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뱅기세상 Apr 06. 2024

어느 날 둘째 아들에게 '틱'증상이 찾아왔다

부모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성찰


둘째는 올해 초등학교를 입학한 7살 같은 8살이다. 12월 27일에 태어나서 말도 또래에 비해 현저히 늦게 시작하였고 자연스레 학습능력도 뒤쳐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렇게 유치원 생활은 그럭저럭 잘 지내오는가 싶었지만 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자주 하기 시작했다. 학교를 가기 싫은 이유가 단순히 '공부가 하기 싫고 유치원 생활과는 다르게 오래 앉아서 공부하고 규칙을 따라야 하는 것이 당연히 싫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아이에게 "그래도 학교는 가야지! 학교는 꼭 가는 거야"라며 나의 일방적인 말만 했다.




둘째는 어릴 적부터 사두, 사경에 언어지연으로 순탄치 않은 유아기를 보냈고 또래와 비교해 성장이 늦었기에 우리 부부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특히 집중을 잘하지 못하고 주의력도 산만하여 사고를 치는 일이 빈번했고 그로 인해 나는 항상 아이를 엄하게 혼내거나 벌을 세웠다. ADHD 증상과 비슷한 행동을 보며 설마, 혹시라는 마음이 들었지만 절대 그럴 리 없다는 생각과 함께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서 어깨 근육부위 틱증상을 지속적으로 보이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머리가 복잡하다. 항상 아빠, 엄마에게 혼나고도 뒤돌아서면 또 사고를 치고 누나를 괴롭히는 둘째를 보니 이제는 밉고 짜증이 나기보다는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지금 틱 증상도 자기 의도와 달리 증상이 나오는 것처럼 말썽을 피우는 행동도 어쩌면 자기 마음대로 조절이 잘 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그동안의 내 훈육방식이 너무나 잘못되었다는 생각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둘째는 마음이 여리고 심성이 착한 아들이다. 하지만 언어능력이 약하고 친구들과의 무리 속에서 잘 지내는 것이 쉽지 않아 아이가 얼마나 속상하고 힘들까 싶었다. 또한 초1 입학 전 한글을 졸업하고 두 자리 수의 덧셈, 뺄셈 정도는 선행학습을 하고 입학하는 또래 아이들과는 달리 한참 뒤처져 있기에 학교수업 시간은 둘째에게 정말 힘겨운 시간일 것이다. 그 시간을 견디는 게 얼마나 힘들면 아침마다 학교 가기 싫다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쉬는 날이면 둘째는 항상 나를 보챈다.

"아빠, 놀이터 나가서 놀자~ 안돼! 오늘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 너무 추워서 감기 걸려"

"아빠, 나랑 종이접기 하자~ 아빠는 종이 접기에 소질이 없어서 잘 못해, 누나랑 해"

"아빠, 게임 놀이하고 놀자! 아빠 일할 게 있으니 누나랑 놀아"


항상 아이들한테 안 되는 것들만 강조하고 혼내는 일이 일상이었다.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아이들의 유치원, 학교 생활이나 친구들 관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일 등 아이들에 관해 물어보고 대화를 나눠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자라며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하는데 아빠라는 사람이 이런데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며 자랄까... 정말 지금 나에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소아 ADHD, 틱 장애 등 관련 영상을 찾아보다가 소아정신과 의사인 서천석 박사님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영상을 보면서 나 자신을 자연스레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로 비칠까? 그동안 나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아빠로 생각해 왔다. 가족을 위해 매일 주경야독하며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내고 있고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는 아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둘째의 틱증상을 보면서 마음속 또 다른 나 자신이 나에게 냉정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져댔다.


평소 아이들의 자존감은 살려주고 응원해 줬어?

아이들의 인격은 존중해 줬어?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줬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 최선을 다했어?

아이들에게 조건적인 칭찬을 하지는 않았어?



서 박사님 영상을 보며 마음에 와닿는 내용들이 있었다.


아이가 학습능력이 떨어져 학교 수업을 못 따라가는 아이를 위해 엄마가 아이와 매일 30분씩 저학년 난이도의 공부를 하던 중 아이가 엄마에게 "엄마 나 어차피 이 공부해 봤자 학교수업 못 따라가. 이 공부해서 뭐 해"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약속한 대로 엄마와 매일 30분씩 재밌게 공부하고 있지? 그럼 넌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자기에게 주어지 일을 열심히 하면 나중에 어른이 되어도 열심히 살 거야. 그럼 넌 잘 살 거야 엄마는 그렇게 믿고 있어." 난 왜 이렇게 아이에게 말하지 못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서 박사님의 <겸손한 육아> 이야기도 너무 좋다.


1. 아이가 하는 말을 듣는 겸손

2. 시간에 대한 겸손

3. 아이의 인생을 결론짓지 않는 겸손

4. '나 혼자 잘하면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는 겸손


아이들의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는 겸손과 지금 당장은 우리 아이가 잘 못하고 느리지만 모든 변화는 긴 시간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는 겸손, 그리고 섣불리 지금의 내 아이를 보고 미래를 결론짓지 않는 겸손, 우리 아이만 잘 키운다고 행복한 것이 아닌 함께 잘 되어야 행복할 수 있다는 겸손한 육아 말씀이 참 마음에 오래 남는다.

   



나는 오늘 몇 가지의 육아다짐을 했다.


1. 아이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결과에 관계없이 아이를 칭찬하고 응원해 주기.

2. 아이들이 따라 배우고 싶은 부모가 될 수 있도록 아이와 함께 성장하며 노력하는 모습 보이기.

3. 아이들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함께 공감하며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4. 불확실한 미래나 과거에 집착하고 걱정하며 살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아이에게 집중하기.


"봄꽃도 아이도 지금 이 순간은 늘 마지막입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의 자라는 모습을 벚꽃이 질 때의 아쉬운 마음으로 다시는 이 순간이 돌아오지 않을 마지막이란 사실을 기억하며 아이들에게 집중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직장인 아저씨의 주경야독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