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싸움을 당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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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릴 적에도 이해가 되지 않던 부분이 그다음 날 일어났다.
전날 밤 그 난리가 났음에도 다음날 아빠와 할머니는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이 일어나 생활하셨다.
아빠와 할머니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의 행동에 내 마음이 더 무너졌던 것 같다.
엄마는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할머니와 아빠의 아침을 차리셨다. 세상에나...
딸이지만 같은 여자로 그 모습을 보는데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날 식사를 내가 챙겼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
아무튼 엄마는 일어나 한마디의 말도 없이 국과 밥을 지어 아침을 차리셨다
상이 차려지자 할머니와 아빠는 나와서 식사를 하셨다.
밥만 차리고 엄마는 그 밥상에 앉지도 않았지만 할머니도 아빠도 그 누구 하나 엄마에게
밥을 먹으라는 이야기는 없었다.
엄마는 거실에서 등을 돌리고 누으셨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 점심이 되어서도 엄마가 일어날 생각이 없자, 할머니께서 소리치셨다.
신랑도 애들도 배고픈데 어매가 뭐 한다고 밥도 안 차리냐고....
그 말에 엄마는 한마디 말도 없이 점심을 차려 주셨다.
그리고 다시 누우셨다.
저녁도 마찬가지였다.
난 엄마에게 같이 밥을 먹자고 이야기하였으나 엄마는 아무런 대꾸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어제 엄마 편이 없어 불쌍했던 우리 엄마가
오늘은 하염없이 불쌍하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묵묵히 아침, 점심, 저녁을 다 차리는 엄마가 바보 같았고 자존심도 없는지
이렇게 까지 왜 하는 건지 어린 마음에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듬이 느껴졌기에 아무런 말없이
엄마만 쳐다보았던 것 같다.
[ 지금 생각해도 엄마는 대단한 것 같다. 그 일방적 싸움 뒤에 집에 있는 것조차 싫을 텐데
신랑과 시어머니 밥을 차려야 하다니....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는 나는 절대로 못할 것 같았다. ]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아침, 점심, 저녁을 차리셨을까...
그날 엄마의 마음의 스크레치는 얼마였을까...
시어미니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는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인가....
어린 나였지만 생각을 곱씹고 곱씹은 것 같다.
나중에 엄마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물었었다.
그때 돌아온 대답
" 엄마는 엄마의 도리를 다 했을 뿐이다. 나중에 어떠한 일이 있어도 흠이 되지 않기 위해서... "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집에선
부부싸움에도 엄마는 엄마의 의무를 해야 한다.
정말 이해가 되지 않고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