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엄마의 뇌 mri 검사 결과가 나왔었다. 뇌 뼈 경계부위에 뭔가 보이는데 석회질이 쌓인 것 같고, 뼈 안쪽 오른쪽 뇌 부위에는 이미 작은 뇌출혈이 지나간 자국이 보인다고 했다. 주치의는 별 이상은 없어 보인다고 하면서 다행히 파킨슨 질병 진단은 내릴 수 없다고 했다. 혹시 몰라서 신경외과 진료를 예약해 달라고 한 후 돌아왔었다.
엄마는 35년 전에 이미 커다란 뇌종양 수술을 받고 병원에서 삼 개월 이상을 지냈었었다. 그 수술 때문이었는지 작년에는 인지 기능 장애가 심해졌었으나, 아빠가 대마씨 종자유를 몇 달간 섭취하게 해서 다시 눈빛이 또렷해지고 우리도 알아보게 되었었다.
아빠는 올해 88세로 이년 후에는 구순이 되신다. 나랑 같이 살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80세가 안 된 나이셔서 신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강했었다. 요 근래에 뵌 모습은 에너지가 그전보다 많이 떨어져 보이셨다.
핸드폰의 카톡 앱이나 다른 앱들이 자꾸 지워져서 이상하다고 전화를 몇 번 하셔서 방법을 설명해 드렸는데도 잘 안되신다고 하셨다. 또, 핸드폰이나 지갑을 자주 잃어버리시게 되었다. 그만큼 총기가 떨어지신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이 삼 년 전에 읽으셨던 책 내용을 줄줄 꿰고 있으셔서 우리에게 한 시간 동안 강연을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신다.
요즘 나도 말하다 보면 우리나라 말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대화가 잠시 중단될 때가 있다. 더구나 원어민 회화 선생님들과 앱 수업을 할 때는 분명 아는 단어인데 입에서 나오지가 않아서 중간에 사전을 찾아보면서 대화를 이어 나갈 수가 있다. 이런 노화 속도라면 내가 부모님 나이가 됐을 때는 심각한 상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이주 전에 필라테스 기구 위에서 플랭크 응용 동작을 하다가 코어 힘이 없어서 왼쪽 다리가 떨어져 기구에 부딪혀서 멍이 크게 들게 되었다. 타박상에 바르는 연고를 이주 째 바르고 있는데도 아직도 멍이 남아있다.
그래서 요즘 나의 관심사는 ‘건강하게 나이 들기’이다.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을 어떻게 저 나이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하고, 생각도 하고 있다.
‘글쓰기’ 덕분에 나의 정신 건강은 한결 좋아졌다. 기저에 깔려있는 우울감은 남아 있지만 다른 사람들도 이 정도의 우울감은 다 갖고 있으리라 느껴지는 수준이다.
신체는 아직도 과체중이라는 거다. 을사오적 보다 무서운 아랫배가 빠지질 않고 있다. 활동량을 늘리기 위해서 선선해진 저녁 시간에 산책을 조금씩 하고 있다. 강도 높은 운동을 드문드문 하기보다는 저강도의 신체활동 시간을 늘려 매일 해보기로 했다.
보다 느리게 나이 들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