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틴 다섯 번째 주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어제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브런치 작가의 글을 읽다가 링크된 싸이트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유튜브를 운영하는 미니멀리스트 부부의 영상을 몇 개 보게 되었다.
젊은 부부였는데 각자 대기업을 오 년 이상씩 다니다가, 원하지도 않는 일을 돈을 벌기 위해서 다람쥐 쳇바퀴 도는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게 싫어서, 또, 그렇게 늙어 갈까 봐서 둘이 같이 퇴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잠깐 꼰대스러운 생각이 들었는데, 그럼 돈 버는 일이 다 그런 거지, 저런 생각은 중년에나 하게 되는 거 아니야? , 젊었을 때는 열심히 돈을 모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부부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에는 딱히 와! 하는 이벤트는 없었지만, 여름밤에 같이 산책하다가 삼겹살 집으로 홀린 듯이 들어가서 고기 먹는 장면, 서울 곳곳에 있는 맛집과 카페를 다니는 장면, 그리고 캠핑하는 장면들이 담겨 있었다.
영상을 보면서 두 사람은 자발적으로 삶의 속도를 늦추고, 그야말로 소소한, 특별할 것 없는 순간을 즐기고 있었고, 또 행복해 보였다.
이렇게 퇴사를 결정하고 두 사람만의 시간부자가 된 계기는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기 시작하면서 미니멀리스트의 삶과 철학을 실천하게 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두 명이서 지금까지 버린 물건이 900개라고 한다는데, 나에게도 그에 못지않게 버릴 것들이 산적해 있는 싱크대 서랍과 하부장 속이 또렷한 장면으로 떠올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도 옷을 몇 달 동안 조금씩 정리하면서 버리게 되었었는데, 그때 든 생각은 향후 오 년간은 옷을 사지 않아도 사는데 지장이 없겠다는 거였다. 그리고, 내가 습관적으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사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었다. 잘 정리된 옷들을 보면서 장롱을 열 때마다 또는, 옷방에 들어갈 때마다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되었었다. 또, 그날 입을 옷을 고르는 과정도 즐거운 일이 되었다.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을 가볍고 즐겁게 만들어주는 정리의 힘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됐기에, 난이도 상급의 미니멀리스트는 못 되더라도 맥시멀리스트와의 중간 그 어디쯤에 있는 미디엄리스트(mediumlist)? 가 돼 보려고 한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도, 뭔가 꽉 막힌듯한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 드는 일상이라면, 버림과 정리를 통해 공간도 비우고, 내 마음속에 얽혀있는 실타래도 풀어버리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러한 행위가 지루하고 반복된 일상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줄 것이니까.
#글루틴 #팀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