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뭐라도 되겠지 / 김중혁 / 마음산책
허니야 안녕?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구나. 요즘의 너는 어떠니? 늘 함께 있으면서 안부를 묻자니 어색하네. 그래도, 함께 있어도 모를 수 있는 게 있으니 습관처럼 안부를 묻는다.
그동안 네 삶 가운데 선택하고 실패하는 과정이 얼마나 있었을까? '실패'란 무엇일까 골똘히 생각해보는 너의 모습이 그려지는구나. '실패'란 사전적 의미로 어떤 일에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거나 완성하지 못하는 것을 말해. 하지만 네가 너 나름대로 '실패'란 무엇일지 생각해보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네가 살아오는 13년 동안 실패라 이름 붙일 수 있는 경험은 별로 없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만,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네게 더 많은 실패를 안겨줄지도 몰라. 그렇다고 미리 낙심하지는 말자. 우리에게는 ‘유연성’이라는 게 있잖니. “실패를 빨리 인정하고 원점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 유연성.”
배우고 싶다가도, 막상 시작해보니 아, 이게 내가 원하던 게 아니었구나,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 흥미가 떨어졌는데 계속 배우는 건 시간 낭비다. 결국 삶이란 선택하고 실패하고, 또 다른 걸 선택하고 다시 실패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를 빨리 인정하고 원점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 유연성이다. (p306)
김중혁 작가의 <뭐라도 되겠지> 책을 보다 저 부분을 읽고는 네가 수영을 배우다 그만두던 때를 떠올렸어. 물놀이를 좋아하던 너는 수영을 배우고 싶어 했고 몇 년 전 겨울에 잠깐 수영을 배웠지. 너는 엄청난 기대감과 부푼 마음을 갖고 수영장에 들어갔잖아. 엄마 역시 네가 혼자 탈의실에 들어가 옷을 벗고, 샤워를 하고, 배워야 할 자리를 잘 찾아갈 수 있을까 염려 반 기대 반의 마음이었어.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종종거리며 수영장으로 나오는 네 모습은 정말 기특했단다.
너는 말하지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힘들어하는 네 모습을 엄마는 알아챘단다. 유리 너머로 수영 배우는 네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얼마나 힘겨워 보이던지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어. 한주가 지나고 또 한주가 지날수록 네 얼굴엔 웃음보다 힘겨움이 더해갔어. 몸에서 조금만 힘을 뺀다면 더 쉽게 배울 수 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고. 너를 보면 나를 보는 것 같았어. 알다시피 엄마는 운동을 잘 못하잖아. 윗몸일으키기 1개, 오래 매달리기 0초. 그런 엄마이기에 수영을 배우며 힘들어하는 네 모습을 금방 눈치챌 수 있었고, 네 마음은 어떨까 짐작해 볼 수 있었어. 당장 그만두고 싶었을 것 같아.
그렇게 몇 개월쯤 지난 뒤 수영을 그만두기로 했잖아. 네가 알지 모르겠지만 그만두게 하면서 엄마 아빠는 고민이 많았단다. 조금만 더 견디면 힘든 과정을 이겨낼 수도 있을 텐데, 어려움을 넘어서 보지도 않고 그만두는 게 아닐까, 앞으로도 뭐 좀 배우다 힘들면 그만둔다고 하는 거 아닐까, 조금만 더 배우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등등의 고민들 말이야. 지금 생각해보니 '수영'이라는 한 가지 사례를 두고 지나친 염려를 했던 것 같아. 살면서 지나쳐 온 작은 포기나 실패 가운데 하나일 텐데 말이야. 어쩌면 실패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 같구나. 배움 혹은 경험이나 시행착오라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사실, 실패란 시행착오라는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계속 새롭게 배워나가는 과정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삶에서 실패가 빠질 수는 없는 것 같네.
이런 고민을 했던 엄마로서는 김중혁 작가의 ‘배우고 싶다가도, 막상 시작해보니 아, 이게 내가 원하던 게 아니었구나,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라는 말이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됐단다. 사실 어른들도 모르는 게 많고 자신 없는 일이 많거든.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고민과 실수와 배움의 연속인 것 같아. 그래서 배우다 그만둬도 괜찮다고 하는 작가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어. 잘하는 게 있으면 못하는 게 있고, 못하는 게 있으면 잘하는 게 있는데 말이야.
아이들에게는 시행착오를 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더 많이 실패하고, 더 자주 포기하고, 자신의 길이 무엇인지 더 많이 시도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정말 재미있는 게 뭔지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p307)
허니야, 너는 무엇을 할 때 재미를 느끼니? 네가 재미를 느끼며 할 수 있는 일을 꼭 찾았으면 좋겠다. 어린 시절은 그것을 경험하기에 정말 좋은 때인 것 같구나. 마음껏 뛰어놀고 생각하면서 네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일들을 찾아나갔으면 좋겠다. 무엇을 하든 끈질기게 매달려도 보고, 포기도 해보고, 새로운 시도도 해보면서. 네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끝까지라는 말은 좀 잔인하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요리조리 눈을 돌리고 손과 발을 움직여 봤으면 해. 네 시야에 들어오는 것, 손끝에 닿는 것, 발길이 머무는 곳이 있다면 일단 들어가 봐. 가서 재미있으면 오래도록 머물고, 재미없으면 다시 나오면 되잖아. 어린 시절에 이런 경험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구나. ‘뭐든 시작했다 재미없으면 그만두면 돼’라는 단순한 이야기는 아닌데, 엄마의 마음과 생각을 글로 표현하려니 어렵구나.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다른 이름으로 정의하자면, 아마도 상상력일 것이다. 세상에는 답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질문들이 존재하며, 답을 알 수 없으므로 하나의 질문에 무수히 많은 답이 있을 수밖에 없다. 존재하지 않는 답을 찾기 위해 세상을 아주 자세히 관찰하면 어느 순간 자신만의 답이 생겨나게 된다. (p58)
이분 말처럼, 세상에는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이 아주 많아. 답이 한두 개로 정해진 질문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이 훨씬 많지. 세상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세심하게 관찰해 본다면 네가 살아갈 이곳이 훨씬 더 재미있을 거야. 그러면서 실패도 해보고 성취도 해보자. 네가 세상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살아가듯 엄마도 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네 꿈에 '상상력'을 더할 수 있는 박수를 보낼게. 네가 갖고 있는 상상력이 네가 살아갈 세상을 더욱 풍부하고 흥미롭게 해 주길 바라. 사랑한다. 어제보다 더.
[허니레터] 1. 아이에게 편지를 씁니다.
[허니레터] 2. 생각에 잠기는 고즈넉한 즐거움
[허니레터] 3. 괜찮아, 실패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