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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생 Nov 30. 2019

파도가 거세서 물속에 좀 들어갈게요

마지막 여정

내게 답하는 마지막 편지


30일 차 주제. '귀국'


매일 글쓰기를 통해 발견한 나에 대해 말해주세요.



넓은 그릇이 되길 바랐습니다.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 때 꿈꿨습니다. 이제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지금 이곳에서 제가 행복할 방법을, 가까이 있는 이와 거친 세상 그래도 웃으며 살 수 있을 삶을 바랍니다. 작아도 좀처럼 깨지지 않는 그릇이고 싶습니다. 적시에 담을 수 있을 만큼의 물을 건넬 줄 아는 사람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내년이 한 달 남았습니다. 19년 스케줄러에 눌러 적기만 한 계획이 있습니다.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 했습니다. 하지만 양가감정으로 혼란했습니다. 아이를 만나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글 주제와 상관없이 아이 생각이 났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려 하는지 이유를 알았지만 눈길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제 안에서 강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이 싫었습니다.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 때문에 나를 이끈다는 게. 자기애가 없다는 걸 방증하는 것 같아서, 그만큼 자아 강도가 턱없이 약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 같아서 외면하면서도 그 동력을 이용했습니다.


매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마치고 수면 위로 떠오른  아이러니하게도 아이입니다. 이제 저에겐 나를 찾는 마지막 여정 하나 남았습니다. 묻을까도 고심했지만 아무래도 그러지 못할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끝자락 그것을 정리하며 보내기로 했습니다.

마지막 여정에는 공부가 필요해 독서실을 끊을까도 합니다. 그만큼 절실하기도 또 제가 중도에 피하려 할 것을 알기에 그렇습니다. 더는 질질 끌면 안 된다고 매일 글을 쓰며 결심해 왔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2월 마지막 한 달.


이 생활이 끝날 새해에는, 설령 '여전히 나 분실 상태'일지라도 조금씩 품었던 일을 실행해 볼 생각입니다(아마도요). 한 달… 정리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일 수 있겠죠, 그래도 결심합니다.



파도가 거세서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서퍼보다 다이버 쪽이 더 맞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서용마 작가님 글쓰기 프로젝트와 함께한 '나를 찾는 여행'이 오늘로 끝이 났습니다. 처음부터 이제까지 제 옆에 많은 분이 함께였음을 봅니다. 그동안 동행하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답글로는 옮길 수 없던 감동, 위로를 품고 도무지 못 할 것 같은 때에도 쓰고 그릴 수 있었습니다. 혼자서는 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Lost & Found 분실된 나를 찾는 마지막 여정도  마치고 오겠습니다. 무척 많이 하트 합니다.



https://brunch.co.kr/@chograss/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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