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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기세상 Mar 19. 2024

직장인 아저씨의 주경야독 이야기

어색하지만 행복한 대학원생활


벌써 대학원을 입학한 지 2주가 지났다.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이틀은 퇴근 후 학교로 간다. 나는 회사의 시차근무제 혜택을 받고 있어 아침 7시 출근 4시 퇴근을 하기 때문에 4시 퇴근 후 바로 학교로 가면 4시 30분. 수업시작까지 2시간 30분의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이날이 나에게는 기다려지는 날이다.



스무살 대학생 때 나는 중앙도서관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공부를 하지는 않았지만 도서관의 분위기와 책냄새가 너무 좋았고 마음이 편안했기에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가끔 동네 도서관을 찾곤 했다. 시험공부를 하는 사람, 공무원 준비생, 학생들, 독서 애호가들, 아이들과 함께 온 엄마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진지하게 책에 빠져있는 모습에서 동기부여를 받는 것이 너무 좋았다.

 


학교에 가는 날이면 퇴근 후 곧장 학교 중앙도서관으로 향한다. 도서관은 놀이터이자 쉼터 같은 존재로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하다.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 동안 나는 책을 읽거나 글을 다. 또는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던 회사에서 짧게 지나갔던 생각 조각들을 꺼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도 한다. 도서관이 6시 마감이라 1시간 30분은 더욱 나를 집중하게 만들어 준다.


< 대학 중앙도서관과 학생회관 >


저녁식사는 학생회관에서 해결을 하는데 이 또한 또 다른 즐거움의 하나이다. 어린 대학생들로 붐비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어색하지만 그 또한 행복한 어색함으로 다가온다. 내가 대학교 1학년일 때 교내 식당의 식사비용은 2000~3000원 했는데 지금은 5000원, 20년이 지난 세월의 흐름에 비추어봤을 때 물가가 그렇게 오른 건 아닌 것 같다.



대학원 수업의 첫째 날, 20대 중반의 갓 직장인이 된 젊은 학생부터 60세가 다되어가는 백발의 학생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그리고 그들이 왜 직장생활을 하며 다시 학교를 찾게 되었는지부터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등 자기소개를 하며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나 또한 짧게 내가 걸어온 길과 지금 하고 있는 일, 그리고 왜 다시 대학을 다니게 되었는지 소개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를 진학할 때는 영어특기생으로 외고를 진학하며 나의 인생 터닝포인트가 되었지만 고등학교에서 대학교 진학 시에는 수능실패로 이름 없는 대학의 원하지 않는 학과를 진학해야 하는 어둠속의 터널안에서 지냈다. 그리고 스물 한살 군입대를 하고 6년 가까이 군복무를 하면서 그마저 다니던 대학을 자퇴했다. 다시 고졸 출신이 되었고 군복무 중 어떻게든 대학 학위를 받기 위해 학점은행제를 통해 경영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대학과 전공이 아니었기에 그 아쉬움을 20년 이상 간직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요즘 나는 그 아쉬움을 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22년 전 그렇게도 가고 싶었던 대학에서 15년 이상 걸어온 분야의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퇴근 후 저녁시간은 졸음과 피곤함이 몰려오는 것을 피할 수는 없지만 지금 내가 왜 이 자리에 왔고 무엇을 원하는지 뚜렷이 알고 있기에 3시간의 수업은 나를 더욱 집중하게 만들어준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미래를 잘 준비하고 있다고 믿음은 나에게 주어진 삶을 희망차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고 있다.


< 강의동과 강의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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