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편지
요리는 식재료를 씻고 손질하는 마음이 맛을 낸다고 생각했다.
'주말은'
내게 답하는 열 번째 편지
10일 차 주제. '주말'
평상시에는 정리하기 간편한 음식을 선호한다. 혼자 먹는 시간이 대부분이기도 하고, 하던 일로 쉬이 돌아갈 수 있게.
주말엔 오늘처럼 외식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남편과 집밥을 먹는다. 그제야 나는 주말 의식을 차리듯 '요리'를 하려고 한다.
요리를 능숙하게 하진 못하지만, 식재료를 소중히 다루고 그 시간을 음미하는 게 좋다. 그래서 주말에는 마음속 한 칸의 여유를 더 내어 부엌에 머문다. 파 한 단을 썰더라도 나무 도마 부딪히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밤 내피에 붙은 털도 재밌는 듯 떼어낸다.
그건 내가 오늘을 그렇게 보내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빛이 오가고
계절이 변하는 데 오감을 내맡긴다.
그리고 평일의 나를 이리로 끌어와 말한다.
너는 지금 정성스레 재료를 다듬고 있는 거라고,
네 마음이 좋다고 느끼면 그 시간에 너를 맡기라고.
주말은 내가 과정에 머무는 시간이다.
내일부터 다시 정성을 다하면 된다고 확인하는 시간이다.
나를 찾는 여행 중,
내일은 열한 번째 편지를 씁니다.
https://brunch.co.kr/@chograss/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