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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외과 신한솔 Mar 09. 2022

발목을 삐었어요

정형외과 이야기

    외국의 논문에 따르면 매일, 만 명당 한 명 꼴로 발목을 삔다. 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가 포함되어서 나온 통계이니, 실제 우리 주변에서 발목 삔 사람을 보는 건 쉽다.


    일단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만성 발목 불안정성이 아닌, 운동을 하던지, 길가다가 넘어져서 발목을 삐었을 때의 치료는 고정이다. 발목이  붓고, MRI에서 인대가 2개가 끊어졌다고 하더라도 치료는 비수술이다. 우리 몸의 인대는 부위에 따라서 치료가 다르다. 무릎의 전방 십자 인대 같은 경우인대가 끊어지면 치료는 수술이지만, 발목의 인대는 인대가 끊어져도 비수술이 치료의 원칙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 정말? 이라며 놀라실 분도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수의 병원에서 발목에 전혀 문제없던 사람이 갑자기 발목을 삐어서 발목이 붓고 발목의 인대가 끊어졌을 때 수술을 안 하면 인대가 붙지 않는 다며 수술을 권한다.

    


    발목의 바깥쪽에는 위의 그림과 같이 3개의 인대가 있다. 보통 발이 좌측 그림과 같이 꺾여서 발목을 삐게 된다. 보통은 ATFL (전방 거비 인대)가 손상되나, 심하면 CFL (종비 인대)까지 손상되는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얼마나 손상되었던 골절 등의 다른 동반 손상 소견이 없는 발목 인대의 손상에서는 우선을 얼음팩을 하면서 고정을 하고, 부기가 가라앉으면 보조기를 하며 물리치료를 하는 게 교과서적인 치료이다.


    물론 발목을 삐는 일이 반복되고, 수상 수개월 뒤에도 통증이 지속되며, 발목이 불안정하다면 당연히 수술이 필요하지만, 초기 치료가 적절히 이루어진다면 추후 발목 불안정성으로 넘어가는 비율은 보고에 따라서 다르지만 최대치로 잡아도 30%이다. 급성기 치료 후에도 발목 불안정성이 남아 있으면 그때 수술을 하여도 전혀 늦지 않는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에는 발목의 불안정성이 오는 비율이 현저히 낮아진다. 수술 하자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한번 더 의견을 듣고 싶어서 왔다는 환자분들을 보면 분통이 터질 때도 많다. 이 자리를 빌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수술을 하자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꼭 병원을 한 두 군데는 더 가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꼭 한 가지 더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다른 의사를 편들고자 하는 말은 아니지만, 정형외과 같은 비 필수 진료과의 의료 수가는 정말 낮다. 얼마 전 동네 언니가 자꾸 누전이 되어 기사분을 집에 부르려고 하는데 일단 기본이 15만 원이고, 가전제품 문제가 아닌 두꺼비 집 문제여서 두꺼비집을 열어야 하면 25만 원부터 시작이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 가격이 비싸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내가 손가락 뼈가 부러진 환자의 손가락뼈를 수술하면, 수술료는 134,580원이다. 30%가 자부담이니 환자는 순수하게 수술료로는 한 4만 원 정도를 지불한다. (4만 원 수술료로 내본 적 없다고 하실 텐데, 실제 지불하시는 금액에는 병실 입원비, 검사비, 마취료, 비급여 등의 가격이 포함되기 때문이고, 당연히 병실 입원비는 병실을 관리하는 비용이니 수술장의 유지에 이 금액을 넣을 순 없다.) 여기에는 당연히 수술을 진행하는 나의 인건비 이외에도, 간호사님의 인건비, 수술장을 청소해 주시는 여사님의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이 포함이다. 수술을 할 때 사용한 핀이나 나사 값은 환자한테 받을 수 있지만 이를 박을 때 사용하는 전동드릴의 비용은 받을 수 없다. 이러한 기구 비용도 다 저 134,580원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자 너무나 당연하지만 이 비용을 받고는 병원 유지가 되지 않기 때문에 편법적인 여러 수단들이 동원된다. 그중에 하나가 안 해야 할 수술을 하는 것이다.


    의사의 잘못이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아이들 학교 급식비로 천 원쯤 책정한 뒤에 부실한 급식이 나오면 그건 정말 업체만의 잘못일까?


    우주의 먼지 같은 월급쟁이 의사 1인인 나는 이렇게 익명의 글로 소심한 반항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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