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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생 Nov 26. 2019

멀티 페르소나 좋아요


하나 10보단 둘 5씩 하는 게 즐거운걸요.


내게 답하는 스물여섯 번째 편지


26일 차 주제. '즐거움'



학생 때부터 낌새를 보였습니다.  네다섯 권을 쌓아놓고 매일 조금씩, 툭툭 건드리듯 여러 과목을 동시에 공부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하나만 하는  좀이 쑤셔 못했고 벼락치기도 못했습니다. 성인이 돼서는 그런 저를 모조리 망각해 버린 셈이었어요.


한 달 전, Erin and you 작가님께서 제 글에 남기신 댓글을 통해 김난도, <트렌드 코리아 2020> 키워드 중 하나인 '멀티 페르소나'를 접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나타나고 있는 많은 트렌드를 관통하는 동인은, “사람들이 자기 상황에 맞는 여러 개의 가면을 그때그때 바꿔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복수(複數)의 가면을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는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 즉, ‘여러 개의 가면’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멀티 페르소나는 말하자면 본서의 여러 트렌드는 물론이고 최근의 사회 변화를 이해하는 ‘만능키’라고 할 수 있다.

p.197, 「멀티 페르소나」 중에서



퇴근 전과 후가 다르고, 여러 취미, 일을 통해 다양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현대인의 모습. ‘멀티 페르소나’는 이미 우리 삶에 익숙히 녹아들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누구나가 행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0> 기자 간담회 영상


영상에서 '멀티 페르소나'에 해당하는 내용을 간략히 옮기면,


자기 정체성 표현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모드 전환이 빠른 현대인(컴퓨터에서 alt+tab을 눌러 화면 전환하듯).

연대는 느슨해지면서 고향, 출신 학교 등이 내 정체성을 규정하지 못한다.

그럼 뭐에 맞게 규정하는가?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취향이 중요해졌다.

인터넷 공간에서 자기 정체성을 바꿀 수 있다.

요즘 계정도 두 개다. 리얼 인스타, 페이크 인스타(린 스타, 핀 스타).


(이에 따라 소비 또한 양면적 소비 형태로 일어난다는 내용이 뒤따릅니다.)





체감한 변화가 이렇게 간단히 설명되다니 흥미로웠습니다. 이전부터 저는 한 가지 색을 띠지 않는 데서 오는 강박이랄지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험을 해왔습니다. 특히 커리어에 있어 '잘못되어가고 있다' 판단했습니다. 그건 (한 가지 분야의) 전문가 기준에 제가 미치지 못해 저평가된 영향이 컸지만, 근본적으로는 멀티 쪽 성향을 죽이는 형태로, 엄한 데서 옭아매고 버티며 효능감을 잃어가진 않았을지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평생 어떤 일을 얼마나 거칠지 모르겠습니다. 무얼 하든 이제는 '나는 왜 이렇게 하나만 파지 못하지?' 문제로 의식하기보다, '나는 다층적인 사람!'이라고 바라볼 수 있길 바랍니다. '멀티 페르소나'가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지각색의 정체성을 가졌던 나를 유연하고 전환이 빠른 사람으로 바라보려 합니다. 상황과 필요에 따라 여러 가면을 돌려쓸 수 있는 나를 즐거이 계발하고 싶은 맘입니다.


11월 매일 글쓰기(개인적으로는 그림도 함께) 끝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바라보건대, 그때그때 주제에 어울릴 드로잉 도구, 문체와 구성을 고민하면서 하나의 스타일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에너지를 '좀 더 재밌게 시도해보자'로 넘겼더니 정말 즐거웠습니다. 앞으로 대중없이 작업할 생각은 아니지만 조금 더 넓은 차원에서 동일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으면 그 안에서 유영할 수 있을까? 로 고민이 바뀌었습니다. 긍정적인 다중스러움을 위하여!







나를 찾는 여행 중,

내일은 스물일곱 번째 편지를 씁니다.


https://brunch.co.kr/@chograss/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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