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tcc Sep 23. 2021

민감한 역사를 다루는 마음

작곡가 이건용 & 극작·연출가 조광화의 진심


Q. '5·18 민주화운동'을 향한 창작진의 시선


인간에 대한 희망과 생명의 힘을 확인해주는 원천
(이건용)

사실 명숙이라는 캐릭터를 처음엔 난 참 이해를 못 했어요. 무조건 "삶은 아름답다"고 억지 주장하는 격이잖아요? 그런데 그 '억지'가 아니었으면, 광주민주화운동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죽음의 두려움을 이겨낸 그 힘이야말로 위대하다고 나는 증언하고 싶은 거예요. 삶의 힘을 노래하는 오페라로요.


덮어두고 또 덮어두어서 응어리진 민족의 한(恨)
(조광화)

그 시절 공수부대에 끌려가면 자기도 모르게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거잖아요. 그 말인즉슨, 이건 ‘영호’만의 상처가 아니라 아픈 현대사를 가진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상처라는 거죠. 그렇게 볼 때 광주민주화운동은 우리 모두가 당사자인 이야기가 됩니다.




Q. 비극을 아름답게 그려도 될까?


노래가 참 아름다워요.
역사의 비극이고, 아픈 이야기인데
노래를 들으면서 이렇게 행복해해도 되나
(조광화) 

그런 아이러니가 생기는 거예요. 그런데 음악의 힘으로 비극이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 패배감이 아닌 비극을 이겨낸 승리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Q. 기억과 추모의 방법, 오페라 아리아 속 이름들


이름을 불렀을 때,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객석에 있을 수 있잖아요, 특히 광주에서는요.
그건 의미 있는 일이죠.
(이건용)

이름에는 하나의 존재가 가진 무게와 역사가 압축되어 있어요. 우리는 너무 쉽게 ‘500명의 희생자’하고 마는데, 그 이름을  일일이 불러보세요. 실은 엄청나게 많은 숫자죠.




“나 다시 돌아갈래!” 기찻길에서 절규하는 장면으로 유명한 이창동의 영화 ‘박하사탕’(1999)이 오페라로 재탄생된다. 1980년 5월 광주에 공수부대원으로 투입된 남자의 삶을 사실주의적으로 그린 비극 오페라다. 광주시립오페라단은 당초 이 작품을 5·18 민주화운동 40주년(2020) 기념작으로 기획했다.

이건용(1947~) 서울대와 프랑크푸르트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오페라·가곡·합창곡 등의 성악과 관현악곡·실내악곡·독주곡 등의 작품을 두루 남겼다. 서울시오페라단 단장(2012~2017)으로 재직 중 ‘세종 카메라타’를 창단·운영했다. 대표적인 오페라 작품으로 ‘봄봄’ ‘동승’ 등이 있다.

조광화(1965~) 중앙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단막 ‘장마’(1992)로 등단한 뒤 연극 ‘남자충동’(1997) 으로 연출가로 데뷔했다. ‘동아연극상 작품상’(1998) ‘백상예술대상’(1998) ‘한국뮤지컬대상 최우수작품상’(2008) 등을 수상하였다. 극작·연출한 작품으로 연극 ‘프랑켄슈타인’ ‘파우스트 엔딩’, 뮤지컬 ‘모래시계’ ‘서편제’ 등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뮤지컬, 음악이 먼저일까 극이 먼저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