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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낮의 바다 Aug 05. 2020

직장인으로 영어를 배우는 첫걸음

신입사원이 #내돈내산 영국문화원에 등록하기까지

나는 영어를 못하는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잘하는 축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학교 대표로 구 대회까지 나갔으며, 중학교 때에는 국제고를 준비하며 수많은 문제집을 풀어 재꼈다. 대학교 때는 수많은 컨벤션과 국제회의를 섭렵하며 동시통역과 외국인 바이어 의전을 담당했다. 하지만 딱 수능 영어까지의 기본기와 실무에 부딪치면서 쌓아온 눈치코치는 오래가지 못했다.


외국인 대상의 여행사에서 모든 업무를 영어로 진행하는 일은 대강 읽고 듣기만 잘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인의 고질병이자, 절대 정규 교육과정에서는 배울 수 없는 말하기와 쓰기가 더 중요했다. 십 년 간 수많은 미드를 섭렵하고, 마이스페이스와 펜팔로 다져진 프리토킹력으로 외국인과의 캐주얼 토크는 전혀 문제없었지만, 비즈니스 영어는 또 다른 세계였다. 나는 영어로 정중하게, 그러니까 too direct 하지 않고 indirect 하고 polite 하게 말하는 법을 새롭게 배워야 했다.


당시 내가 고민했던 어학원은 두 곳이었다. 외국인과 직접 대화를 하면서 전문적으로 비즈니스 회화를 배울 수 있을 것, 그리고 잘 가르치지 않는 쓰기까지 배울 수 있는 곳. 이미 영어 기본기가 있는 상태였고, 영어로 캐주얼 토크도 문제가 없던 상태였기 때문에 시험 준비나 기본기 위주의 사설 어학원은 필요가 없었다. 이렇게 두 가지 조건을 추리고 나니, 유명 프랜차이즈 중에서는 영국어학원과 월스트리트 영어가 조건에 들어맞았다. 두 곳 다 퇴근하고 갈 수 있을만한 거리가 되고, 직장인 대상이라 퇴근 후에도 수업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우선 퇴근 후, 한 차례씩 길게 레벨 테스트와 상담을 받아보고 최종적으로는 쓰기가 더 중요했던 나에게 커리큘럼이 더 맞았던 영국어학원에 등록했다. 등록했을 때 레벨은 두 군데 다 High-intermidiate 가 나왔다. 레벨이 조금 더 세분화되어 있던 월스트리트 영어에서는 16-18 레벨이 나왔고 (총 25 레벨 +), 레벨이 굉장히 뭉뚱그려져 있던 영국문화원에서는 Intermidiate 중에서 높은 축이었는데 (5 레벨 중 3 레벨), 여기는 레벨 업이 굉장히 깐깐한 절차를 거쳐서 옮길 수 있었다. 나는 4개월 정도 다니고 곧 그다음 레벨인 High Intermidiate로 이동했다. 현재는 최종 레벨인 Advanced 반이 사라져 가장 높은 레벨인 상태로 수업을 다니고 있다.


영국문화원의 정규 수업인 My Class는 40회, 80회로 나눠져 있는데, 나는 장기적으로 영어 실력을 향상하고 싶었고 할인율도 더 높았던 80회로 등록해 버렸다. 200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을 12개월 할부로 결제하니 손이 후들거렸다. 이제 신입사원인데 어쩌자고 내가 영어에 이만한 돈을 투자했을까. 영어가 뭐라고. 영어는 이제 내 커리어를 좌지우지할 '뭐'였다. 그리고 나는 입사하자마자 영어에 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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