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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Dec 24. 2024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붕어빵이지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캐롤을 듣고 싶은 마음도 없고, 매년 만들던 뱅쇼도 올해는 만들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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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지난주 토요일에는 헌법재판소가 있는 안국역 집회에 나갔다고 한다. 친구는 연 5주째 토요일마다 집회에 나가고 있다. 그 친구는 남을 너무 배려한 나머지 자기가 손해를 보곤 해서, 내가

한 번씩 안 좋은 소리를 할 때가 있다. 게다가 순하고, 착해빠진 데다가 겁도 많은데, 이 추위에 매주 강행군을 하고 있다.

방구석에서만 뉴스 생방송을 보면서 열내고 있는 나는 그 친구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다.

개인사업자로도 등록이 되어있는 친구는 자영업자들 카페에 들어가 보면, 연말 특수는커녕 기존에 있던 주문들도 12.3일을 기점으로 주문이 제로라고 한다.


*****

오늘은 수업이 없는 날이라 냉장고 정리를 하고, 별이가 여기저기 싸놓은 흔적들을 닦아내고, 책 한 챕터를 읽었다. 오후가 되어 배는 고픈데 밥은 먹기 싫어서, 집 앞 슈퍼로 간식을 사러 나갔다. 카페라떼를 만드는데 필요한 우유와 큐브치즈, 흑임자 두유, 그리고 요즘 이상하게 입에서 당기는 수정과 음료를 몇 개 샀다. 상가 일층 문을 나서는데, 왼편에 있는 동네 카페에서 겨울마다 붕어빵을 만들어 파는 게 생각이 났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열 평도 안 되는 카페가 사람들 온기와 쏟아지는 햇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엄마와 딸이 함께 하는 카페인데, 엄마 사장님이 따뜻하고 친절하신 분이다. 예전에 물어보니 이 카페를 열기 전에 삼 년 정도 베이커리 카페에서 일을 하셨다고 한다. 난 고작 이틀을 버틴 카페 알바를 삼 년을 하셨으니, 본인 카페를 운영할 내공과 외공을 두루 갖추셨다고 생각했다.


미니 붕어빵을 주문했다. 12개 한 판에 6,000원, 팥소와 슈크림으로 나누어 반반 주문도 가능하다고 쓰여 있다. 반반으로 붕어빵 12개를 주문했다. 십여 분이 지나자 붕어빵이 한가득 들어있는 작은 종이봉투를 건네 받았다. 봉투 몸체가 뜨거워서 손으로 봉투 윗부분을 구깃구깃 접어서 잡았다.


카페에서 삼 분 거리에 있는 우리 동으로 와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뒤따라 위층 젊은 할머니가 타셨다. 그분은 남편분인 젊은 할아버지와 함께 아들, 딸의 자식들 총 네 명을 몇 년째 돌아가며 키워주고 있으시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고소한 붕어빵 냄새가 진동을 했다. 봉투를 벌려 붕어빵 한 마리 드시라고 권해드리니, 한 번 사양하시다가 장갑을 벗고 오른손으로 한 마리를 집어 드셨다. 붕어빵 맛있다고 하시길래, 요 앞 카페에서 샀다고 하면서, 열두 개에 육천 원 밖에 안 한다고 말해 드리고는 나는 우리 집 층에서 내렸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손을 씻고 종이봉투를 북북 찢어놓고 팥소가 들어간 붕어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팥이 뜨거워서 입천장이 살짝 뜨거웠지만 한 마리를 홀라당 냠냠 먹어버렸다. 그리고는 정신을 차리고 붕어빵 사진을 한 장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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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롤을 크게 틀어놓고, 레드와인에 각종 과일들, 계피스틱을 넣고 팔팔 끓이면 온 집안에 상큼달콤한 와인향이 가득했었는데..


"메리 크리스마스"가 특별한 일상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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