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마시는 커피 같은 친구가 있다.
내가 매일 만나는 사람이 있다. SNS 랜선 친구. 그들을 분석하면 내가 마시는 과테말라 안티구아 원두커피 같다는 걸 알아챌 수 있다. 이 원두는 단만 쓴맛 신맛 다 난다.
내게 답하는 열여섯 번째 편지
16일 차 주제. 'SNS'
랜선 친구
'랜선 친구'는 SNS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맺어진 온라인 친구를 말하는 신조어다. 내가 요즘 쓰는 SNS 플랫폼은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인데, 인스타그램에서 사람들이 이 '랜선' 붙은 호칭을 쓰는 걸 보고 알게 됐다. 랜선 이모, 랜선 집사, 랜선 남자 친구, 랜선 아빠 등 활용이 다양하다.
오늘 주제가 SNS니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나는 SNS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과테말라 안티구아 커피 같은 랜선 친구들 때문에.
과테말라 안티구아
결혼 전에는 드립 커피를 마셨다. 결혼하고는 자동머신을 사 주구장창 커피를 내려 마신다. 내가 마시는 커피 원두가 바로 '과테말라 안티구아'다. 타는 듯 고소한 향이 매력인 스모크 커피고 이제는 이것만 마신다. 이 커피 저 커피 많이 마셔봤는데, 아직까지는 나랑 제일 잘 맞는 베스트 커피다. 단맛 쓴맛 신맛이 조화를 이루고 무엇보다 살짝 끝이 텁텁할 정도로 묵직한 바디감이 딱 내 스타일이다.
과테말라 안티구아 같은 나의 랜선 관계
브런치
브런치에서 내가 소통하는 랜선 작가분들은 과테말라 안티구아처럼 인생의 단맛 쓴맛 신맛 다 맛본 분들이란 걸 캐치했다. (적어도 두 맛 이상) 묵직한 바디감을 가졌다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에서 내가 소통하는 랜선 그림 동료분들은 과테말라 안티구아처럼 단맛 쓴맛 신맛 다양하다. 내 그림도 한 가지 맛에 국한되지 않아서인 걸까. 각자가 진한 향을 뿜는다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매일 마시는 커피처럼
'우리 봐야지' 말 뿐인 게 늘었다. 여럿일 땐 약속 시간, 장소 한 번 잡기도 일이라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다. 육아 중인 친구도 있고 나를 포함해 다들 피곤하거나 바쁘다. 근황 업데이트가 늦어지고 연락해 얘기 좀 할라치면 크게 밥상 차리듯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날 잡고 만나지 않으면 굳이 연락해 내 이야기를 하는 편이 아니라 더 그렇다.
랜선 관계는 사뭇 다르다. 매일 켜는 내 핸드폰 속 그들은 글, 그림, 사진 등으로 일상 혹은 작업을 공유한다. 관심 있거나 응원의 의미로 각자가 가능할 때 인기척을 낸다. 하트를 누른다. 댓글이나 메시지로 길고 짧은 대화를 나눈다. 바쁜 날엔 지나치든 자유다.
현재 집에서 앞으로를 준비하는 내게는 이 관계가 손 뻗으면 마실 수 있고 없으면 하루가 힘든 커피 같이 느껴진다. 이 매일의 관계가 매일 힘이 된다.
그렇게 부담 없이, 커피 한잔하듯 매일 만난다. 인스턴트커피는 아니고, 과테말라 안티구아 커피.
나를 찾는 여행 중,
내일은 열일곱 번째 편지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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