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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라리며느리 Sep 12. 2020

입이 아닌 귀를 열어라.

법칙 9.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진심으로 경청하라.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이 있는가? 요즘 TV를 거의 보지 않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은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다. 지금도 다음 시즌이 나오길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여행을 하며 인문학적 대화를 나누는데 그 내용들이 얼마나 재밌는지 모른다. 정말 유익한 프로다. 생각하는 관점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여행을 하니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배울 점이 참 먆다. 없던 호기심이 생기고 공부하고 싶은 욕구도 생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것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하는 모습이다. 상대방 이야기를 진심으로 경청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알쓸신잡' 출연자들은 이번 조던 피터슨의 아홉 번째 법칙을 모두 지키고 있었다. 그 법칙은 바로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것을 들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하라'이다. 경청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 분들처럼 '경청'을 잘할 수 있을까?



 

경청이란 서로를 읽어가는 것



경청은 주의를 집중해 듣는다는 뜻이다.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면 상대방은 뜻밖의 것까지 말한다. 남들이 알아서 좋을 것 없는 문제까지도 털어놓는다. 때로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서도 말한다. 그의 해결 방법이 오히려 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때도 있다. p. 334


이번 챕터를 읽으면서 계속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예전에 '몰입 독서'라는 독서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리딩해주신 분이 기억 났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책을 읽고 각자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리더님과 나, 둘만 참여한 적이 있었다. 모임을 리딩 하시는 분이 내가 꾸준히 참석한 그림책 모임 선생님이셨는데 배울 게 참 많은 분이다. 책을 읽고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연결되었다. 저녁 6시가 되었지만 우리 이야기는 끝이 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대화 내용은 더 깊어지고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자리를 옮겨서 서로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그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내 속내를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에게 이야기 한 적은 처음이었다. 내 인생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처음이었다. 12시간이 넘는 시간이 그렇게 빨리 흘러가는 경험 또한 처음이었다. 그렇게 나에게 많은 첫 경험을 하게 해주신 선생님은 모임 후기에 이런 말씀을 남기셨다. 너무 인상적이어서 아직도 기억이 난다.


"저는 강 OO라는 책을 읽었고 OO님은 최 OO이라는 책을 읽은 시간이었어요"


감동이었다. 생각해보니 정말이었다. 나는 선생님을 읽는 시간이었고 선생님은 나를 읽었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가는 게 아쉬울 정도로 대화가 그렇게 재미있는 건지 깨닫게 해 준 선생님에게 지금도 감사함을 느낀다. 그런 대화의 맛을 언제 또 느껴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다시 또 경험해 보고 싶다.



어떻게 우리가 서로의 숨기고 싶은 이야기까지 꺼내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대화를 하고 난 후 치유를 받은 느낌이 들었던 이유를 이번 아홉 번째 챕터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경청이 내담자의 문제를 내담자에게서 빼앗지 않는 방법 중 하나'라고 한다. 이 말을 듣고 이거구나 싶었다. 우리는 서로 '경청'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이 내 이야기를 집중해서 잘 들어주시니 나도 자연스레 따라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경청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경청은 한 번에 한 사람만 발언하고 상대방은 주의 깊게 듣는 것이다. 발언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사건에 대한 의견을 진지하게 개진할 기회가 주어진다. 다른 사람들은 그가 하는 말에 공감하는 반응을 보인다. 이런 대화가 중요한 이유는 화자가 사건을 설명하는 동안 마음속으로 그 사건을 정리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대화하며 머릿속을 정리한다.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p. 356


생각해보니 선생님은 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눈을 마주치는 대신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들어주셨다. 그러니 나도 더욱 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고 선생님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경청이 소통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지 제대로 깨닫게 해 주었던 것이다. 공감도 마찬가지다. 저자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듣는 사람의 공감은 말하는 사람에게 당신은 중요한 사람이며 발언 내용 역시 주의 깊게 들을 가치가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한 말이 내가 직접 경험했기에 더 와 닿는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는 것이 얼핏 보면 쉬운 일로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직접 해보면 내 이야기하기 바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줄 겨를이 없음을 금방 깨달을 수 있다.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이쯤에서 한번 물어보고 싶다. 나 자신에게도 해보고 싶은 질문이다. 당신은 대화다운 대화를 한 경험이 있는가?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이 주위에 몇이나 있는가? 그리고 당신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얼마나 귀 기울여 들어주는가?


우리는 대부분 경청하지 못한다. 우리에게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고 섣불리 상대를 평가하려는 습성이 있다. 이것부터 인정해야 한다. 대화를 할 때 자신이 먼저 경청하려 노력한다면 상대방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서로가 서로를 경청하는 모습이 많아지면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조금은 더 나은 곳이 되지 않을까?


당신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라. 그러면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새로이 얻은 지식이 합쳐져 지혜로 변할 것이다. 그야말로 최상의 지혜가 아니겠는가! p. 361



*30일 동안 매일매일 한 챕터씩 읽고 서평 쓰기 도전 Day 25


참고도서 <12가지 인생의 법칙 : 혼돈의 해독제>  조던 B. 피터슨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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