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정
내게 답하는 마지막 편지
30일 차 주제. '귀국'
매일 글쓰기를 통해 발견한 나에 대해 말해주세요.
넓은 그릇이 되길 바랐습니다.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 때 꿈꿨습니다. 이제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지금 이곳에서 제가 행복할 방법을, 가까이 있는 이와 거친 세상 그래도 웃으며 살 수 있을 삶을 바랍니다. 작아도 좀처럼 깨지지 않는 그릇이고 싶습니다. 적시에 담을 수 있을 만큼의 물을 건넬 줄 아는 사람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내년이 한 달 남았습니다. 19년 스케줄러에 눌러 적기만 한 계획이 있습니다.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 했습니다. 하지만 양가감정으로 혼란했습니다. 아이를 만나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글 주제와 상관없이 아이 생각이 났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려 하는지 이유를 알았지만 눈길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제 안에서 강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이 싫었습니다.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 때문에 나를 이끈다는 게. 자기애가 없다는 걸 방증하는 것 같아서, 그만큼 자아 강도가 턱없이 약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 같아서 외면하면서도 그 동력을 이용했습니다.
매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마치고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아이러니하게도 아이입니다. 이제 저에겐 나를 찾는 마지막 여정이 하나 남았습니다. 묻을까도 고심했지만 아무래도 그러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해 끝자락 그것을 정리하며 보내기로 했습니다.
마지막 여정에는 공부가 필요해 독서실을 끊을까도 합니다. 그만큼 절실하기도 또 제가 중도에 피하려 할 것을 알기에 그렇습니다. 더는 질질 끌면 안 된다고 매일 글을 쓰며 결심해 왔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2월 마지막 한 달.
이 생활이 끝날 새해에는, 설령 '여전히 나 분실 상태'일지라도 조금씩 품었던 일을 실행해 볼 생각입니다(아마도요). 한 달… 정리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일 수 있겠죠, 그래도 결심합니다.
파도가 거세서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서퍼보다 다이버 쪽이 더 맞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서용마 작가님 글쓰기 프로젝트와 함께한 '나를 찾는 여행'이 오늘로 끝이 났습니다. 처음부터 이제까지 제 옆에 많은 분이 함께였음을 봅니다. 그동안 동행하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답글로는 옮길 수 없던 감동, 위로를 품고 도무지 못 할 것 같은 때에도 쓰고 그릴 수 있었습니다. 혼자서는 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Lost & Found 분실된 나를 찾는 마지막 여정도 잘 마치고 오겠습니다. 무척 많이 하트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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