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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주 Jul 03. 2023

모의투자에 대한 감정적 페이퍼

투자론 수업 후기

투자론 수업에서의 모의투자가 나의 첫 주식이다. 물론 회사 스톡옵션을 받았고, 이전 회사에서는 IPO 이야기도 있었기 때문에 주식에 영 관심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릴 때부터 쫄보였던 나는 주식을 하지 않았다. 교수님은 "꼬옥! 주식하십시오"라고 당부하셨지만 모의투자를 하면서 깨달았다. 나는 주식을 할 수 없다.


악명 높은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의 12가지 투자 조언 중 첫 번째는, "맞고 틀리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맞았을 때 얼마나 벌고, 틀렸을 때 얼마나 잃었는지가 중요하다"이다. 항상 본인이 부자인 이유는 "틀렸을 때를 알기 때문이다"는 말을 쓰기도 했다. 만약 내가 한 주식투자가 모의투자 아니었다면 나는 가난뱅이가 되었을 것이다.


모의투자를 하는 시기인 3월부터 5월까지 나는 회사에서 보내는 리더십 과정도 다녀야 했는데, 종목 선정 대부분이 그 자리에서 이루어졌다. 오뚜기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나면, 그다음 주에 오뚜기 주식을 사는 식이다. 3월에 OCI 부사장님을 만나, 6만원대 주식을 샀고 5만원까지 하락해 팔았다. 지금 가격은 10만원대이다. 매도를 결정했던 이유는 태양광 패널 단가 하락 기사 때문이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시장의 기대와 현실은 다른 것일까, 이런 생각도 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리더십 과정에서 그 회사 본부장님과 인사를 나눴기 때문이다. 그저 방산 업체인 줄 알았는데, 누리호와 연관된 회사였다. 누리호 발사가 아직 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올랐고, 발사 후에는 왜인지 하락했다. 누리호는 땅을 박차고 우주로! 날았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어쩐지 주춤거렸다. 수업 시간에 교수님은 "찌라시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는 시장의 금언을 알려주셨지만 이미 나는 늦었다.


얼마 전에 만난 지인이 밥을 사주면서 주식이 올랐다고 했다. 그 주식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이다. 그분은 1년 전 4만원대 사셨다고. 나로호 2차 성공 이후에 샀다는데, 차트를 보면 성공 이후에.. 아, 떨어지는구나… 교수님이 말씀하신 역사적인 정보-차트를 가장 중요한 곳에 보여주는 이유의 실증을 본 기분이랄까.


모의투자이지만, 주식을 하면서 경제 뉴스도 친근하게 느껴지고 연준(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움직임도 예사롭게 보지 않던 시간이었다. 동시에 지하철에서 항상 주식 차트를 보는 사람들의 모습도 이제야 이해가 갔다. 조지 소로스는 "만약 투자가 유흥이고, 즐기고 있다면, 아마 돈을 못 벌고 있을 겁니다. 좋은 투자는 지루합니다"라는 말도 했는데, 게으르고 방탕한 나는 좋은 투자 여부와 상관없이 일주일에 한 번, 잠깐의 차트를 보는 일도 꽤 지루하게 느껴졌다. 과도한 업무로 이미 시력은 노화되고, 누진다초점 렌즈를 써도 작은 모바일 화면은 피로가 몰려왔다.


기술이 발전하는데, 키움증권은 왜 이런 서비스를 내놓는가 하는 생각도 자주 했다. 오직 단 1개만 보러 진입해 하루 종일 나오지 않게 하는 IT 서비스들을 만들어 오던 나로서는 "이런 경험에도 사람들이 하루 종일 들여다본다는 거지?"라는 분노를 일으키게 할 정도였다.


어쨌든 7개의 종목을 통해 130만원(-1.6%)의 손해를 보고 모의투자가 끝났다. 모의투자와 동시에 실제 주식 2종목을 사서 아주아주아주 소액을 투자했는데 현재 -36%다. 내 인생도 모르는 판에, 불확실성을 너무 얕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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