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이 참 맞네
미안-
아직 당신을 다시 마주 할 용기가 없어
넥스트드로우앤드류 면접을 끝나고,
'아 이건 아니구나'로 이틀, 최종 발표하는 날 하루.
총 사흘을 감정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 거렸다.
하필, 발표 날 저녁 앤드류와 함께하는 북토크 녹화가 있어서
헤어진 남친 다시 마주하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난 아직 당신을 마주 할 용기가 없어
그런데 어쩌겠는가?
할 일은하고 살아야 하는법.
한달간 준비했던 책을 펼쳐들고 줌을 켰다.
생각보다 얼굴을 마주하기는 편했다.
그가 책과 함께 하는 모든 말 하나하나가 나의 상황에 대입되면서
나의 도전에 대한 이 쓴맛이 얼마나 나를 성장시키는지 음미하는 시간.
차라리 문제를 직면하는게 오히려 빠른 치료가 될지도.
마치 상처에 소독약을 쏟아 붓는 것 처럼.
소원성취
하늘을 향해 면접에서 못다한 이야기라도 풀고싶다고 기도했는데 신은 내 기도를 들어줬다.
면접 때 으레 위로삼아 하는 말인 줄 알았던 '저는 사람 잘 기억해요'
왠걸 북토크에서 나를 알아본거다.
그것도 그냥 알아본게 아니라 1600:50의 1차 합격자 중 2차면접에 응모해서 떨어진! 사람이라고.
세상에-그가 날 알고있었어
알아봐주는 것만해도 감지덕지한데
세상에 발언권도 준다.
이틀 앓아누운 이야기, 못했던 구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더니
더 충격적인건.
나만큼이나 내 글에 대한 어떤 내용이 들어있었는지 세세하게 기억하는거다.
북토크에 참가한 다른 사람들이 잘 모를 수 있으니 설명해주겠다고
내가 어떤 글을 썼는지, 구슬이 어떤 의미인지, 인생을 구슬주머니에 비유해서 구슬을 담는 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역시 프로는 프로구나
내 이야기가 하찮아서 거들떠보긴 하겠어? 하고 생각했던 나만의 착각이 완전히 박살나는 순간이었다.
알아본것에 1차 충격, 이야기를 기억하는 것에 2차 충격.
이것으로 나의 면접 폭망사건은 완벽하게 위로 받았다.
"이별은 사랑으로 치유해" 이 말이 떠오르더라.
준비된 사람
면접에서 받은 감정적인 상처를 치유하고 나니,
내가 왜 최종선발에 되지 않았는지가 조금더 명확해졌다.
'아직 부족한 내공' 그리고 조금 더 유니크한 경험으로 나를 더 감쌀 필요가 있다는 것.
북토크에서 발언권이 주어졌고,
면접썰만 푼건 아니라 도전에 대한 다른 이야기도 했는데-
나는 역시 차분하게 생각하고 글로 옮기고 표현하는데 더 익숙한 탓일까-
자꾸 핵심말고 포괄시키는 말들을 하게되서
이야기가 끝나고 스스로 약간 엇나간 말을 한건 아닐까 돌아보게 되었다.
글의 장점은 차분히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지만
말은 너무나 짧은 시간안에 피드백을 줘야하는데
나는 이 부분에서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나의 약점을 더욱 명확하게 바라보게 됨'
기회를 줘도 못해내는 사람이 아닌
멋진 홈런을 때리는 사람이 되어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