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단톡방? 우리들의 단톡방은 안녕한가

더 이상 이런 유사한 '우정의 단톡방'이 문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

'버닝썬 사건'이 초대형 비리 게이트로 번지며, 정준영, 승리 등의 단톡방에서 그간 여성들을 대상으로 약물을 먹여 성범죄를 저지르고, 불법촬영물 촬영 및 공유와 함께 여성들에 대한 성적 품평을 일삼아 왔다는 추악한 진실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이는 대한민국을 경악에 빠뜨렸다.
 
그 단톡방에서 여자는 하나의 '인간'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여성들은 그들에게 그저 '상품'이고, '포획물'일 뿐이었다. 그런데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백한 이 사건을 바라보며, 모두가 마땅히 가해자를 비난할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생각은 무참히 부서졌다. '정준영 동영상'이 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되는 것도 목도했고, 얼마 전 카페에 가서는 이런 말도 들었다.
 
"근데 정준영 불쌍하지 않냐? 일반인이었으면 이렇게 안 털리고 넘어갔을 일인데, 연예인이라 털렸잖아"라고 하니, "맞아, 불쌍해"로 마무리 되는 옆자리 남성들의 대화.
 
충격에 빠져 생각해보니, 사실 이런 유사한 사건은 연예계가 아니어도 경중만 달랐을 뿐 비일비재했다. 가깝게는 대학 재학 시절에 같은 과 모 남자 무리들의 단톡방에서 여성 학우들을 상대로 음담패설을 일삼는 것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분노했던 경험이 그러하다. 좀 멀게는 무수히 쏟아져 나왔던 대학 내 단톡방 성범죄 사건들 역시 흔하게 벌어져 왔던 일이었다. 그리고 불법촬영물 공유를 아무렇지 않게 해 왔을 단톡방들, 이 시간에도 '정준영 동영상'을 구하도 있을 지도 모를 무수한 우정의 단톡방들은 더 말 할 것도 없다.
 
물론 이 사건은 공권력의 개입 등 더 많은 본질을 가리키고 있는 사건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거대한 게이트뿐만이 아니다. 이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깨달아야 할 것이 있다는 점을 우리는 되짚어보아야 한다.
 
지난해, 전 남자친구에게 불법촬영물에 대한 협박을 받았던 여자 연예인은 영상을 유포 하지 말아달라며 전 남자친구에게 무릎까지 꿇어야만 했다. 이와 반대로 정준영과 남자연예인들의 단톡방에선 자신들의 성관계를 불법 촬영한 촬영물이, 마치 영웅의 트로피가 되어 전시되고 있었다.
 
왜? 일부 남성들의 '우정의 단톡방'에서 불법촬영물 공유와, 여성에 대한 성적 품평은 자랑거리이고, 유희였으며, 하나의 문화로 소비되어 왔기 때문에. 자신의 성관계를 촬영한 불법촬영물이 아니더라도, 타인의 불법촬영물 등을 ‘야동’이라는 이름으로 공유하고 여성에 대한 성적 품평을 일삼는 단톡방들은 하나의 문화로써, 무수히 존재해 왔고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이 더 이상은 하나의 문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도의 경중에 상관없이 이제껏 '우정의 단톡방' 속에 속했던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다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가해자인 정준영을 불쌍해할 때가 아니다. 문화로 통용되어 왔던 이 유희가, 범죄이자 누군가에겐 살인행위가 될 수도 있는 잘못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과거의 잘못과, 이제껏 그릇된 성관념을 반성하고, 단절해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