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저녁꽃 Mar 05. 2024

바스토 연등부처

바스토 연등부처


라스베가스 가는 길 15번도로에 접어들자

바스토라는 지역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편의점에 들어가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나오는데

모퉁이에서 홈리스 여인이 말을 걸어왔다.


“이봐요, 하늘이 참 맑죠. 아름다운 날씨에요.”

그러고는 하늘보다 해맑은 표정으로 우리를 본다


순간 무언가에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1달러를 줘야하나 2달러를 줘야하나 고민할 때

그녀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우리의 반응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여자는

옆에 있는 연인과 수다를 떠느라 바쁘다


맞아요. 정말로 하늘도 구름도 공기도 아름다운 곳이네요

세상 아래 그런 곳이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

당신은 주차장 모서리에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군요.


아마도 당신들은 억만겁년 전 천상에서

우리와 인연이 있던 사람들이었을 거에요


부처님이 대중 앞에 처음 섰을 때

저 멀리 있던 카야사파를 연단에 불러 올린 것처럼

우리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어

찰나의 순간 염화미소를 나누었을 거에요


억만겁년이 흐른 뒤

다시 바스토 휴게소에 가게 된다면

연꽃 한 송이 들고 당신을 기다리겠어요


그때도 오늘처럼

하늘은 맑고 구름은 높이 떠 있겠죠.

작가의 이전글 산타바버라로 오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