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할머니가 같은 편인 것을 보고 엄마가 불쌍해졌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할머니까지 합체된
아무것도 아닌 일에서 시작된 집안싸움을 보고 할머니를 엄마보다 더 좋아했던
내 마음이 180도로 바뀌었다.
그날 저녁일은 아직도 생생하다.
진짜 신기한 건.. 나와 우리 엄마의 기억에서 생생한데
아빠와 할머니의 기억엔 그 사건이 없더라는 것이다. ( 내가 아이들을 낳고 키우고 있을 땐
옛날이야기가 나와 그날 기억하냐는 물음에.. 아빠와 할머니는 전혀 기억이 없었다.)
옛말에 맞은 놈은 기억해도 때린 놈은 기억 못 한다고 하더니
어쩜 하나도 기억을 못 하다니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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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소한 일로 시작된 동생을 향한 구박이 시작이었다.
엄마는 아들로 태어나지 못해 태어나자마자 할머니의 구박을 독차지한 동생이 억울하게
당하는 걸 볼 수 없어 편을 들어주기 시작했고 할머니는 그것조차 용납되지 않으셨다.
결국엔 엄마와 할머니의 다툼이 시작되었고 그게 화근이었다.
엄마와 할머니의 목소리가 하이톤으로 자꾸만 높아지고
할머니는 어른에게 따박따박 말대답을 하는 엄마가 못마땅하셨고
엄마는 막무가내로 우기는 할머니가 너무나도 속상하셨다.
내가 중간에 끼여 그만하라고 했지만 아이인 나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커지는 목소리에 아빠가 나오셨고 이로써 우리 집 모든 어른들이 모이게 된 것이었다.
효자이셨던 아빠는 엄마에게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라고 윽박지르셨고
그날따라 화가 많이 났던 엄마는 못한다고 하셨다.
아들이 자기편을 들어주자 할머니께서 는 더 기세 등등해서 화를 내셨고
엄마도 지지 않으셨다.
[ 지금 생각해 보면, 늘 할머니 이야기에 수긍하는 엄마셨지만.. 가끔은 화를 내셨다. ]
소리는 커지고 싸움은 끝이 나지 않자
아빠는 엄마를 방에 들여보내려고 잡아당기며 미셨던 것 같다.
화가 잔뜩 난 엄마는 자기를 밀고 때린 거냐며 더 불같이 아빠에게 쏘아붙이셨고
더 때려보라며 소리를 지르셨다.
화가 끝까지 난 아빠도 더 이상 못 참으셨던 것 같다. 못 때릴 줄 아냐며 소리를 지르셨고
그 소리에 엄마도 아빠를 미셨다.
아빠를 미는 그 순간 할머니의 눈빛이 변하는 게 느껴졌다.
나는 고작 열몇 살의 작은 아이였기에... 그 싸움의 중간에 말리러 들어갔다가
아빠가 들어가라는 고함에 눈빛에 다시 방에 들어가기를 3~4번은 한 것 같다.
다시 쫓겨서 들어가려고 돌아서는 순간
엄마가 본인을 잡지 말라며 아빠를 함께 잡는 그 순간
할머니가 가세하는 걸 보았다. 본인의 아들을 보호하고 엄마를 무참히 공격하는 듯한
그 몸놀림과 눈빛
그렇게 할머니는 아빠의 편이 되어
자신에게 대든 , 자신의 소중한 아들에게 함부로 했다고 생각하는
며느리를 함께 공격하기 시작했다.
[ 공격이 아녔을 수도 있으나 어릴 때 내 마음에 담긴 건.. 공격이었다. ]
그때 방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나는 할 수 있는 게 소리 지를 것뿐이었다.
방문을 열고 벽을 쳐다보며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고 악을 쓰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할머니가 멈출 때까지 말이다.
상황이 정리되어 할머니는 할머니 방에 아빠도 방에 들어갔지만
엄마는 그대로 거실에 나는 방에서 여전히 소리를 지르며 울고 있었다.
한참을 운 다음
거실에 나갔을 때는 너무나도 마음이 아픈 엄마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엄마가 울면서 하신 말씀
" 이런 일이 처음이라고 생각 하제? 아니다 너희 아빠랑 할머니는 늘 이랬다.
한두 번이 아니다 "
라고 이야기하시는 그 말이 지금도 맘속에 박혀 있다.
어느 날부터인가 엄마와 내가 가끔 하던 이야기가 있었다.
엄마랑 아빠랑 이혼하면, 니는 할머니가 좋아하니 아빠랑 살아라
엄마는 동생을 데리고 갈게 엄마가 있어도 이리 구박하는데 엄마가 없으면 밥도 못 얻어먹을 거다.
이 말에
늘 항상 나의 대답은 같았다.
동생은 내가 책임을 질 테니 엄마는 걱정을 말고 이혼해도 된다고
[ 10대의 어린 내가 무슨 자신감으로 한 이야기 인지 모르겠으나 이 말은 진심이었다. ]
이 사건을 눈으로 보고 겪고 나니 엄마가 예전에 했던 말이 더 온몸으로 느껴졌던 것 같았다
' 아빠와 할머니가 같은 편인 것을 보고 엄마가 불쌍해졌다 '
엄마를 홀대하는 할머니와 아빠가 이해되지 않았고 할머니보다 엄마가 더 소중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할머니가 아빠 편인 것처럼
난 무조건 엄마 편이 되어야겠다고, 할머니가 엄마보다 좋다고 했던 나의 지난 세월들이
엄마에게 너무나도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