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 우리 동네는
아침부터 동네가 시끄럽다.
늘 그렇듯 뻔하고 뻔한 주차 문제 때문이다.
더운 여름 아침, 창문 밖으로는 자잘한 참새 소리 대신 고성이 날아들었다.
평소엔 조용한 편인 골목이라 그런 소리는 더 도드라진다.
더워서 창문을 활짝 열어둔 내 방 안으로 바람 대신 두 사람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넘어왔다.
처음엔 흥부네가 박을 타듯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들이 오갔다.
희미하게 들렸던 내용이, 엥엥대던 목소리가 어느 순간부터는 카랑카랑하고 날카롭게 퍼져 나갔다.
이제 서로의 말을 가로막고, 다른 사람의 말 위에 올라타 경계를 침범한다.
매번 반복되는 이런 주차 문제, 별것도 아닌 일이라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듣고 있자니 아저씨가 너무 막무가내였다.
“여기 우리 땅이에요! 토지대장 있어요?”
토지대장을 가지고 오라고 소리쳤다.
아주머니가 토지대장을 보여주자 이번엔 측량을 하자고 으름장을 놓는다.
아주머니가 그럼 측량을 해보라 하니,
“아줌마 땅이니까 아줌마가 해야지, 왜 내가 해야 해요?”
라며 또 우긴다.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진저리가 난다.
토지대장을 봐도 믿지 않고, 측량은 네 돈으로 다시 하라니.
날은 덥지만 창문을 닫아버리고 싶다.
서로의 말을 잡아먹으며 쌓여가는 불협화음 속에,
집에서 나처럼 듣고 있었던 각자의 배우자들도 결국 나섰다.
마치 야구장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벤치에 있던 선수들까지 우르르 몰려나오듯,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배우자가 새로운 등장인물로 나섰다.
모두가 한 마디씩 보태며,
4중창이 된 이 불협화음에 머리가 아찔해진다.
아저씨가 아주머니 남편에게 소리쳤다.
“아니, 아저씨가 무슨 상관이에요? 왜 끼어들어요.”
그러자 아저씨가 단호히 소리쳤다.
“왜 상관이 없어요? 내 사람인데“
어머나!
마치 MBTI의 T와 F를 가르는 테스트처럼,
그 한마디가 이 순간을 이상할 만큼 로맨틱하게 만들었다.
제법 뜨거웠던 아침,
그 소란 속에 은은한 핑크빛 기류가 스며들었다.
사랑은 때로, 소음 속에서 더 또렷하게 들린다.
나 혼자만 알기 아까워 엄마한테 달려가 참새처럼 재잘댄다.
시끄러웠던 주차 문제도, 토지대장 이야기도 쏙 들어갔다.
“엄마 있잖아, 우리 아래층에 내 사람 아저씨가 산다.
아저씨의 내 사람, 아주머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