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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인간

이제부터 제 다정함은 유료입니다

by 보름달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바뀌지 않거나, 인스타그램 피드가 한동안 올라오지 않으면 안부가 전해진다.

“요즘 어떻게 지내?”가 아니라 “요즘 왜 이렇게 조용해?”라고.


인스타그램은 철저한 매도와 매수가 정비례하는 관심 거래소다.

좋아요, 댓글, DM은 우리가 주고받는 관심의 단위이자 공감의 척도다. 한때는 따뜻한 공감의 표현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감정의 거래 단위가 되었다.

그들은 받았던 만큼만 되돌려준다. 인스타그램은 무료지만 타인의 정기 구독이 없이는 유지되지 않는다.


나는 전당포 같은 사람이었다.

그들은 고장 난 마음으로 날 찾아왔다. 나는 그들의 근심과 불안을 맡아주고 위로와 다정함을 내어줬다. 때로는 조언을 해주었고 때로는 그냥 함께 울어주었다.

그러나 그 무조건적인 마음에 조금씩 조건이 붙기 시작했다. ‘이 사람은 내가 필요할 때만 연락하네’

‘내 조언은 듣지도 않고 힘든 이야기만 해’

다정함은 내 본질이라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흐르고 넘치는 줄 알았는데 바닥을 드러냈다.


얼마 전 있었던 내 생일은 연말정산처럼 간소화됐다. 이번 해는 친구보다 언제 가입했는지도 모를 쇼핑몰에서 더 많은 축하를 받았다.

매년 생일을 챙겨주던 친구들도 이제 하나둘 별 다른 이유 없이 떠나갔다. 그나마 생일을 핑계 삼아 1년에 한두 번은 꼭 만나던 사이였는데 말이다.

이제 챙기지 않아도 되는 단오날처럼, 내 생일도 번거로운 날이 되어버렸다.


나는 위로에 목말라 있다. 그러나 빌려갔던 다정함을 갚으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

대가 없는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고, 공감에도 가격표가 붙었다. 화수분 같던 나의 다정함은 무료가 아니었다.

나도 어느새 결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유료인간이 되어버렸다.


우정에도 비용이 붙는 시대. 한때 당연하던 감정과 교류의 자동이체가 끊어지니 오랜 관계도 조용해졌다.

너의 감정이 나에게 건너오려면 비용 지불해야 한다. 심리상담, 고민 상담이 누군가의 직업이 되는 것처럼, 공감이 진짜 필요하다면 돈을 내야 하는 현실이 됐다.

무임승차는 허락되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부터 감정을 소비하고, 공감을 결제하기 시작했을까?

진심조차도 비용을 요구하는 세상.

누군가의 마음 앞에 설 때마다 나는 숙연해진다.


이 체험판 유료관계는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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