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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유코치 티아라 Dec 01. 2021

유두 보호기 20개 사서
완모하고 만다!!

첫째를 이른둥이로 출산한 나는 어마어마한 젖몸살을 시작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원래도 많던 젖량인데.... 이른둥이에게 모유가 좋다는 선생님 이야기에 

매일 3시간마다 한 번씩 유축을 했다. 처음엔 40ml, 그다음엔 80ml, 그다음엔 150ml 

며칠 되지 않아 한쪽 가슴당 200ml는 어렵지 않게 채웠다. 양쪽을 합치면 400ml는 우스웠다. 

가슴이 아파서 유축 시간을 당기기 시작했고, 거의 1시간마다 400ml를 채워내는 누가 봐도 놀라운 

병원에서 젖량이 제일 많은 엄마가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기에게 많이 가져다줄 수 있다는 생각에 젖양이 느는 걸 걱정하지 않고 계속 유축을 했던 것 같다. 나에게 시련은 아이가 내 옆으로 오고 난 다음부터 제대로 시작되었다. 

사실... 아이만 퇴원해서 오면 모든 게 해피할 줄 알았다. 

 


첫째는 2.5킬로에 조금씩 자주 먹는 아기였다. 

젖양이 많이 시멘트를 바른 듯 돌덩이처럼 딱딱한 가슴에 편평 유두였던 나는 약한 아이가 젖을 물기엔 

너무나도 어려운 가슴이었다. 이걸 이해하기엔 내 맘이 쉽지 않았다. 

아이만 만나면 모든 게 핑크빛, 해피엔딩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힘이 약한 첫째는 젖을 전혀 물지 못하였고 (입에 넣어주면 미끄러지고, 심지어는 거부하면 물지 않았다)

울다가 지쳐 잠들기 일수였다. 조리원 수유실에서 수유 콜이 오는 게 너무 두려울 지경이었다. 

젖을 제대로 물지 못해 낑낑대며 힘들어하자 간호사 선생님이 이야기하셨다. 


" 유두 보호기를 사용해 볼까요? "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지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네!!라고 대답했다. 수유실에 있는 것을 빌려줄 테니 사용해보고 필요하면 원무과에 가서 구입하면 된다고 하셨다. 처음 본 유두 보호기는 이렇게 생겼다. 

젖을 제대로 물지 못하는 아기를 도와주는 얇은 실리콘으로 만든 가슴에 붙일 수 있는 보조기였다. 처음 착용을 하고 수유를 했을 때, 첫째가 꿀떡꿀떡 수유를 잘하는 모습에 눈물이 핑 돌만큼 감동이었다. 

신랑에게 유두 보호기를 만들 사람에게 노벨평화상을 줘야 한다고 힘줘서 외쳤었다. 나처럼 직접 모유수유가 쉽지 않고 아이가 힘들어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이다. 어쩜 출산 전에는 이런 것을 전혀 몰랐는지 

엄마가 될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었다고 생각했다. 

암튼 나는 유두 보호기의 날개를 달고 직수를 하기 시작했다. 직수가 되기 시작하니 모든 게 더 어려웠다. 

간호 선생님마다 말이 다 달랐기 때문이다. 


" 이제 직수를 시작했으니 유축하지 마세요~ 아이랑 젖양을 맞춰야 해요 "

" 가슴이 아프면 유축도 하세요~ "

" 자꾸 유축하면 젖양이 늘어요~ "

" 가슴이 아픈 건 당연해요~ 참아야죠 "


누구의 말이 맞는 건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난 그날그날 전혀 듣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랬더니 내 가슴은 곧 폭발 직전인 화산처럼 불구덩이가 되었고... 나의 아픔은 극에 달했다. 

마사지가 너무 아파서 수건을 입에 물고 마사지를 받으며, 직수에 집중했다. 처음엔 유두 보호기로 수유를 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것인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모유수유의 아군이자 적군은 늘 가까이에 있는 것이었다. 친정엄마부터 시어머니 할머니까지 이상하고 이상스러운 것을 붙이고 수유한다고 한 마디씩 하기 시작했고, 인터넷 맘 카페의 많은 글에서 유두 보호기를 오래 사용하면 직수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의 글들만 보이기 시작했다. 좋은 말도 한두 번이었다. 날 위해서 하는 말이겠지만 호르몬이 정상적이지 않은 산후조리기간엔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에 속상하고 눈물이 났다. 

30년을 넘게 살면서 남의 젖꼭지가 부러워보긴 처음이었다. 여자로 수치감이 아닌 수치감도 들고 자신감도 사라졌다. 젖양이 많으면 뭐하는가? 늘 젖몸살에 시달리고 보호기 없이는 직수도 안 되는 것을..... 


잠이 오지 않았다. 수유를 하고 나면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맘 카페의 우두 보호기로 검색되는 모든 글들을 읽기 시작했다. 내 마음은 한줄기의 동아줄을 찾고 싶었던 것 같다. 유두 보호기를 사용해서 완모를 했다는 누군가의 경험이 필요했다. 이 유두 보호기가 결코 나쁜 아이템이 아닌 나의 모유수유기간을 다 책임져 줄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이 필요했다. 간절히 찾고 원해서였을까? 일주일은 넘게 검색한 결과 한 글의 댓글에서 발견했다. 


유두 보호기 사용해서 14개월 완모 했어요

이 글이 정말!! 사이키를 달고 있는 듯 반짝반짝 이 댓글 보였다.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그 새벽이 지나 신랑이 출근 준비를 할 때 신랑에서 외쳤다. 


" 나 유두 보호기 20개 살 거야!! 

20개 사서 완모 할 거야 말리지 마!! "


과연 내가 유두 보호기를 20개 샀을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그냥 나는 보호기로도 충분히 완모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이 필요했던 것 같다. 

오른쪽 가슴은 보호기 사용 78일 , 왼쪽 가슴은 보호기 사용 98일을 마지막으로 첫째는 18개월 완모를 하였다. 


이렇게 보호기 사용 날짜까지 외우고 있는 건.. 그만큼 그때의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 만나는 많은 엄마들이 보호기를 오래 사용하면 완모 못하지 않나요?

보호기 안 떼면 완모 못한데요

보호기는 직수에 방해가 된대요..라고 이야기하는 엄마들을 만나면 

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유수유는 엄마의 말랑말랑한 마음으로 천천히 접근해도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희망이 있으면 힘을 내어 모유수유를 할 수 있는 엄마들이 많다. 나도 그랬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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