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잔소리가 있다. ‘바른 자세로 앉아라.’ 하지만 그렇게 잔소리를 듣는다고 해서 내 자세가 고쳐지진 않는다(대부분의 훈계는 그렇기에 잔소리다). 척추가 휜다거나 그런 우려가 덕지덕지 붙지만, 철도 씹어먹을 어린 나이에 그런 걱정이 썩 와닿을 리 없다. 그저 편한 자세로, 옆으로 누워 팔로 목을 바치고 티비를 보거나, 의자에 앉아서도 엉덩이를 앞으로 내빼 구부정하게 앉곤 했다.
이 자세들이 왜 편한 자세냐 하면, 해당 근육을 덜 쓰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뼈와 관절 등 기계적인 구조에 ‘기대는’ 자세다. 그렇기에 그 관절을 대신할 의자나 주위 지형적 구조에 기댈 수도 있다. 어쨌거나 그것들이 서로 맞물려 내가 안정된 자세를 취하고 있으면 편해지긴 한다. 근육을 안 쓰니까.
문제는 말했듯 이게 ‘기대는’ 자세라는 거다. 나의 근육, 내 스스로의 힘을 쓰지 않고 구조에 의존하는 자세. 이런 자세가 습관이 될수록 근육을 사용하여 앉는 게 더욱 버거워진다. 근육은 쓸수록 단련되기에. 예컨대, 등받이가 없는 의자는 불편해진다. 등받이가 없기에 오로지 나의 척추기립근과 복근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근육들을 평소에 안 쓰다 보니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뭉치고 뻐근해진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의존하던 구조에 이상이 생긴다. 흔히 말하는 디스크가 터지거나 뼈가 휜다. 관절이 뒤틀리고 인대가 늘어나며 신경을 누르고 사지가 저리다. 결국 그렇게 다치고 나면, 그제야 자세를 고쳐 잡는다. 평생을 잘 안 쓰던 근육을 쓰고 습관을 고치기 위해 몇 년을 고생해야 한다.
안 쓰던 코어근육이 점차 단단히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등받이 의자가 더이상 필요 없다. 오히려 내가 키워오던 스스로의 힘을 방해한다. 어디에 앉든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건강한 삶을 되찾는다.
삶에서도 무언가에 의존하는 자세는 늘, 자립심의 성장을 방해한다. 학교에 기대고, 지인에 기대고, 부모에 기대는 삶 말이다. 처음엔 뭉치고 뻐근해도 코어근육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구조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개의치 않고 내 힘으로 바른자세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말은 쉽다. 그리고 자립심에 대한 강박관념은 오히려 정신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때론 기대어 쉬어주어야 하는데 말이다. 나는 재활의학과 전문의에게 한번 물은 적이 있다.
"허리가 정말 아플 땐 어떻게 해야 하냐요?"
의사의 답변은 간단했다.
"움직이지 말고 누워있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