자아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요지다. 이러한 움직임은 캘리포니아를 제외한 더 많은 주로 확장되고 있으며 주정부들은 이제 메타를 담배기업과 같은 입장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습관 관련 책을 읽으면서 도파민에 우리는 얼마나 나약한지를 생각했다. 우리의 뇌는 단단한 두개골로 감싸져 있지만 우리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정보는 너무나 쉽게 뇌로 전달되어 뇌를 자극시킨다. 피부나 호흡기관으로 들어오는 마약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에 대한 증거로 나도 이런 도파민 중독자들 중 한 명이며 이 책에 나온 수많은 중독 사례들을 들 수 있다. 중독된 사람들이 중독 트리거를 만났을 때의 행동은 실험실의 쥐나 영화 속 좀비를 떠올릴 만큼 맹목적이다.
중독이 무서운 가장 큰 이유는 이유는 뇌의 경로와 모양을 구조적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내 습관과 중독이 내 뇌의 모양을 바꾸고 나아가 나라는 사람을 바꾼다는 것이 가장 무서운 일이다. 젊을 때는 뇌가 아직 굳어있지 않아 중독의 영향이 덜하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한 번 굳어진 뇌의 경로는 바꾸기가 힘들다. 이는 내가 중독으로 아예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뚜렷하게 말해준다. 쇼츠중독으로 인한 뇌의 경로 변화는 더 큰 자극을 찾게 하고 나아가 예를 들어 ADHD에 쉽게 걸릴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훨씬 더 어렵겠지만 좋은 습관을 들여 이를 유지하면 내 뇌 속에 좋은 습관의 경로가 하나 더 쌓이는 것이기도 하다. 확실한 것은 중독과 습관으로 미래의 나의 가치가 바뀔 수 있다.
"오피오이드에 중독된 참가자들은 미래를 평균 9일로 나타냈고 건강한 대조군은 미래를 평균 4.7년을 나타냈다. 이 현저한 차이는 우리가 중독성 있는 물질에 지배를 받고 있을 때 시간적 시야가 얼마나 좁아지는지를 보여준다." 이 문장이 나는 가장 충격적이었다. 도파민에 중독된 사람일수록 눈앞의 쾌락만 좇게 되고, 한 치 앞의 미래조차 보기 힘들다. 중독이 된 사람들이 스스로의 삶을 꾸려내지 않고 나아가 현재만 생각하는 것과 일맥 한다.
나는 유튜브쇼츠 중독에 압도되어 내가 어떤 말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컨트롤하지 못하는 지경 정도가 되어 디톡스를 시작했다. 디톡스를 시작한 첫 2주, '사람이 자기 자신과 세상에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세상과 나와 연결되는 방법은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 것뿐이라는 걸 깨달았었다. 하지만 이후 의지가 흐려지자 점점 내 손은 다시 자연스럽게 유튜브 쇼츠를 찾았다. 뇌에 자극이 필요할 때마다 - 특히 일에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하기 싫은 일을 앞두었을 때 - 유튜브쇼츠를 찾게 되었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은 끊임없는 자기 통제다. 중독이 되기 전에 조금 더 미리 끊어낼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