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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생 Nov 24. 2019

또 다른 내가 있음을 기억해

비 오는 날


요즈음 꼭 하루 치씩 사는 것 같습니다.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어떤 변덕을 부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하루에서 길어도 한 달 치씩 바라보고 사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내게 답하는 스물네 번째 편지


24일 차 주제. '애쓰는 마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정서 상태를 평상시로 돌려놓는 데 아직 많이 힘이 듭니다. 며칠 전 쓴 글이 정말 내가 쓴 게 맞나, 전혀 다른 마음 상태인 저를 만납니다. 그랬지. 이것도 나였지, 합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나'를 오래간만에 만나면 덜컥 겁이 납니다. 잠식되지 않으려고 또 그대로 잠식되어 버리려고 왔다 갔다 합니다. 그때, 또 다른 내가 썼던 글을 읽으면 정신이 약-간 듭니다.

그래, 나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야. 조금만 버티면 또다시 돌아갈 거야, 하고요.

매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하면서 대부분 글 먼저, 그 다음에 그림 순서로 작업했습니다. 그런데 부정적인 정서에 사로잡혀있을 땐 글이 잘 안 써졌습니다. 그런 나일 때는 그림을 먼저 그립니다. 눈앞 관찰 대상으로, 손으로 도구로 신경이 이동하면, 머릿속 안개가 약-간 걷힙니다. 


그렇게 오늘 할당량은 겨우 해서 기쁩니다. 상황에 따라 그림과 글을 왔다 갔다 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오늘은 비가 옵니다. 온종일 뿌옇고 칙칙한 창밖 풍경에 하루 내내 집에서 노란 조명을 틀고 있었습니다. 코코아도 두 잔 마셨습니다. 하여간에 애를 썼습니다, 또 다른 내가 있으니까 괜찮다고 안심시키면서요. 







나를 찾는 여행 중,

내일은 스물다섯 번째 편지를 씁니다.


https://brunch.co.kr/@chograss/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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