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초 vs 공립초
아이들을 초등학교에 보내면 사립초등학교와 공립 초등학교에 대한 이야기는 안 듣고 넘어갈 수가 없는 주제다. 우리 아이는 1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자랑하는 학교가 되어서 보내고 있는데, 막상 보내보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평범한 학교였다. 엄청난 경쟁률과 맘 카페의 추천글들에 비해서, 학교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넘쳐나는지라 대체 이 학교의 평판은 어떻게 쌓인 건지, 어느 평범한 초등학교 중의 하나인 아이의 학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왜 이렇게 칭찬일색인지는 나의 미스터리였다.
그러던 중 작년에 아이의 학교에서 일이 터졌다. 학교와 학부모간의 문제였다. 코로나 시국과 맞물려 일은 매우 불투명하게 진행되었고, 학부모님 중 한 분이 결국 인터넷에 글을 쓰셨다. 글 보다 나를 더 놀라게 했던 건 글에 달린 리플이었다.
저는 아이 만족해하면서 학교 보내고 있는데 학교 평판 떨어지게 왜 이런 글을 쓰세요?
정말로 세게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내 아이한테 일어났다고 하면 상당히 속상할 일이고, 학교와 학부모 간의 일이라 다른 재학생 학부모 입장에서는 누구 말이 옳고 그른지 판단 하기는 쉽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제가 학교에 확인했는데 학교에서는 이렇게 설명하지 않았어요, 이런 글은 내려 주세요 도 아닌 학부모 입장에서 학교 평판이 떨어진다는 의견은 충격적이었다.
정치인이나 사회적 공인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출신 학교 대학생들이 저 사람 때문에 학교 평판이 떨어진다 부끄럽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건 그 대학교의 평판과 명성을 얻기 위해서 내가 노력하였는데, 누군가에 의해서 그 노력의 가치가 부정당하니 나올 수 있는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초등학교는 소위 말해서 뺑뺑이다. 추첨으로 들어간 초등학교에서 얼마나 평판이라고 할 것이 있는지가 첫째로 궁금하였으며, 두 번째로는 본인이 한테 그 일이 닥쳐도 저렇게 말할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학생이나 학부모가 부당한 대우를 당했으면, 같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서 내 아이도 함께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의문을 품고 몇 달을 지내던 도중, 어제 맘 카페 게시판에서 글 하나를 보게 되었다. 유치원에서 담임 선생님이 확진되었는데, 같이 일한 다른 선생님들이 키트만 하고 증상이 있는데 바로 다음날 출근했고, 그래서 원내에 연쇄 감염이 퍼졌단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글에도 놀랍게도 같은 류의 리플이 달려 있었다.
이런 문제는 인터넷에 글 쓰지 말고 원에 따로 전화하세요.
우리는 뉴스를 보고 여러 사회적 이슈를 접하고, 또 사회적인 이슈가 나한테 닥치거나 목격했을 때, 언론에 제보하기도 한다. 사실 냉정히 뉴스는 다 남일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뉴스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게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점과 내가 속한 집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궁금증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저런 반응들은 꾸준히 보일까?
프로이트에 따르면, 마음의 평정을 깨트리는 사건들은 불안감을 발생시키며, 이는 우리의 초자아를 위협하게 된다. 어떤 식으로든 이 불안감은 해결되어야 하며, 이때 자아가 불안을 처리하여 마음의 평정을 회복하기 위하여 여러 방어기제를 사용하게 된다. 이 중 하나가 합리화이다. 한 달 월급이 넘는 돈을 내고 가방을 샀다. 그렇다면 이 가방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만한 가치도 없는데 한 달 월급이 넘는 돈을 썼다고 생각하면 그건 나의 도덕적 기준(초자아)에 맞지 않으며, 내적인 불안감을 유발한다. 명품을 산 사람들을 거의 대부분 만족을 한다. 물론 실제로 가방 자체의 디자인, 가죽의 퀄리티, 꼼꼼한 마감에 만족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만족을 위한 만족을 하는 분들도 더러 뵈었다.
이를 다시 양육과 교육의 관점에 적용해 보자. 비싼 돈을 내고 학원에 다니면 학원이 비싼 값을 해야 한다. 정말 학원이 비싼 값을 하는지 계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 다만 이 방법은 학원이 비싼 값을 하지 않는 다고 판단될 시에 내적인 불안감 일으키며, 모니터링 과정 자체도 피곤하다. 다른 방법은 이 학원 비싼 값을 하는 학원이야라고 이미 결론을 지어 놓고 나오는 모든 현상을 이 결론에 맞추면 된다. 우리 아이가 비싼 학원을 다님에도 성적이 안 나온 건 이번 시험 때 유달리 컨디션이 안 좋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훨씬 더 적은 정신적인 노력으로 더 큰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몇몇 학교나 유치원에 있어서, 아이의 학비, 등하교에 소요되는 시간, 학교의 경쟁률을 생각하면 정말로 아이의 학교는 좋아야 한다. 이건 엄마들이 학교를 진짜로 좋게 만들어야 하는 문제이지 학교는 좋다고 단정 지을 문제가 아니다. 감시받지 않는 집단은 발전이 없다. 우리 학교는 좋아요라고 말하고 감싸는 행위는 오히려 학교를 나쁘게 한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지적하고 수정되어야 한다. 아 이 정도면 됐지 왜 그래, 외국 나가봐라, 우리나라 같은 나라가 어딨나라는 말은 이 사회를 좀 먹는 말이다.
우리 아이의 학교는 학부모의 노력이 없이는 보낼 수 없는 시스템을 가진 학교이다. 이 노력에 대한 대가를 바라면 안 되지만 학부모도 사람이라서 우리 아이의 학교는 특별해라는 마음이 한구석에 자라나고, 이는 학교 밖으로 보이는 모순덩어리의 평판을 만들었다. 비단 이런 일이 학교에서만, 명품가방에서만 관찰될까? 우리 모두는 좀 더 나은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이 한 장의 글이 여러분의 다음 선택에는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