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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Nov 27. 2020

취미 발레 입문기

취미 발레를 시작했다

내 삶에 변화가 한 가지 생겼다. 룸메이트가 생긴 것이다.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운 좋게도 2인실에 혼자 살고 있었다. 전에 같이 살던 친구가 자취하러 나간 이후로 1년 반동안이나 새로운 룸메이트가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행복에는 끝이 있는 법, 올해 여름 드디어 룸메이트가 들어왔다.

상상했던 대로 생활에 많은 제약이 생겼다. 그중 하나가 더 이상 홈트는 없다는 것. 가족도 아닌 사람 앞에서 매트를 깔고 뛰고 몸을 비틀고 땀 흘리고 숨을 헐떡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룸메이트가 자리를 비운 사이를 틈타 잠깐씩 홈트를 하곤 했지만 언제 문을 열고 들어올지 몰라 늘 불안한 상태였고, 들어오면 바로 운동을 중단해야 했다. 운동 횟수가 점점 줄어드는 반면, 운동 욕구는 더 커져만 갔다. 사람 마음이 참 영악한 게 맘껏 할 수 있을 때는 몰라도 제약이 생기면 더 하고 싶다. 마음 편히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무엇보다도 필요했다.


가장 처음 생각한 것은 PT였다. 마침 동기 한 명이 근무지 이동 발령이 나서 남은 PT를 회당 3만 원에 총 10회를 양도해주겠다고 했다. 절호의 찬스였다. 헬스장에 양도 상담을 하러 갔는데 트레이너는 자신에게 떨어지는 이득은 없는데 새로운 사람을 맡게 되는 게 싫었는지, 나를 반기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다. 진짜인지 아닌지 몰라도 저녁시간에는 비는 타임이 없다는데 어쩌나... 바로 포기했다.

그리고 충동적으로, 발레 학원에 등록했다!


발레에 대한 로망은 쭉 가지고 있었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뜬금없지만 <48kg 달성 후 발레 배우기>였다. 48kg 하는 조건은 영영 달성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그냥 바로 발레를 배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실 올해 초에 동네 발레학원에 상담까지 하러 갔었지만 코로나와 근무지 이동 등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변명하에 기약 없이 미루어졌다. 그러다가 인생 노잼기를 맞아 충동적으로 등록한 것이다.


발레 학원 준비물은 레오타드와 타이즈, 발레슈즈였다. 타이즈와 발레슈즈는 학원에서 구매할 수 있다고 하여 그렇게 하기로 했고, 레오타드를 폭풍 검색했다. 레오타드는 발레 할 때 입는 수영복처럼 생긴 의상이다. 예쁜 디자인이 많았지만, 대부분 민소매 끈나시였다. 제모를 부지런히 하지 않는 나로서는... 곤란한 옷이었으므로 7부 또는 긴팔 위주로 검색했다. 처음이니까 무난하게 블랙 긴팔로 첫 레오타드를 장만했다. 겨울이 다가오기 때문에 긴팔도 괜찮을 것 같았다.


온다던 택배는 발레수업 시간이 다 되도록 오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집에 있던 스포츠 티셔츠와 반바지를 챙겨 학원으로 갔다. 수업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하여 등록을 마치고, 타이즈와 슈즈도 받았다. 탈의실은 따로 칸막이 분리가 안 된 방이었다. 다행히 수업 한참 전이라 사람들이라고는 전 클래스의 초등학생 아가들 뿐이었으므로 부끄럼 없이 옷을 갈아입었다. 연한 분홍색의 발레 타이즈를 입고, 발레슈즈까지 신자 기분이 좋았다. 어릴 때 배웠던 발레 수업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아무도 없는 홀에서 셀카로 기록을 남기고, 몸을 풀고 있으라는 선생님의 말씀대로 사부작사부작 스트레칭을 했다. 뻘쭘하기도 했고, 생각나는 스트레칭 동작도 금세 바닥이 났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수업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사람들은 오지 않다가, 수업 시간 3분 전에서야 우르르 도착했다. 총 열 두 명 정도가 있었다. 그렇게 취미 발레 첫 번째 시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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