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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유코치 티아라 Mar 14. 2022

사소한 일로 시작한 집안 큰 싸움

집에 아이가 있으면 웃을 일이 많다는 이야기가 있다. 

반대로 집에 사람이 많으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 같다. 


결벽증이 있을 정도로 깨끗하신 할머니 

늘 보았던 할머니의 모습은 한 손에 걸레가 들려 있었던 것 같다. 

머리카락 하나 떨어져 있지 않은 우리 집( 5 식구에 아빠 빼곤 다 여자인데.. 이건 대단한 일이 아닌가? )

오와 열을 맞춰 정리되어 있는 선반

빨래를 삶는 모습, 화장실 청소를 매일 하는 할머니 


엄마도 한 깔끔하는 분이지만.. 할머니의 한창 시절은 파리가 내려앉다가 미끄러질 것 같은 

집을 만들어 놓으시는 분이셨다. 


집이 깨끗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어 좋은 것 같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할머니가 정리해 놓은 것이 흐트러 지거나 , 할머니 심기가 건드려지면 그날은 꼭 무슨 일이 있었다. 

그날그날 할머니의 기분에 따라 달라졌던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이니 당연한 거지만 )




그날 사건의 시작은 할머니 수건으로 시작되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들이 쓰는 수건이랑 할머니가 쓰는 수건이 구분되어 있었다. 

우리는 우리 수건만 써야 했고 할머니의 수건을 쓰면 안 되었다. 


그런데 그날 할머니의 수건이 할머니의 예상보다 더 많이 젖어 있었던 게 문제였다. 

(이게 무슨 문제인가? 싶지만... 할머니와 살아온 나로선 정말 아무런 일도 아닌 것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 되곤 한다. )


누가 할머니의 수건을 썼느냐가 중요했다. 아빠와 첫 손녀인 내가 쓰는 것인 별 문제가 없었지만 

다른 사람이 썼을 경우 할머니의 화가 머리끝까지 나긴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그날은 아무도 수건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 


범인이 없기에 할머니는 더 화가 나기 시작하셨고 혼자만의 추리로 동생이 수건을 썼다고 

단정 지으셨던 것 같다. 아들로 태어나지 않아 할머니의 미움을 많이 받던 동생 

그 동생이 썼다고 생각하면서 추궁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동생은 아니라고 외치며 자기도 답답한 마음에 폴짝폴짝 뛰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하지만 할머니의 귀엔 들리지 않고 무조건 동생이 잘못한 것으로 몰아가고 계셨다. 

답답한 마음에 동생은 머리띠를 고쳐하다 머리띠가 반토막이 났다. 

그것은 언니인 내 머리띠였다. 


할머니의 수건을 몰 래쓰고 ( 사실이 아니지만..)

언니의 머리띠를 반토막 내다니 ( 내 거라는 게 할머니에게 중요했다. )

할머니 기준에선 화를 어마어마하게 낼 수 있는 문제였고 

실로 폭발하셨다. 


추궁이 아닌 혼을 내기 시작하셨고 동생은 억울했고 

이 상황에 엄마가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수건이 뭐라고 , 내 머리띠가 뭐라고 

하나도 중요한 것이 아니었지만 

늘 사소한 것으로 시작하는 할머니와 엄마 아빠와 큰 싸움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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