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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라리며느리 Sep 13. 2020

14년 차 부부는 어떻게 싸울까?

법칙 10.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라.

남편과 나는 결혼 14년 차 부부이다. 엊그제 결혼한 거 같은데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14년 동안 우리 부부가 딱 한번 싸웠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딱 한번 오점을 남긴 날도 불과 5개월 전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보통 부부들이 결혼하면 초기에 많이 싸운다고 하지만 우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연애할 때보다 사이가 더 좋아졌다. 내가 잘했다기보다 남편의 공이 크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내가 화가 나도 남편이 전혀 동조해 주지 않으니 싸움으로까지 커지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화가 날 법도 한데 오히려 본인이 잘못했다고 하니 계속 뭐라고 할 순 없지 않나. 가끔은 아내에게 말하는 방법을 어디서 배우고 오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때도 있었다. 우리 부부가 14년 동안 살면서 어떻게 다른 부부들만큼 싸우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었는지 이번 열 번째 챕터를 보면서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남자는 여자가 왜 화가 났는지 모른다. 그러니 알아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정확하고 분명하게 이야기해라.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혼돈이 얼굴을 드러낼 때 우리는 말을 통해 혼돈을 바로잡고 질서를 다시 찾을 수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떤 것이든 분류하고 정돈해서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협상을 통해 합의에 이르면,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렇게나 불분명하게 말하면, 어떤 것도 모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목표도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아서 불분명하다. 불확실성의 안개가 걷히지 않는 한 세상을 헤쳐 나가기 위한 협상은 불가능하다. p. 389


부부가 살면서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주로 내가 삐지거나 화가 나면 남편이 달래주거나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마무리된다. 남편의 발 빠른 사과 덕분에 언성이 높아질 겨를이 없다. 보통 여자들이 화가 나면 남자가 그 원인을 알아주길 바란다. 그러면서 감정과 에너지를 소비한다. 여기서 나만의 팁을 하나 말하자면 나는 화가 나면 남편이 알아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어떤 부분에서 마음이 상했고 어떤 포인트에서 기분이 언짢아졌는지 정확하게 말해준다. 보통 남자들은 아무 생각 없이 말을 하거나 행동할 때가 많은데 여자들이 왜 기분이 갑자기 안 좋은지 알리가 없다. 서로 답답하고 감정만 더 나빠질 뿐이다. 그걸 남자가 먼저 알아주길 바라는 생각을 좀 달리해야 한다고 본다. 남자들이 알아주길 바라지 말고 솔직하게 기분이 상한 이유를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다. 주위 지인들만 봐도 그런 이유로 다투는 걸 많이 봤기 때문이니 오해는 없길 바란다.


우리 부부가 10년이 넘는 결혼생활 동안 큰 다툼이 없었던 이유가 평소 정확한 감정 표현을 했기 때문이다. 되도록 정확하게 어느 부분에서 감정이 상했는지를 말했기에 남편도 나도 서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본다. 문제에서 탈출하려면 먼저 문제 자체를 인정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문제를 빨리 인정할수록 문제에서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이 빨라진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 부부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시간이 지나기 전에 빨리 소통했기에 다툼을 피할 수 있었다. 그랬던 우리 부부가 왜 14년 결혼생활에 딱 한 번 오점을 남기게 됐을까?


화가 난 이유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라.


대화할 때는 주제를 의식적으로 명료하게 규정해야 한다. 특히 까다로운 문제를 두고 대화할 때는 더욱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대화의 주제가 '모든 것'이 된다. 이런 무분별한 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로 부부간의 대화가 중단되고 끊어지는 이유도 대부분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일어난 문제, 지금 존재하는 문제, 훗날 닥칠 수 있는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주제로 오르며 대화가 말다툼으로 변한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p. 394



불과 5개월 전, 우리 부부가 처음으로 언성을 높이면서 싸웠던 때를 생각해보면 저자가 말한 '모든 것'을 말했기 때문이다. 남편이 그날따라 일이 힘들어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고 나 또한 그랬기에 서로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어제 서평의 주제였던 '경청'과도 연결이 된다. 결국 소통이 문제였던 것이다. 그 당시 문제만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예전 문제, 나중 문제까지 다 가지고 오면서 서로의 감정이 극에 달했다. 저자가 말하는 정확하지 않은 '무분별한 대화'가 원인이었다. 평소답지 않았던 우리 모습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 원인을 알았으니 똑같은 실수를 다음에는 하지 않아야겠다. 화가 난 이유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도록 노력하자. 싸움에서도 주제를 명확하게 하는게 관건인 것이다.





이번 열 번째 법칙인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라'는 앞으로 우리 부부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과의 대화와 문제에서 적용해야 할 법칙이다. '혼돈은 조금씩 떠오른다'라고 한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그냥 상황이 불편해서 피하기만 하다 보면 서로의 감정은 어느새 쌓여가고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피하지 말고 과감히 맞서야 한다. 이 글을 쓰는데 문득 남편이 나와 부딪히는 게 싫어 속으로 참고 있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이 기회에 오늘 읽은 내용을 남편에게 이야기해주면서 앞으로 더 나은 우리 부부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겠다. 우리가 서로에게 정확하게 무엇을 원하는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나아가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며 살아야겠다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잘 살겠다는 결혼할 때의 약속을 이번 법칙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어 다행이다.


삶의 혼돈을 직시하고 정면으로 맞서라. 혼돈의 바다를 정조준하라! 목적지를 명확히 설정하고, 그 목적지로 향하는 길을 지도에 표시하라 당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말하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주변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알려라. 주의 깊게 관찰하며 앞으로 나아가라. 항상 솔직하게!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라. p. 395



*30일 동안 매일매일 한 챕터씩 읽고 서평 쓰기 도전 Day 26


참고도서 <12가지 인생의 법칙 : 혼돈의 해독제>  조던 B. 피터슨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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