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를 할 때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들
마케팅을 할 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윤리적으로 할 수 있을까는 항상 고민이다. 나는 현재 회사에서 지난 1년 반 동안 태국 여행 마케팅을 담당했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어떠한 키워드를 검색해도 너무나 쉽게 유해한 이미지들이 나와서 같은 마케팅을 하는 입장에서 좌절감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동남아가 백인 남성들의 섹스 관광으로 유명한 만큼 그들에게 어필하고, 사회적으로 유해한 이미지를 찾기는 너무 쉽다. 마케팅에 사용하려고 관련 이미지를 검색했을 때, 돈 좀 있는 백인 남성이 고작 손녀뻘쯤으로 보이는 현지 여성을 한쪽 팔에 끼고 있는 이미지는 정말 너무나도 흔한 것이다. 마케팅을 할 때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사회가 가지고 있는, 기득권들에게만 유리한 통념을 따르는 일은 너무나 간편하다. 따라서 업무를 할 때, 나라도 한 번 더 생각해서 마케팅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광고 카피나 이벤트 페이지에 소녀, 여자, 여성스럽다 등 기존 사회의 스테레오 타입을 공고히 할 수 있는 멘트는 넣지 않는다. '여리여리', '여자여자', '남친이 보기에~' 등 지금 당장 여성 개인이 혹하게 하기 쉬울지는 몰라도 궁극적으로 그녀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말들은 건너뛴다. 막상 해보면, 이런 단어들을 제외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홍보 문구를 쓸 수 있는지 놀랄 것이다.
여행지를 홍보할 때에도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가족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미지나 백인들만 나오는 이미지, 커플 여행에서 헤테로 커플만 나오는 이미지는 가능한 한 지양한다. 하지만 셔터스탁에 검색하면 이런 이미지만 나온다. 그렇지만 돌려 생각해보면, 이런 이미지만 나오는 데에는 마케터인 나도 어느 정도 공헌하고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까지 생각이 미치는 순간 모골이 송연해진다.
사회에는 정상가족과 백인들, 그리고 헤테로 커플만 존재하고 있지 않다. 한 명이라도 광고를 보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그려왔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결코 일상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에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는 작업인 것 같다.
디자인을 하는 내 친구는 작업을 할 때마다 부러 다양한 인종과, (여자) 아이들의 다양한 옷차림을 넣는다.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면, 다양한 사람이 있는 사회의 모습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시키는 편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더 윤리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을지, 이렇게 직장인들의 고민은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