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해가 빛을 잃으면 안 되잖니.
내게 답하는 스물두 번째 편지
22일 차 주제. '잊히지 않는 마음'
시아버님께서는 어느 날 우리 집안에서 제가 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해가 빛을 잃으면 모든 게 멈춘다고
해가 내리 주는 빛이 있어 나무들이 자라고
세상 만물이 돌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아버님, 저는 해가 아닌데요…' 생각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해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죄송하지만 병든 나무라고…
핸드폰 너머 정적이 잠깐 흘렀습니다.
이내 아버님께선 너무 부담스러운 말을 한 것 같다고 허허 웃으셨습니다.
나는 그런 거창한 비유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데,
말씀 따라 크게 부담스러웠고
그 말에 행복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또, 한 번은 어머님께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두 분 다 나한테 실망하실 텐데… 두려워서 그 말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경계를 늦추지 않는 저를 향해 아버님은 늘 정말 해 보시는 듯한 표정이셨습니다.
어머님께선 혹여나 제가 맘 상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시면 전화해 상황을 설명해주셨습니다.
두 분께서는 햇살처럼 제 행복을 바라셨고 저를 딸처럼 보살펴주셨습니다.
새로운 가족이 익숙해질 즈음 어느 날, 집에서 하던 일이 잘 안 풀려 무기력해지려는데 두 분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너는 해란다."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다시 해보자 마음먹었습니다. 이후로도 종종 두 분 목소리는 제 심장을 타고 눈 밖으로 울려 퍼집니다. 그 마음이 평생 잊힐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게 해가 되어주신 두 분을 아로새깁니다.
나를 찾는 여행 중,
내일은 스물세 번째 편지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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